‘안전보건 점검시한’ 지났다…중대재해 수사 더 날카로워지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나면서 기업들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그동안은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여부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가 나더라도 법 시행 후 반기가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중대재해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이마저도 불가능해져서다.

중대재해법은 반기마다 1회 이상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했는지를 점검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등이 이같은 내용을 두고 더욱 철저한 조사를 벌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시행 6개월째인 지난 7월27일 이후 사고가 난 기업이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 여부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다면 중대재해법 5조 위반으로 처벌받을 전망이다.

중대재해법 5조는 기업이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했는지 반기마다 1회 이상 점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업이 직접 점검하지 않는다면 점검을 수행한 전문기관이나 전문업체로부터 점검결과를 보고받아야 한다. 안전보건 확보의무가 이행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면 인력 배치나 추가 예산 편성‧집행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그동안은 법 시행 후 반기가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이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 여부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더라도 중대재해법 5조 위반이라고 단정짓기 어려웠다.
‘안전보건 점검시한’ 지났다…중대재해 수사 더 날카로워지나
하반기가 시작된 7월조차도 ‘반기마다’라는 구절이 통상적으로 말하는 상반기와 하반기인지, 법 시행일을 기준으로 6개월마다인지 해석이 모호해 사고가 난 기업에 중대재해법 5조를 들이댈 수 있는지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중대재해법 시행 후 6개월이 지나면서 수사하는 쪽과 기업 모두 이 같은 모호한 상황에서 벗어나게 됐다. 이미 고용부는 지난달 발생한 중대재해 사고부터 중대재해법 5조 위반 여부에 대한 진상조사를 상세히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로펌 관계자는 “고용부로선 법 조항을 둔 해석논란 여지가 없어졌기 때문에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 여부 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적극적으로 조사할 것”이라며 “고용부와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맡는 검찰 역시 수사과정에서 중대재해법 5조를 위반한 정황을 확인하면 기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불안감은 증폭되는 분위기다. 중대재해법 시행 후에도 산업현장에선 사고가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어서다. 고용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총 349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해 351명이 사망하고 60명이 다쳤다.

이 기간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 중 대우건설, 쌍용C&E, 한국철도공사, 현대엔지니어링 등 8곳의 사업장에선 지난달에 또 다른 사망사고가 났다. 이들 사고를 포함해 지난달에만 40건 이상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폭염과 상반기 공급망 차질로 강화된 노동 강도 등이 사고를 일으킨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법조계에선 기업들이 중대재해법 5조 위반혐의로 수사망에 걸리지 않기 위해 철저한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대재해법 5조 이행을 도울 법률자문사를 별도로 뽑은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법무법인 율촌을 자문사로 선정해 안전보건 관련 점검이 적법하기 이뤄졌는지 등을 살피는 역할을 맡겼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