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는 1일 '술잔 투척' 논란 끝에 사의를 표명한 김용진 경제부지사(사진)의 후임 인선을 이른 시일 안에 마무리하는 등 도정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김 부지사의 도의회 정상화를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론으로 마무리 지어진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도와 도의회가 추구하는 목표는 동일하다. 도민들이 먹고사는 문제, 도민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추경안 처리 지연 등 도민의 삶을 볼모로 하는 도의회 파행은 이제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협치를 위한 노력은 계속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원칙과 기준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앞서 김 부지사는 지난달 27일 도의회 국민의힘 곽미숙 대표의원, 더불어민주당 남종섭 대표의원과 함께한 만찬 자리에서 곽 대표를 향해 술잔을 던졌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곽 대표가 특수폭행과 특수협박 혐의로 형사 고소까지 하자 김 부지사는 취임 사흘만인 지난달 31일 사임했다.

'술잔'은 아니다... 젓가락에 꼬여버린 도정, 협치

김 부지사 사퇴 사태는 경기도의회 여야간, 의회와 김 지사간의 갈등이 극에 달해 벌어진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11대 경기도의회는 임기 시작 한 달이 지나도록 '개점휴업'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78대 78 여야 동수로 구성된 도의회 의장 선임 등 자리싸움을 빌미로 아직도 원 구성에 합의하지 못했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은 김 부지사 선임에 대해 '모피아의 자리 나눠먹기'라며 극렬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김 부지사의 '경제부지사' 자리는 기존 정무직 부지사인 '평화부지사'를 바꾼 직위다. 김 지사는 본인과 함께 기획재정부에서 '원팀'으로 일한 김 부지사를 임명해 도의회와의 소통을 강화(정무)하고, 경기도 내 '경제'와 관련된 현안을 맡긴다는 계획이었지만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김 부지사와 남 대표의원간의 논쟁 과정에서 '술잔 논란'이 벌어졌지만, 남 대표의원이 당일이 아니라 이틀이 지난 29일에야 "김 부지사가 술잔을 던진 게 아니고, 내리친 젓가락이 튀어 벌어진 일"이라며 "잘못은 맞지만 사퇴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뒤늦은 설명을 한 것도 논란이다. 막상 이 자리에서 김 부지사가 논쟁을 벌인 대상도 여당인 국민의힘이 아닌 민주당 소속의 남 대표의원이었고, 이에 대해 제2의 당사자의 남 대표의 설명이 늦어져 김 부지사에 대한 논란이 커졌기 때문이다. 경기도 내에선 '김 부지사가 경기도지사직 인수위 시절부터 민주당 의원들과 각종 현안에 대해 부딪혀왔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김 지사가 '김 부지사 후임을 이른 시일 내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도정을 정상화하는데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경기도 공무원은 "김 부지사가 인수위 시절 사실상 경제부지사 신설 및 조직개편안에 대해 초안을 짰다"며 "행정직 공무원으로선 행정 부지사의 권한이 대폭 약해지고, 경제부지사가 사실상의 실권을 쥔다는 점에서 경기도 공무원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막강한 권한을 쥐게 될 경제부지사에 자리에 걸맞은 최적의 인사를 추전해야하는 것도 김 지사에 놓여진 과제다.

원 구성할 수 있을까

김 부지사의 사임을 계기로 경기도의회는 정상화 수순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잦아들면 도정 지연에 대한 책임이 의회로 향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부지사는 지난달 31일 사임에 대한 입장문에서 “제 사임이 각자의 입장을 모두 내려놓고 도의회가 하루빨리 정상화되어 도민의 곁으로 돌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에선 이날 예정된 (김 부지사) 파면 결의대회를 취소하고, 의원총회를 열었다. 지미연 국민의힘 경기도의회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의 요청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의총 이후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의 원인은 김 부지사 개인의 일탈이 아니며 준비 없이 민주당과 야합해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김동연식 정치의 밑천이 드러난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경기도의회 민주당 초선의원 45명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을 향해 8월 중에 임시회를 열자고 촉구했다. 당초 9월로 예상돼있는 임시회를 이달 중 개최해 의장 선출과 민생 추경 처리를 서두르자는 의미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도 의회 정상화에 대한 지역 시민단체 등의 요구가 적지 않기 때문에 여론을 의식해서라도 여야가 모두 정상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원=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