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를 빌려 신흥국 시장에 투자하는 ‘유로 캐리 트레이드’가 ‘달러 캐리 트레이드’보다 더 좋은 투자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 강세와 유로화 약세가 맞물린 결과다.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 들어 유로 캐리 트레이드가 달러 캐리 트레이드보다 더 좋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 국가에서 자금을 빌려 고금리 국가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유로 캐리 트레이드로 브라질 헤알화에 투자한 경우 올해 수익률은 29%에 달했다. 같은 기간 달러 캐리 트레이드로 투자할 경우엔 수익률이 절반 수준인 15%에 그쳤다. 아르헨티나 페소화에 투자하는 경우에도 유로화 쪽의 수익률이 26%로 달러 수익률(13%)의 2배에 달했다.

달러 대비 유로화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캐리 트레이드에서 수익률 격차가 커졌다. 지난달 31일 EU 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유로당 1.0211달러를 기록했다. 연초(1월 3일) 환율인 1.1294달러 대비 9.6% 하락했다. 지난달 13일 1유로와 1달러의 가치가 동등해지는 ‘1대1 패리티’ 현상이 20년만에 나타나기도 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최근 두 달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75% 인상하는 등 적극적인 긴축 정책을 펼친 여파다. 미국 기준금리 상단은 2.50%로 EU 기준금리(0.5%)와 2%포인트 차이가 난다.

브렌든 맥켄나 웰스파고 통화 전략가는 “유로화를 매도해 캐리 트레이드에 자금을 대는 일이 보편화되고 있다”며 “EU가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커보이는 상황이어서 당분 간 유로 캐리 트레이드를 통한 신흥국 시장 투자가 관심을 끌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를 우려해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 인상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일 경우 신흥국과 유럽 시장의 금리 격차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