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사진)이 1일 싱가포르에 도착해 아시아 순방을 시작했다. 펠로시 의장이 아시아 순방 중 대만을 방문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중국은 남중국해 군사 훈련을 예고하는 등 견제구를 날렸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 등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이 탑승한 전용기가 싱가포르 파야레바르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부터 싱가포르 일정을 소화하고 2일 말레이시아, 3일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4일에는 일본으로 갈 계획이다. 펠로시 의장은 앞서 아시아 순방 대상국으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한국, 일본 등 4개국을 지목했지만 대만 방문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갔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찾는다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와 한국 방문 사이 시점이 유력하다는 전망이다. 중국에서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보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는 “펠로시 의장이 기체 결함이나 급유 등 비상 상황을 빌미로 대만 공항에 착륙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대만 매체에서도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성사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중국은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하면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중국 국방부는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고, 중국 외교부는 “결연히 반격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중국 해사국은 2일 0시부터 6일 밤 12시까지 남중국해에서 군사훈련을 한다고 발표하고 이 기간에 선박들에 이 해역에 진입하지 말 것을 공지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견제하려는 대응으로 분석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지난달 3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지 않는다면 호주 한국 일본 등 우방에 나쁜 메시지를 보내는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대만 방문이 좌절되면 중국의 으름장에 미국이 굴복했다는 인상을 남기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중국 당국의 거센 압박이 잇따르는 가운데 대만은 국방 예산을 증액할 전망이다. 대만 행정원은 지난달 26일 내년도 예산안 심사 회의를 열어 2023년도 국방예산을 전년 대비 4.09% 증액된 3826억대만달러(약 16조6000억원)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