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 폴 바셋이 1일 폴바셋 제주용담DT점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매일유업 제공)
바리스타 폴 바셋이 1일 폴바셋 제주용담DT점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매일유업 제공)
“코로나19 기간에 사람들은 집에서 커피를 즐기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카페에서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커피를 마시는 문화는 쉽게 사라질 수 없죠.”

1일 오전 제주 폴바셋 용담DT점에서 3년만에 한국에 방문한 호주 바리스타 폴 바셋(사진)을 만났다. 그는 좋은 커피를 마시는 것을 ‘일상 속 작은 사치(small luxury)’에 비유하며 “커피 추출의 마무리에는 인간의 손길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집에서 캡슐 커피 머신을 사용하거나 외식업체에서 로봇 바리스타를 고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전통적인 방식으로 커피를 소비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주는 효용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바셋은 “목적에 따라 커피를 추출하는 주체가 기계가 될 수 있지만 기계는 맛을 볼 수 없다는 맹점이 있다”며 “맛있는 커피를 마신 뒤 사람들에게 미소를 안길 수 있는 것은 바리스타 개개인”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커피전문점 이름으로 더 유명한 호주 출신 바리스타 폴 바셋은 2003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 우승자에 등극했다. 24살의 나이로 당시 역대 최연소 챔피언, 비(非)스칸디나비아 출신 최초의 챔피언이라는 수식어도 거머쥐었다. 그는 “셰프였던 아버지, 식당 사장이었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미각과 후각이 예민했다”며 “16살 이탈리아 여행을 계기로 ‘내가 커피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회상했다.

이후 약 20년동안 커피를 연구하면서 호주 현지에서는 로스팅한 원두를 카페에 공급하는 사업체를 운영하고 일부 국가에서는 ‘폴 바셋’이라는 이름을 빌려주면서 현지 회사와 합작해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 매일유업의 자회사 엠즈씨드와 함께 폴바셋이라는 커피 전문점을 열고 원두 공급, 매장 관리 등에 관여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 110곳 이상의 매장을 출점했다.

폴바셋은 스페셜티 커피 중심의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셋은 “좋은 커피란 자연스러운 단맛, 풍부한 풍미, 적당한 무게감, 깔끔한 뒷맛을 갖춘 커피”라며 “좋은 토양에서 자란 생원두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폴바셋 매장에 공급하는 원두를 선별하기 위해 매년 두차례 브라질 등지에 직접 방문한다.

엠즈씨드 측도 “공격적인 매장 확장은 지양하고 코로나19 이후에는 드라이브스루(DT) 매장을 확대중”이라고 전했다. 한국에서 에스프레소 바 인기가 높아지면서 관련 트렌드도 매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바셋은 고객들에게 룽고를 가장 추천한다고 했다. 카페 폴바셋이 국내에 처음 생겼을 때 룽고를 판매한다는 점이 다른 커피전문점과 차별화되는 지점이기도 했다. 룽고는 더 오랜 시간 추출해 묽게 내린 에스프레소로 일반 에스프레소에 물을 타 마시는 아메리카노보다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대체유를 활용한 메뉴도 적극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대체유 등장은 거스를 수 없는 글로벌 트렌드라고 본 것이다. 그는 “두유를 시작으로 마카다미아, 귀리 등 다양한 대체유들이 생산되고 있어 대체유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비건과 논비건을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음료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진출 이후 매년 서울에서 한국 고객들과 만나왔던 폴 바셋은 2일 제주에서 고객들을 만나 커피 추출 행사를 진행했다. 커피전문점 폴바셋이 제주에서 다양한 신사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