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것 그대로…거친 수묵화 같은 주원 표 액션 카터

배우 주원이 '카터'로 강렬한 변신에 나선다. 한국 액션 영화계에 묵직한 한 획을 그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 그랜드볼룸에서 넷플릭스 '카터'(감독 정병길)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정병길 감독과 배우 주원이 참석했다.

'카터'는 영화 '악녀'의 정병길 감독의 차기작으로 의문의 작전에 투입된 '카터'가 주어진 시간 안에 자신을 되찾고 미션을 성공시켜야만 하는 리얼 타임 액션물이다.

주원은 '카터'를 통해 약 7년 만에 영화에 복귀했다. 그는 "이 작품은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이게 가능한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지만 시도해보고 싶었다. 이게 잘 나온다면 내 필모그래피에 엄청난 작품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도전해보고 싶었다. 너무 욕심이 나는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주원은 모든 기억을 잃고,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의문의 미션을 성공해야 하는 주연 카터 역을 맡았다. 화려한 액션이 요구되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하기 위해 그는 7kg 가량 벌크업을 감행하기도 했다. 삭발과 문신까지 완전한 '카터'가 되려 노력했다.

주원은 "처음에 노출신이 있었다. 카터의 첫 인상이라서 그걸 위해 몸을 많이 만들었다. 또 내가 출연한 작품 중 가장 짧은 머리이고, 뒷통수에 있는 수술 자국과 목소리 등 디테일하게 모든 게 카터처럼 보일 수 있게 많은 변화를 줬다. 촬영이 끝나고 카터에서 주원으로 다시 돌아오기까지가 힘든 작품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신인의 마음으로 촬영했다. 특히 카터 역할은 욕심도 굉장히 많이 나고, 지금도 아끼고 제일 사랑하는 역할이라 정말 신인의 마음, 초심으로 돌아가 작업했다"고 덧붙였다.

정 감독에 대한 신뢰도 완성도 높은 '카터'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 주원은 "감독님은 연기에서 가둬두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오픈돼 있고, 내 얘길 잘 들어주는 스타일이었다. 또 확고한 생각이 있었다. 촬영할 때 '저게 맞나?', '될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감독님 머릿속에 모든 게 계산되어 있었다. 그걸 초반에 설명해줄 때 믿고 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와 스태프들이 아무 의심 없이 믿고 갔다"고 전했다.

정 감독은 주원의 이미지 변신에 특히 신경을 썼다. 그는 "기존에 꽃미남 느낌이 있어서 그런 걸 바꿔보자고 이야기했다. 어떻게 해야 거친 느낌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해 대화했는데, 상남자 느낌이 있더라. 머리도 자르면서 내가 원하는 카터의 모습이 됐다"며 만족스러워했다.

무엇보다 '카터'의 가장 큰 기대 포인트는 리얼함이 느껴지는 다채로운 액션신이다. 맨몸부터 자동차, 오토바이, 헬기, 기차, 스카이다이빙까지 '액션의 모든 것'이 담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원은 4달 가량 액션 트레이닝을 받으며 '리얼 액션'을 위해 자신을 갈고 닦았다. 그는 대역 없이 실제로 액션을 소화한 비중이 어느 정도냐는 물음에 "거의 다 했다"며 웃었다. 이어 "'저건 당연히 대역이 했겠지'라고 생각될 만한 걸 거의 다 내가 했다. 대역 친구도 너무 훌륭하게 잘해줬지만, 어쨌든 배우가 하는 것과 액션팀이 하는 게 조금은 다른 면이 있어서 직접 액션 촬영을 했다"고 말했다.

정 감독 역시 "많은 부분을 주원이 소화했다"면서 "대역을 써야 하지 않겠냐고 했던 장면도 본인이 흔쾌히 하겠다고 해서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주원은 "카터의 액션은 원테이크로 찍었다. 영화 러닝타임이 두 시간이 조금 넘는데 거의 두 시간이 액션이라고 봐도 될 정도다. 두 시간 분량의 합을 다 외우고 촬영에 들어가야 했다. 시간을 투자해 액션 연습을 했다"면서 "'오늘은 몇 명과 싸울까', '몇 명을 다치게 할까' 이런 생각을 하며 촬영을 하러 갔다. 매일 고강도 액션신을 했다. 합을 외우는 것부터 촬영 기법까지 매일이 버라이어티했다"고 전했다.

주원은 어떤 촬영이 될 거란 예상이 모두 빗나간 게 바로 '카터'였다고 했다. 가장 힘들었던 액션신에 대해 묻자 그는 "다 쉽지 않았지만 목욕탕에서 하는 첫 액션 장면이 거의 알몸으로 싸워서 힘들었다. 또 트럭과 오토바이가 달리면서 싸우는 장면이 있는데 그늘 한 점 없이 땡볕에서 모래 바람을 맞으며 촬영했다. 그때도 스태프분들이 다 고생해서 기억에 남는다"고 답했다.

반면, 정 감독은 주원이 가장 힘들었다고 꼽은 목욕탕신을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꼽았다. 그는 "처음에 깨어나서 목욕탕으로 연결되는 신을 해보고 싶었다. 사실 다른 시나리오에 있는 메인 장면인데 '카터'에 가져왔다"고 밝혔다.

정 감독이 촬영 당시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헬기와 스카이다이빙 액션이 나오는 신이라고. 그는 "실제로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스카이다이빙 촬영만 10회차 이상을 썼다. 실제 자유낙하로 찍을 수 있는 시간이 30~40초밖에 안 된다. 하루 10번을 뛴다고 해도 400초라서 찍는다는 자체가 내겐 도전이었다. 헬기 신은 헬기를 실제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 특수 장비를 구했고 거기서 오는 시행착오가 있었다. 생각보다 구현이 안 됐다"고 털어놨다.

다만 "예전엔 영화를 찍다가 안 되는 것들이 생기면 그에 대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이번엔 마인드 자체가 안 되면 더 잘 되려나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 번도 현장에서 화를 내거나 큰 소리를 내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카터'의 액션을 "거친 수묵화"에 비유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어렸을 때 꿈이 화가가 되는 거였다. 먹을 많이 써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되고 싶었는데, 스크린에 그림을 그리는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을 갖게 됐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카터 문신도 먹으로 그린 문신을 택했다. 거친 느낌을 주고 싶었다. 누가 그리고 간 듯한 느낌을 카터의 몸에 그리고 싶었다. 어렸을 때 화가가 되고 싶었던 꿈을 카터에 투영시켰다. 내가 카터의 몸에 개인전을 연 것 같다"고 밝혔다.

주원은 "날 것 그대로"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짜여진 합이지만 자연스러웠다. 정말 이 사람과 실제로 싸울 때 이렇게 하겠구나라는 자연스러운 합이었다"면서 "그간 훌륭한 액션 작품들이 많았지만 자신있게 '카터'는 또 새로운 영역의 액션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작품으로 인해 한국의 액션 영화를 세계에 널리 퍼트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오랫동안 모두가 고생하며 만든 작품이니 많은 분들이 보고 응원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카터'는 오는 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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