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 '사상최대' 순익 낸 정유업체들, 순항 이어갈까?
글로벌 정유기업들이 2분기 역대급 실적을 썼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2분기에 국제유가가 급등한 영향이다. 그러나 ‘반짝 실적’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지며 유가도 하락세를 그리고 있어서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석유기업인 엑슨모빌은 2분기 179억달러(약 23조340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고 발표했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다. 전년 같은 기간(46억9000만달러) 대비 4배가량 뛰었다. 2위 석유기업 셰브론의 2분기 순이익도 116억달러로 31억달러였던 전년 동기의 4배 수준이다. 쉘과 프랑스 토탈에너지도 2분기 각각 115억달러와 98억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실적 공신은 유가다. 서방 국가들의 대러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 공급이 줄어들면서 국제유가가 뛰었다.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줄이며 맞불을 놓은 점도 한몫했다. 2분기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의 평균 가격은 배럴당 109달러, 북해산 브랜트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114달러였다.유가가 오르면 엑슨모빌처럼 유전을 개발해 석유를 직접 생산하는 정유기업들은 갖고 있던 원유의 재고평가이익이 오르는 효과가 있다.

대런 우즈 엑슨모빌 최고경영자(CEO)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석유 수급 상황이 악화되면서 원유와 천연가스, 정제 제품 가격 인상에 일조했다”고 설명했다. 엑슨모빌과 셰브론은 순이익이 증가한 만큼 자사주도 매입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다만 2분기 실적이 정점일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국제유가가 지난달부터 힘을 잃고 있어서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만큼 유가 수요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발표된 G2(주요 2개국)의 제조업 지표도 악화됐다. 7월 중국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4로 전월(51.7)보다 하락했다. 7월 제조업 PMI는 49로 경기 위축 가능성을 드러냈다. 7월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확정치는 52.2로 2년 만에 가장 낮았다.

6월 말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던 WTI는 현재 배럴당 93달러대까지 떨어졌다. 브렌트유도 같은 기간 배럴당 110달러대에서 99달러선으로 하락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