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투자자들의 올해 수익률을 보면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 됐다. 한 증권사에 따르면 모든 연령대의 투자자들이 작년 5월부터 지난 4월말까지 주식 투자로 손실을 봤다. 1억원 미만(-14.5%)과 1억~3억원 미만(-12.8%) 등 보유한 자산이 적은 투자자들의 손실은 더 컸다. 증권사에 운용을 맡기는 펀드 역시 -10%는 기본이다.
"내 주식 -30%, 조언해줄 사람 있나요"…핀크가 사용자를 늘리는 방법[긱스]
투자하는 종목마다 떨어진 탓에 연 3~4% 이자라도 주는 은행 예·적금으로 갈아타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동영상에서 전문가가 추천한 종목에 투자했는데 급락하니 실망하는 사람도 많다. 각종 주식 관련 컨텐츠의 방문률이 크게 떨어진 이유다.

"계좌 인증하삼"...재방문율 80% 넘는 이유

투자 고수들이 자기가 보유한 주식만이 아니라 미리 자신의 예·적금이나 대출, 소비까지 공유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돈을 모으지?"라는 물음에서 시작한 '핀크리얼리'는 이런 맹점을 메워줄 수 있는 서비스로 평가받는다.

핀크리얼리에선 자신의 계좌를 공유하면 남의 계좌를 들여다볼 수 있다. 수익률이 좋은 사람에게 쪽지를 보내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일반적인 재테크 채널과 다른 점은 투자 고수들이 담아놓은 주식 종목 뿐 아니라 액수, 수익률까지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 고수가 들어놓은 예·적금과 대출, 소비내역까지도 들여다볼 수 있다. 이젠 암호화폐까지도 열어놨다. 지금처럼 주식에서 예·적금으로 '역머니무브'가 일어날 때도 투자 고수들이 미리 예·적금을 들어놨는지, 어떤 배당주를 사놨는지 확인이 가능하다. 수익률이 좋은 사람에게 쪽지를 보내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기자와 월평균 지출액이 비슷한 한 30대 여성은 지난 1일에만 총 430만원을 적금에 넣었다. 모아둔 돈 2억2000만원 가운데 새마을금고 정기예탁금에만 1억3200만원이 들어가있다. 주식에 투자한 돈은 없다. SC제일은행에서 2억1000만원을 대출받아 집도 마련해뒀다.

권영탁 핀크 대표는 "나이, 지출, 수입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개인 PB가 있지 않는 한 자신의 자금 사정에 맞는 조언을 얻을 수 있는 곳이 없다"며 "나와 비슷한 나이대 사람들의 수입이 얼마나 되며 어떤 적금을 들고, 어떤 종목에 얼마만큼의 비율로 투자하고 있는지 실제 데이터를 보면 본인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내 주식 -30%, 조언해줄 사람 있나요"…핀크가 사용자를 늘리는 방법[긱스]
금융 데이터를 모아 투자고수들의 자산관리를 따라할 수 있는 '리얼리'를 권 대표가 기획하게 된 이유다. "특히 타깃층인 MZ세대는 자기가 가진 것을 보여주고 남들로부터 정보를 얻는 데 익숙해 참여에 적극적인 편"이라고 덧붙였다.

개인투자자들이 부족한 투자정보를 얻는 루트로 활용되는 까닭에 핀크리얼리는 재방문율이 높다. 핀크리얼리에서는 매달 챌린지는 진행해 이를 달성한 사람에게 보상을 지급한다. 이 챌린지 참가자들의 5·6·7월 리텐션(재방문율)은 각각 87%와 85%, 84%에 달했다. 투자자들간의 정보 교환도 활발해지고 있다. 참여자들이 다른 참여자에게 보낸 쪽지는 1인당 평균 100건, 1인 최다 4만5000건으로 나타났다.
"내 주식 -30%, 조언해줄 사람 있나요"…핀크가 사용자를 늘리는 방법[긱스]
핀크에서는 '카페 카드결제횟수 챌린지'가 벌어지고 있다. 카페에서 쓴 금액만 따로 모아 순위를 매기고 보상을 받아가는 방식이다. '펀드도 수익난다 챌린지'와 '총 대출금 챌린지'도 진행 중이다. 펀드도 수익난다 챌린지에선 무려 937.5%의 수익을 낸 사람이 1등이다. 총 대출금 챌린지 1등은 12억원의 대출을 받아간 40대 남성이다.

작년 11월부터 시작된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으로 서비스의 '디테일'을 더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각 금융사에 연결된 오픈 API를 기반으로 타인의 금융거래 내역(지출, 주식, 대출, 예적금 등)을 가리는 것 없이 상세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기존 웹 스크래핑 방식과 달라진 점은 카드 포인트 데이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핀크는 핀크리얼리에서 참여자들이 누가 많은 포인트를 쌓았는지 경쟁을 붙이는 챌린지를 진행하기도 했다.

권 대표가 주목하는 건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이다. 그는 "핀크리얼리 챌린지에 게임 요소를 좀더 활용해 이용자수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령 '수익률 경쟁하기'와 같은 기존 챌린지는 고수들에게 혜택이 집중된 탓에 순위 변동이 없어 일반 투자자로부터는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대신 '종가 맞히기'처럼 일반 투자자도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챌린지를 도입하면서 실시간으로 의견을 주고받도록 했다. 연내 출시할 핀크리얼리 2.0에는 이런 흥미 요소를 더 담아내겠다는 목표다. 권 대표는 "투자자들이 게임 요소에 흥미를 느끼고 다시 앱을 찾으면 다른 사람들의 자산관리 노하우도 배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환대출 비교서비스, 금융업계 첫 출시

작년 증시 호황을 지나 올해 금리인상기에 접어들었다. 이제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건 금리다.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갈아타는 '대환대출'이 주목받는 시기가 됐다는 것이다. 핀크는 핀크리얼리에 이어 대환대출 비교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내놨다. 둘 다 소비자가 시기에 따라 필요한 금융상품이 뭔지 고민한 결과물이란 평가다.
"내 주식 -30%, 조언해줄 사람 있나요"…핀크가 사용자를 늘리는 방법[긱스]
대환대출 플랫폼은 이미 작년 금융위가 발표한 아이디어로 작년 11월 플랫폼이 출범할 예정이었지만 이내 좌절됐다. 기존 금융권의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선 정치권으로부터 대환대출 플랫폼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다.

권 대표는 "금리 인상에다 인플레이션 위협까지 더해져 소비자 금리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더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핀크의 대환대출 비교서비스는 대출 보유내역 조회부터 대환 신청까지 모든 과정을 앱에서 진행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275개 금융사에 연결된 핀크 마이데이터를 통해 기존 대출 내역을 조회하고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최적화된 대환 조건을 찾아준다. 상품을 선택하면 제휴 금융기관으로 연결되어 본심사, 상환 등의 나머지 프로세스를 진행할 수 있다. 현재로선 1금융권에선 하나은행, 2금융권 3개 저축은행이 들어온 상태지만 제휴처를 더 늘려갈 계획이다. 권 대표는 "금융사와 소비자의 정보 불균형을 좁혀 금융서비스가 좀더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바뀌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