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항에서 출항한 곡물 수출선 라조니호가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에 2일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뒤 5개월여만에 흑해를 통한 첫 곡물 수출이 8부 능선을 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튀르키예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선이 이스탄불에 도착했다고 발표했다. 전날 오전 9시께 시에라리온 국적선 라조니호는 옥수수 2만 6000t을 싣고 우크라이나 오데사항에서 출항했다. 흑해를 통과한 라조니호는 항해 36여시간만인 2일 오후 9시께 이스탄불 보스포루스 해협 인근에 정박했다.

튀르키예 국방부는 “이번 출항을 시작으로 하루에 한 대꼴로 우크라이나에서 곡물 수출선이 출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에선 현재 16척의 곡물 수출선이 총 58만t의 곡물을 선적하고 출항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당초 라조니호가 튀르키예에 도착하는 날이 3일로 지연될 것으로 예상했다. 출항 초반에 기뢰를 피하려 운항 속도를 낮췄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인근 해역을 빠져나온 뒤 속도를 높여 일정에 맞춰 이스탄불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조니호는 3일 이스탄불에서 우크라이나·러시아·튀르키예·유엔 등이 공동 운영하는 공동조정센터(JCC)로부터 선박 검사를 받게 된다. JCC는 선박에 곡물 외에 무기 등 허용되지 않은 물품이 선적됐는지를 확인한 뒤 문제가 없으면 라조니호의 보스포루스 해협 통과를 승인할 계획이다.

선박 검사를 통과하게 되면 라조니호는 지중해를 거쳐 목적지인 레바논 트리폴리로 향할 예정이다. 곡물 하적을 마무리하면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뒤로 5개월여 만에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이 처음으로 성사된다.

세계를 덮친 식량 위기가 다소 완화될 전망이다. 러시아군이 흑해를 봉쇄한 뒤 세계 최대 식량 수출국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 곡물이 흑해 항만에 5개월 동안 묶여 있었다. 약 2500만t에 달하는 곡물이 창고에 쌓여있지만 밀 한 톨도 흑해를 벗어나지 못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지난달 22일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흑해 항로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 합의하며 숨통이 트였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흑해 항로가 열리면 매달 500만t 분량의 곡물을 실어 나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