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역사박물관, 5일부터 신문 검열본·삭제본 등 공개
붉은 줄 긋고 사진삭제…민족지 '중외일보' 곳곳 일제 검열 흔적
일제가 '붉은색 펜'으로 검열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일간지 '중외일보'(中外日報)를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이달 5일부터 박물관 1층 로비에서 '중외일보' 검열본과 삭제본을 공개하는 '일제는 무엇을 숨기려 했는가?' 특별전을 연다고 3일 밝혔다.

중외일보는 1926년 창간해 1931년까지 1천492호를 발행한 신문이다.

일제강점기 대표적 민족 언론 중 하나로 평가되는데 경영난으로 휴간을 거듭하다 약 5년 만에 폐간했다.

광복 77주년을 앞두고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1926년 12월 7일∼1928년 2월 27일에 발간된 신문 가운데 16개 호(21개 면)를 통해 당시 일제의 언론 검열이 어떠했는지 생생히 보여준다.

검열을 거쳐 삭제된 기사들은 일본의 기준에서 봤을 때 일본 왕가를 모독하거나 조선 통치를 부인 또는 방해하고, 쟁의를 선동하며, 독립운동가를 옹호하고, 사유재산을 부인하는 내용이었다.

일례로 1926년 12월 18일 자로 발행된 34호의 1면은 일왕의 건강을 다뤘다는 이유로 일부 기사가 삭제된 경우다.

원래 신문에는 '새하얀 이불에 덥히신 폐하 / 황후 폐하께서 중신을 부름 / 늙은 신하들이 감격으로 눈물을 흘림' 등의 내용이 있었는데 검열 과정에서 '빨간 줄'이 죽죽 그어졌다.

결국 이 부분은 삭제된 채 빈칸으로 나가게 됐다.

붉은 줄 긋고 사진삭제…민족지 '중외일보' 곳곳 일제 검열 흔적
3·1 운동 8주년에 나올 예정이었던 신문 역시 곳곳에서 검열을 받았다.

1927년 3월 1일에 나온 이 신문(107호) 2면은 왼쪽 상단에 있던 사진이 삭제됐고 일부 기사도 빠졌다.

사진은 1919년 3월 1일에 민족대표 33인이 독립선언서를 낭독했던 태화관의 전경을 담은 것인데 붉은색의 '差押'(차압·압수라는 의미) 글자가 또렷이 남아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과거 태화관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나 관련 자료가 많지 않은데, 검열 흔적이 있는 신문 속 사진이기는 하나 당시 모습에 근접한 터라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로비에서 열리는 '작은 전시'인 만큼 34호와 107호 신문 외 나머지 자료는 영인본(影印本, 원본을 사진이나 기타 방법으로 복제한 인쇄본)이나 키오스크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박물관은 이번 전시와 관련해 5일 오후 장신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를 초청해 강연회도 연다.

현재 박물관은 1926년 12월∼1931년 3월 사이에 발간된 중외일보 총 838점을 소장하고 있다.

박물관은 소장 중인 신문 전체를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해 추후 학계에 공개할 예정이다.

붉은 줄 긋고 사진삭제…민족지 '중외일보' 곳곳 일제 검열 흔적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