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잃을까 가격 인상도 부담"
재료 바꾸거나 양 줄이기도


경기 수원시에서 양식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조만간 매장 내에 '1인 1메뉴' 안내문을 붙일 계획이다.
"'1인 1메뉴' 주문해주세요"…고물가에 대책 찾는 자영업자들
이전까지는 단체 손님이 인원수보다 적은 개수의 메뉴를 주문해도 개의치 않았지만, 천정부지로 오른 식자재값이 내릴 기미가 보이지 않자 한 명당 1개 이상의 메뉴를 주문하도록 한 것이다.

메뉴 가격을 1천원씩 올려볼까도 고민했지만, 단골손님이 떠날까 걱정돼 다른 방법을 찾아 나섰다고 한다.

A씨는 "식용유와 밀가루 가격이 지난해보다 20∼30%는 오른 탓에 매출이 늘지 않으면 현상 유지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동네 장사'를 하고 있다 보니 음식 가격을 올리면 단골손님이 경쟁 업체로 발길을 돌리지는 않을까 걱정돼 '1인 1메뉴제'라도 도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 위기'가 이어지면서 A씨 같은 영세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6월부터 지난달까지 '골목상권' 업종으로 불리는 음식점업과 도소매업 등을 하는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6%가 올해 상반기 매출 감소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폐업을 고려 중이라는 답변도 33.0%에 달했다.

'올해 예상되는 가장 큰 애로사항'에 대한 답변을 보면 '물가 상승에 따른 재료 매입비 부담'(23.6%)이 가장 많았고 '임차료 상승 및 세금 부담'(17.2%), '금리 상승, 만기 도래에 따른 대출 상환 부담'(14.8%),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따른 전반적인 소비심리 회복 한계'(10.5%) 등이 뒤를 이었다.

여러 어려움이 겹친 상황에서 이미 음식값을 올린 업주들도 상당수지만, 이것 만으로 매출을 회복하기 역부족이어서 또는 가격 경쟁력을 위해 다른 대안을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

대전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30대 B씨는 당분간 샐러드 재료로 사용해오던 상추를 보다 저렴한 양상추로 대체할 계획이라고 한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4㎏당 2만원대였던 상추 가격이 최근 6만원에 가까워지자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다.

B씨는 "기존에 사용하던 드레싱에는 상추가 가장 잘 어울리지만,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다 보니 원래 레시피대로 팔면 매출 대비 식자재값만 절반에 이를 지경"이라며 "인건비에 가게 유지비까지 더하면 이윤이 거의 남지 않는 셈이어서 물가가 잡힐 때까지는 바뀐 레시피대로 장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1인 1메뉴' 주문해주세요"…고물가에 대책 찾는 자영업자들
반찬 리필 횟수를 제한하는 사례도 있다.

최근 자영업자들이 주로 활동하는 한 온라인 카페에서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힌 누리꾼이 "요즘 야채값이 다 올랐는데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반찬을) 많이 드시는 분이 계신다"며 "반찬 한 종류당 3번까지만 리필해드리고 이후에는 한 번 리필할 때마다 1천원씩 더 받으려고 하는데 어떻겠느냐"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밖에도 온라인 커뮤니티와 오픈채팅방에 모인 자영업자들은 음식 양 줄이기, 주류 가격 4천원에서 5천원으로 올리기 등 여러 대안을 공유하는 모습이다.

몇몇 업주들은 바뀐 운영 방침에 불만을 품은 손님을 응대하는 일이 최근 새로운 숙제가 됐다고 하소연한다.

수원시 인계동의 한 도시락 가게 사장은 "물가가 올라 반찬 양을 조금 줄였는데 얼마 전 배달 주문을 한 손님이 이전보다 음식 양이 적어졌다며 배달 앱 리뷰란에 낮은 평점을 줘 속상했다"며 "주변 다른 업주들도 음식이나 술값이 올랐다며 항의하는 손님과 실랑이를 하다가도 발길을 끊지 않도록 결국 양해를 구하는 것 같더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