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MTD디지털 홈페이지 캡처
사진=AMTD디지털 홈페이지 캡처
한 홍콩 핀테크 기업의 주식이 미국 증시에 상장한지 2주일 만에 한때 2만5000% 이상의 주가 상승률(공모가 대비)을 보이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기업의 실체와 무관한 이상 급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3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AMTD디지털(티커 HKD)은 장중 한때 전날보다 19% 이상 오른 2000달러에 거래됐다. AMTD디지털이 지난달 18일 상장하기 위해 책정한 공모가(7.8달러)의 256배다. 공모가 대비 주가상승률로는 2만5500% 이상이다. 그러나 결국 AMTD디지털은 전날보다 34.48% 하락한 1100달러로 장을 마쳤다.

인지도가 높지 않은 AMTD디지털은 한때 시가총액 4000억달러 이상으로 불어나며 한때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 중국 알리바바 등을 제쳤다고 포천지는 분석했다. 급락한 3일 종가를 기준으로 한 시가총액도 2035억달러로 월트디즈니(1985억달러), 맥도날드(1938억달러), 나이키(1792억달러),골드만삭스(1158억달러), 보잉(989억달러) 등 주요 S&P500기업의 가치를 뛰어넘는다.
<AMTD디지털 주가그래프>
자료: 야후파이낸스
<AMTD디지털 주가그래프> 자료: 야후파이낸스
AMTD디지털의 주가 급등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이 회사는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통해 지난해 25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AMTD디지털은 2일 자사의 홈페이지에서 투자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면서도 최근 주가 폭등과 관련해 특기할 만한 사항은 없다고 설명했다.

공매도 투자사 힌덴버그리서치의 네이트 앤더슨 대표는 “AMTD디지털의 주가 급등은 ‘펌프앤덤프’로 보인다”고 말했다. 펌프앤덤프는 이른바 ‘작전세력’이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한 뒤 차익을 챙기는 증권범죄를 뜻한다.

여기에 개인투자자들까지 몰리면서 주가 변동성이 극대화했다는 분석이다. 게임스톱 등 밈 주식(소셜미디어 등에서 입소문을 탄 주식) 열풍의 진원지인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 월스트리트베츠에서는 최근 AMTD디지털에 대한 언급이 급증했다. AMTD디지털이 제2의 게임스톱이나 AMC가 될지 여부를 개인들이 궁금해해서다. 개인 거래가 활발한 플랫폼에서는 AMTD디지털이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CNBC는 “(AMTD디지털의 주가상승률 등은) 게임스톱 열풍을 어린애 장난으로 보이게 할 정도”라고 평가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