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갑영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장 인터뷰…"공포와 절망 속 하루하루 견뎌"
"우크라 실향민 절반이 어린이…인신매매·성폭력 위험도"
"6개월째 이어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어린이 사상자가 908명이나 발생했습니다.

실향민 627만명 중 어린이가 절반이기도 하지요.

이번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사회 최약자인 어린이라 볼 수 있습니다.

"
정갑영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회장은 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전쟁의 참상을 전하며 "가족과 헤어진 어린이들은 인신매매나 성폭력, 학대의 위험에도 노출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유니세프는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현지뿐 아니라 폴란드, 루마니아, 헝가리, 몰도바, 슬로바키아 등 인접 13개 국가에서 구호 활동을 펼치는 중이다.

한국위원회는 직접 현지에 가진 못했지만, 다른 지역 위원회·사무국의 활동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소식을 접하고 있다.

현장에서 돕지 못하는 미안함에 우크라이나 어린이 돕기 캠페인으로 500만 달러를 모아 전달했다.

정 회장은 "국민께서 전해주신 기부금은 전액 긴급구호사업에 투입됐다"며 "영양·보건·식수·교육 관련 긴급구호 물품 6만1천여 개를 제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크라 실향민 절반이 어린이…인신매매·성폭력 위험도"
정 회장은 어린이들이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것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위험'도 크다고 걱정했다.

전쟁의 공포가 어린이들의 정신마저 옥죄고 있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은 집, 친구, 가족과 헤어지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마주하게 됐다"며 "지금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지하 방공호에 몸을 숨긴 채 공포와 절망 속에 하루하루를 견디는 일뿐"이라고 했다.

경제학자 출신인 정 회장은 이번 전쟁이 전 세계 경제에 미친 파급도 주목했다.

그는 "러시아 침공이 야기한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극심한 양극화를 낳았다.

세계적으로 2억명 이상이 극빈자로 전락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억만장자 수는 더 늘었다고 한다"며 "전쟁은 직접적인 인명·재산피해뿐만 아니라 전쟁과는 상관없어 보이는 많은 사람을 어렵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쟁이 일어나면 여러 국가가 안 써도 되는 부분에 쓸데없는 돈을 쓴다.

도둑이 들면 철조망을 치고 담장을 높이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결국 약자에게 돌아가야 할 몫이 온전히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안타까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