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파괴할 힘·별 사이를 산책하기
[신간] 워싱턴 블랙
▲ 워싱턴 블랙 = 에시 에디잔 지음. 김희용 옮김.
가나 출신 이민자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캐나다 소설가 에시 에디잔의 장편소설이다.

에디잔은 이 작품으로 2018년 캐나다 최고 문학상 중 하나인 길러상을 받았고, 세계적인 권위의 문학상인 영국 부커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

1818년 영국령 바베이도스의 페이스 사탕수수 농장에서 남자 노예가 태어난다.

농장주 조지 블랙은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이름과 자신의 성을 붙여 아이 이름을 조지 워싱턴 블랙으로 지었다.

워싱턴은 강인한 여성 노예 빅 컷의 보호 아래 자라며 그녀의 고향인 아프리카의 옛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던 어느 날 잔인한 품성의 이래즈머스 와일드가 새 농장주로 온다.

농장주의 동생인 과학자 터치는 이곳을 방문했다가 워싱턴을 개인 노예로 부리게 되고, 워싱턴은 그에게서 과학의 신비를 배운다.

농장주의 사촌이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워싱턴과 터치는 졸지에 범인으로 몰린다.

두 사람은 열기구를 타고 농장을 벗어나 북극, 캐나다, 영국을 아우르는 대모험을 시작한다.

소설은 온갖 역경과 고초를 겪으면서도 한 인간이 지식을 향한 열망, 품위를 잃지 않으려는 노력, 세계의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는 감수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믿음을 견지한다.

열기구, 카메라 옵스큐라, 과학 세밀화, 시신 탐구와 해부학, 생물 분류법, 박물관 전시, 도서관 아카이브 등 여러 장르와 주제도 접할 수 있다.

비교문학 연구자인 윤경희는 '추천의 글'에서 "영어권 문학의 정전을 원류로 삼되, 그에 내재한 제국주의적 폭력의 양상들을 낱낱이 해체해 다시 쓴 우아하고도 흥미진진한 소설"이라고 말했다.

민음사. 582쪽. 1만8천원.
[신간] 워싱턴 블랙
▲ 모두를 파괴할 힘 = 이경희 지음.
2020년 '테세우스의 배'로 SF어워드 장편 부문 대상을 받은 이경희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한반도를 시작으로 전 세계에 기이한 이들이 나타난다.

이른바 '데비안트'라 불리는 이들은 텔레파스(정신 감응), 키넨시스(염동력), 점퍼(공간 이동), 보이안트(투시력) 능력을 지닌 초능력자들이다.

이 능력은 10~20세에 발현되며, 방사능 수치가 높은 지역에 머무는 이들에게서 눈에 띄게 나타난다.

세상은 처음에 이들을 흥미롭게 바라본다.

그러나 점점 생각만으로 사람을 조종하고, 보이지 않는 힘으로 사물을 움직이며,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어떤 전조도 없이 다른 공간으로 움직이는 이들을 두려워한다.

또 바이러스를 가졌을지도 모르니 외딴 섬에 격리하려 하거나 위법인 능력을 사용할 경우 무력으로 진압하려고 한다.

보통 사람과 다르다는 이유, 세상을 다르게 본다는 이유, 수가 적다는 이유를 든다.

선을 긋고 소수자는 밖으로 내몬다.

소설은 모든 것을 이룰 듯 생생한 에너지로 가득 찬 초기부터 서로를 의심하고 편을 나눠 파국에 이르는 말기까지 혁명의 모든 날을 조명한다.

실패한 혁명이 다음 혁명의 밑거름이 된다는 사실을 일깨우며 우리가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끝없이 싸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정보라 작가는 추천사에서 "다양한 능력을 갖춘 여러 인종과 국적의 주인공들이 전 지구적 혁명을 일으키는 이야기"라며 "무엇보다도 약자와 소수자와 차별받고 소외당하는 사람들 사이의 연대에 대한 탄탄한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다산책방. 560쪽. 1만6천원.
[신간] 워싱턴 블랙
▲ 별 사이를 산책하기 = 유덕희 외 5인 지음.
'마냥, 슬슬'을 이은 '숨, 소리' 시리즈 두 번째 책으로, 여성동아 문우회 회원 중 여섯 작가의 작품을 모은 앤솔러지(선집)다.

여성동아 문우회는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된 작가들의 모임으로 사회의 부조리한 상황에 목소리를 내고자 결성됐다.

지난 50년간 박완서를 비롯해 여러 작가가 참여하고 있다.

이번 선집에는 눈부시게 밝은 순간과 칠흑 같은 순간 등 우리 생의 여러 순간을 포착한 여섯 개의 이야기가 담겼다.

표제작은 유덕희의 '별 사이를 산책하기'다.

주인공 나는 아픔에서 벗어나고자 도피하듯 필리핀으로 건너가 사설 어학원에서 일한다.

어학원에 온 한국 아이들 역시 저마다 아픔을 안고 있다.

숨쉬는책공장. 236쪽. 1만3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