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민(왼쪽) 한국벤처투자 사장과 강성천 중소벤처기업부 전 차관. 신경훈 기자
이영민(왼쪽) 한국벤처투자 사장과 강성천 중소벤처기업부 전 차관. 신경훈 기자
벤처 정책 자금 집행을 담당하는 한국벤처투자(KVIC)가 다음 달 신임 대표 선임을 앞두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대표를 뽑는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원래 외부 민간 인사로만 구성하도록 돼 있는데, 신임 사장 공모를 앞두고 '사외이사들도 임추위원을 맡도록' 사규를 개정했기 때문이다. 사외이사들이 대표 선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것이다.

현재 한국벤처투자의 사외 이사 등 경영진은 전 정부 때 선임됐다. 결국 현 정부의 공공기관장을 뽑는데 전 정부 인사들이 관여하는 구도가 됐다.

4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벤처투자는 지난 6월 8일 이사회를 열고 임추위 구성 방식과 정원에 관한 규정을 바꿨다. 당초 5명 전원을 외부 민간인사로 구성했던 임추위에 3명의 사외이사를 포함해 비상임이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개정한 게 골자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을 준용한다는 이유로 임원추진위원회 정원은 5~15명으로 정할 수 있게 하면서도 외부 민간인사의 의결정족수를 과반 이하로 제한했다.

한 VC 업계 관계자는 "사장 후보자를 심사 중인 임원추진위원회의 '표심'을 사외이사들이 좌지우지하는 형국이 됐다"고 지적했다.

한국벤처투자는 이영민 사장 취임 이후 2020년 1월 처음으로 민간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당초 임기는 2년으로 2022년 1월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2020년 9월 정관 개정을 통해 임기를 1년 단위로 연장할 수 있게 했다.

한국벤처투자는 관계자는 "기타공공기관으로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규정을 준용해 사규를 개정한 것일 뿐"이라며 "사외이사가 대표를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임추위에서도 민간의 시선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VC 대표는 “한국벤처투자는 수조 원을 벤처투자에 집행하는 기관 특성상 전문성 있는 인사를 선임하기 위해 그동안 임추위를 외부위원으로 구성했던 것인데 이 같은 인사 원칙이 한순간에 뒤집어졌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지난 정부가 대선에서 패한 직후 인사 ‘대못'을 박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한국벤처투자는 12일 후보자 면접을 앞두고 전 정부측과 가까운 인사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허란/김종우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