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약업 1세대…53년 안국약품 이끈 어준선 명예회장 별세
국내 제약업계 1세대 경영자로 53년간 안국약품을 이끌어온 어준선 명예회장이 4일 별세했다. 향년 85세.

1937년 충북 보은에서 태어난 고인은 대전고, 중앙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서울약품 파견관리이사로 근무하던 1969년 안국약품을 인수해 제약업계에 발을 들였다.

고인이 안국약품에서 처음 출시한 제품은 기침약 ‘투수코친’이다. 1981년 먹는 시력감퇴 개선제 ‘토비콤’을 내놓으며 대표 브랜드로 키웠다. 고인은 국산 신약 개발을 위해 비슷한 매출의 다른 제약사보다 10~20% 정도 많은 비용을 쏟아부으면서 푸로스판, 애니펜, 레보텐션, 시네츄라, 레보살탄, 레토프라 등을 출시했다. 2010년대에 들어선 바이오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바이오의약본부를 꾸렸다. 2020년엔 토털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안국약품 2030 뉴비전’을 선포했다.

고인은 평소 임직원에게 ‘주전자강성(主專自强成·주인의식을 갖고 전문성을 키우면 자신감이 생겨 성공할 수 있다)’을 강조했다. 영업부 임직원과 직접 소통한 경영자로도 잘 알려졌다.

제약업계 발전에도 많은 공을 세웠다. 1979년 대한약품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을 지내면서 향남제약공단을 구축해 중소 제약사의 생산 공장 부족 문제를 해결했다. 제약협회 회장, 이사장 등을 지냈다. 1996년부터 4년간 15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고인은 외환위기 당시 국내 기업이 외국에 헐값으로 팔리는 것을 막는 ‘자산재평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2001년 대한민국 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임영균 씨와 아들 어진 안국약품 부회장, 어광 안국건강 대표, 딸 어연진·어명진 씨, 어예진 해담경제연구소장이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영결식은 6일 오전 6시.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