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값 5개월만에 또 인상…레미콘·건설社 반발
지난 4월 시멘트값을 올린 시멘트업계가 오는 9월 또다시 12~15% 인상을 추진하자 건설업계와 레미콘업계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시멘트업계는 올 들어 두 배 이상 급등한 유연탄 영향으로 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시멘트 주요 소비자인 건설사와 레미콘업계는 “관련 업계가 고통을 분담해 분양가 인상에 따른 국민 피해를 막아달라”고 촉구했다.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는 4일 대한건설협회와 레미콘업계, 현대건설, DL이앤씨,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 건설업계 관계자들과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최근 시멘트업체의 연이은 가격 인상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일시멘트는 다음달 1일부터 현재 t당 9만2200원인 시멘트 가격을 10만6000원으로 약 15% 올리는 내용의 공문을 최근 레미콘업체 등에 전달했다. 삼표시멘트도 11.7%의 인상안을 통보했다. 쌍용C&E와 아세아시멘트, 성신양회 등 나머지 시멘트업체도 조만간 인상 폭을 확정해 통보할 전망이다. 시멘트업계는 지난 4월에도 시멘트값을 15~18%가량 올린 바 있다.

이날 건자회 측은 “시멘트값을 인상한 지 4개월도 지나지 않아 추가 인상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행태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인상안이 확정된다면 올 들어 건설·레미콘업계가 시멘트값 인상으로 부담하는 비용이 1조원에 육박한다”며 “시멘트업계의 비용 전가는 분양가 및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국민의 피해만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설업계는 유연탄 시세가 오른 만큼 시멘트 가격을 인상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시멘트업계의 실제 유연탄 구입 단가가 시세보다 낮고 일부에선 가격이 낮은 러시아산 유연탄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건설업계는 레미콘업계와 공동으로 △시멘트업체 계열 레미콘사 제품에 대한 보이콧 △중국·인도산 시멘트 수입 방안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시멘트업계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방침이다. 지난 4월 인상분에 반영된 국제 유연탄 시세는 t당 174달러였다. 하지만 현재 두 배가 넘어 400달러대를 기록하고 있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유연탄은 장기 보관이 어려워 실시간으로 구매할 수밖에 없다”며 “시멘트 가격을 올리지 못하면 생산할수록 손해를 보기 때문에 공장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