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팬데믹 후 폭락장 예측한 베테랑 트레이더
2020년 하반기 국내 증시는 그야말로 호황이었다. 주식시장에 뛰어든 대다수가 돈을 벌었고, 넘치는 유동성에 힘입어 코스피지수는 최고치를 찍었다. 세계 증시도 마찬가지였다. 연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급락했던 세계 주요 지수는 각국의 초저금리·양적완화 정책을 기점으로 반등했다. 상승장에 취한 사람들은 호황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월가 헤지펀드 트레이더인 콜린 랭커스터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각국의 양적완화와 재정 지출이 중장기적으로 경제를 망치는 ‘대량살상무기’라고 생각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미국 중앙은행이 돈을 풀면서 생긴 거품이 걷히기도 전에 새로운 거품이 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예감은 들어맞았다. 2022년 현재 나스닥지수와 코스피지수는 연초 대비 20% 이상 고꾸라졌고,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찾아왔다.

<트레이더 콜린 씨의 일일>은 그가 어떻게 거시경제의 흐름을 읽어내며 폭락장을 예측했는지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기 전인 2019년 10월부터 2020년 6월까지 9개월간 쓴 일기를 재구성했다. 미국의 헤지펀드 트레이더들이 어떻게 팬데믹발(發) 폭락장에 대응했는지 세세하게 담겨 있다. 저자는 월가에서 잔뼈가 굵은 25년 경력의 베테랑 헤지펀드 트레이더다. 시타델, 발야스니 등 대형 헤지펀드 회사를 거쳐 숀펠드에서 글로벌채권 책임자를 맡고 있다.

기관투자가인 그는 모두가 돈을 잃을 때조차 수익을 내야 한다. 그래서 시장을 거시적으로 보고, 다가올 폭락장을 예측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 그는 미국 증시가 반등하기 시작한 2020년 6월에도 긴장을 풀지 않았다. 각국 중앙은행이 푼 돈이 미래 투자에 집중되지 않고, 현재 위기를 일시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밴드’ 역할만 해 결국 부의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트레이너들도 폭락장에 두려움을 느끼고, 정글 같은 금융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는 것도 이 책의 재미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