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대통령 참모들의 '민낯'…'용궁 어벤저스' 필요하다 [여기는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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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좌동욱 반장의 현장 돋보기
펠로시 의장 방한 과정에 드러난 대통령 참모들의 '민낯'
주요 부서 협력·소통 부재, 정무·경제라인 "강건너 불구경"
사적 채용 논란에 "32살, 용돈 모아 1000만원 후원했다?"
대통령 참모들의 소통·협력 없이 복합 위기 극복 못해
펠로시 의장 방한 과정에 드러난 대통령 참모들의 '민낯'
주요 부서 협력·소통 부재, 정무·경제라인 "강건너 불구경"
사적 채용 논란에 "32살, 용돈 모아 1000만원 후원했다?"
대통령 참모들의 소통·협력 없이 복합 위기 극복 못해
“처음 들어보는 표현입니다. 짐작해 보건대 한미동맹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국민께 보여드리기 위해 확대회담식 통화를 한 것을 ‘국익’이라는 차원으로 해석해드리겠습니다. ”
국가안보실 핵심 관계자가 지난 4일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한 발언에 대통령실의 거의 모든 출입기자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사진) 간 면담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가 ‘총체적으로 국익의 관점을 고려해 결정한 사안’이라는 대통령실 입장에 대해 보충 설명을 요청했는데 예상외의 답변이 나왔기 때문이다. 외부로 나가는 대통령실 입장을 총괄하는 최영범 홍보수석(사진 위)이 불과 두 시간 전 같은 자리에서 밝힌 입장이다. 당시 최 수석이 “상세한 내용은 안보실 설명을 들어보는 게 좋겠다”고 해서 질문을 했더니 “처음 들어본다” “해석해 드린다”는 표현을 써가며 장황하게 부연을 한 것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복잡 미묘한 외교 안보 현안에 대해 나온 두 사람의 발언 내용이 마치 상충하는 취지로 해석될 여지를 남겼다는 점이다.
최 수석은 이날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이 중국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전화 문의를 많이 받았다”며 “모든 것은 우리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 수석이 한미동맹 관계를 최우선에 둔다는 우리 정부 입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강조하긴 했지만, 중국과의 관계도 고려했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졌다. 두시간여 뒤 나온 안보실 핵심 관계자는 “(양측이) 2주 전 만나지 않겠다고 결정했고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약 일주일 뒤 결정됐다”며 “중국을 의식해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면담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한번 정한 의전을 다시 잘 바꾸지 않는 외교적 관행 때문이라는 취지의 답변이다.
미국의 서열 3위인 펠로시 의장의 방한 과정에 드러난 대통령실의 민낯은 실망스럽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 간 만남 여부를 놓고 지난 3일부터 “만남이 없다” → “조율 중이다” → “오전 상황과 달라진 게 없다” 등 혼선을 드러냈다. 펠로시 의장 방한은 2주일여 전 결정돼 한국에 통보됐는데 대통령실이 통화를 제안한 시점은 펠로시 의장의 방한 다음 날이다. 왜 이런 문제들이 불거지는 걸까.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 간 만남이 주요 이슈로 부상하게 된 과정은 복합적이다. 펠로시 의장이 행정부 반대를 무릅쓰고 대만을 방문하고 이에 중국이 무력시위로 맞대응하면서 동북아 지역 주요 안보 이슈로 번졌다. 정치권에선 ‘펠로시 의장 홀대’ ‘미·중 균형 외교’ 등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맞섰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칩4 가입’을 종용하는 미국 정부의 입장에 전전긍긍하면서 대응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었다.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 간 만남 여부가 국가안보실뿐 아니라 정무, 홍보, 경제수석이 모두 머리를 맞대야 할 중요 사안이 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분위기는 다르다. 여론을 이끌어야 할 홍보라인은 의사결정에 배제돼 있다. “정무와 경제 라인 참모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는 분위기”라는 얘기가 파다하다.
대통령실이 흡사 정권 말 관료들처럼 무기력해지는 현상은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한 후 더 뚜렷해지고 있다.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며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강행했지만, 조직 내에서 소통과 협력하는 모습도 잘 보이지 않는다. 노동 시장의 관행과 제도, 인플레이션 등이 복합적으로 초래한 노사화물연대 파업과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은 오롯이 사회수석 몫이다. 취학연령 제도 개편으로 빚어진 혼선은 공론화를 제대로 하지 못한 내각(교육부)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인사와 같이 민감한 내부 사안은 쉬쉬한다. 윤 대통령의 강릉 지인의 아들 우모(32)씨의 대통령실 채용이 논란이 됐을 당시 담당 수석은 라디오방송까지 출연해 “문제가 될 게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백브리핑에서 ‘32살 젊은이가 1000만원의 고액 후원금을 어떻게 마련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본인이 용돈을 모아 낼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답변했다. ‘대납 확인을 했냐’는 질문에 “확인을 안 해봤다”고 했다. 이 사안은 권성동 원내대표가 부적절하게 대응했다는 이유로 공개 사과를 하면서 향후 여당 지도부 개편까지 촉발한 사건이다. 이런 중차대한 사안에 대한 대통령실의 인식이나 대응 수준을 ‘프로’라고 평가하긴 어렵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윤 대통령이 다음 주 복귀하더라도 참모들을 재신임할 것으로 보는 전망이 다소 우세하다. 시급한 현안들이 쌓이는데 다시 인사 문제로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는 현실론 때문이다. 하지만 내부의 조직 분위기를 일신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이 처한 복합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모래알처럼 흩어지고 있는 조직 내 원심력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대한민국 위기를 구할 ‘용궁어벤저스’를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국가안보실 핵심 관계자가 지난 4일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한 발언에 대통령실의 거의 모든 출입기자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사진) 간 면담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가 ‘총체적으로 국익의 관점을 고려해 결정한 사안’이라는 대통령실 입장에 대해 보충 설명을 요청했는데 예상외의 답변이 나왔기 때문이다. 외부로 나가는 대통령실 입장을 총괄하는 최영범 홍보수석(사진 위)이 불과 두 시간 전 같은 자리에서 밝힌 입장이다. 당시 최 수석이 “상세한 내용은 안보실 설명을 들어보는 게 좋겠다”고 해서 질문을 했더니 “처음 들어본다” “해석해 드린다”는 표현을 써가며 장황하게 부연을 한 것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복잡 미묘한 외교 안보 현안에 대해 나온 두 사람의 발언 내용이 마치 상충하는 취지로 해석될 여지를 남겼다는 점이다.
최 수석은 이날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이 중국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전화 문의를 많이 받았다”며 “모든 것은 우리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 수석이 한미동맹 관계를 최우선에 둔다는 우리 정부 입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강조하긴 했지만, 중국과의 관계도 고려했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졌다. 두시간여 뒤 나온 안보실 핵심 관계자는 “(양측이) 2주 전 만나지 않겠다고 결정했고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약 일주일 뒤 결정됐다”며 “중국을 의식해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면담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한번 정한 의전을 다시 잘 바꾸지 않는 외교적 관행 때문이라는 취지의 답변이다.
미국의 서열 3위인 펠로시 의장의 방한 과정에 드러난 대통령실의 민낯은 실망스럽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 간 만남 여부를 놓고 지난 3일부터 “만남이 없다” → “조율 중이다” → “오전 상황과 달라진 게 없다” 등 혼선을 드러냈다. 펠로시 의장 방한은 2주일여 전 결정돼 한국에 통보됐는데 대통령실이 통화를 제안한 시점은 펠로시 의장의 방한 다음 날이다. 왜 이런 문제들이 불거지는 걸까.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 간 만남이 주요 이슈로 부상하게 된 과정은 복합적이다. 펠로시 의장이 행정부 반대를 무릅쓰고 대만을 방문하고 이에 중국이 무력시위로 맞대응하면서 동북아 지역 주요 안보 이슈로 번졌다. 정치권에선 ‘펠로시 의장 홀대’ ‘미·중 균형 외교’ 등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맞섰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칩4 가입’을 종용하는 미국 정부의 입장에 전전긍긍하면서 대응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었다.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 간 만남 여부가 국가안보실뿐 아니라 정무, 홍보, 경제수석이 모두 머리를 맞대야 할 중요 사안이 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분위기는 다르다. 여론을 이끌어야 할 홍보라인은 의사결정에 배제돼 있다. “정무와 경제 라인 참모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는 분위기”라는 얘기가 파다하다.
대통령실이 흡사 정권 말 관료들처럼 무기력해지는 현상은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한 후 더 뚜렷해지고 있다.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며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강행했지만, 조직 내에서 소통과 협력하는 모습도 잘 보이지 않는다. 노동 시장의 관행과 제도, 인플레이션 등이 복합적으로 초래한 노사화물연대 파업과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은 오롯이 사회수석 몫이다. 취학연령 제도 개편으로 빚어진 혼선은 공론화를 제대로 하지 못한 내각(교육부)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인사와 같이 민감한 내부 사안은 쉬쉬한다. 윤 대통령의 강릉 지인의 아들 우모(32)씨의 대통령실 채용이 논란이 됐을 당시 담당 수석은 라디오방송까지 출연해 “문제가 될 게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백브리핑에서 ‘32살 젊은이가 1000만원의 고액 후원금을 어떻게 마련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본인이 용돈을 모아 낼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답변했다. ‘대납 확인을 했냐’는 질문에 “확인을 안 해봤다”고 했다. 이 사안은 권성동 원내대표가 부적절하게 대응했다는 이유로 공개 사과를 하면서 향후 여당 지도부 개편까지 촉발한 사건이다. 이런 중차대한 사안에 대한 대통령실의 인식이나 대응 수준을 ‘프로’라고 평가하긴 어렵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윤 대통령이 다음 주 복귀하더라도 참모들을 재신임할 것으로 보는 전망이 다소 우세하다. 시급한 현안들이 쌓이는데 다시 인사 문제로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는 현실론 때문이다. 하지만 내부의 조직 분위기를 일신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이 처한 복합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모래알처럼 흩어지고 있는 조직 내 원심력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대한민국 위기를 구할 ‘용궁어벤저스’를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