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돈 쓸어가더니…샤넬·루이비통의 '배신' [안혜원의 명품의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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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원의 명품의세계] 9회 샤넬·루이비통의 '배신'
전년比 이익 67%·176% 급등
직원수 증가율은 4%대에 불과
소비자는 서비스 질 하락에 불편
전년比 이익 67%·176% 급등
직원수 증가율은 4%대에 불과
소비자는 서비스 질 하락에 불편
샤넬·루이비통·에르메스… 국내에서 높은 매출 신장을 이어가고 있는 글로벌 고가 명품 브랜드들입니다. 그런데 이 명품 한국 법인들 상당수가 고용 확대에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명품에 거침없이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이들 인기 명품들은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국내 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가져갔는데요. 하지만 한국시장에서는 고용이라는 재투자 없이 돈만 벌고 있다는 것입니다. 외형 성장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고용으로 피해를 본 건 수백만~수천만원의 비싼 제품을 구매하고도 질 낮은 서비스를 받았던 소비자들입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샤넬코리아, 루이비통코리아, 에르메스코리아 등 에·루·샤 3사의 지난해 고용 규모는 2613명입니다. 전년(2461명)에 견줘 6.1%(152명) 늘어난 수준입니다. 매출 규모에 견주면 초라한 고용 수준입니다. 지난해 패션업계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 명품 3사는 국내에서 총 3조2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습니다. 영업이익 합계는 7200억원이 넘습니다. 이익만 1년 새 무려 67.4% 급증했습니다. 에·루·샤는 지난해 여러 차례 대표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면서 영업이익이 더 늘었습니다.
이처럼 3사 모두 영업이익이 두 배 가까이 성장했지만 고용 증가율은 크게 못 미쳤습니다. 샤넬코리아는 작년 한국에서 매출 1조2238억원에 영업이익 248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보다 각각 32%, 67%가 뛰었습니다. 그러나 직원수는 1426명으로 전년(1366명)에 비해 고작 4.3%밖에 늘지 않았습니다. 루이비통코리아의 작년 매출은 전년보다 40.2%가 늘어난 1조4681억원, 영업이익은 176.7% 뛴 3019억원이었지만, 직원수 증가율은 7.1%에 그쳤습니다. 명품업계의 호실적은 주요 브랜드들이 지난해 제품 가격을 여러 차례 인상한 가운데 달성한 것입니다. 루이비통은 지난해 5차례, 샤넬은 4차례나 가격을 올렸습니다. 루이비통은 지난해 10월 최대 33% 가격을 올린 데 이어 올해 2월에도 최대 26%까지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하반기 중에도 인상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루이비통이 에르메스를 겨냥해 내놓은 ‘카퓌신MM’ 제품 가격은 코로나 전 616만원에서 현재 922만원으로 이미 50% 가까이 올랐습니다. 샤넬의 대표 제품 클래식 플랩백(미디움) 가격은 1180만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1월(715만원) 대비 65% 가량 올랐습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돈만 벌어간 채 현지 공헌은 하지 않고 있다는 고가 명품 브랜드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명품 브랜드들은 지금껏 고용 등 한국 사회에 대한 기여없이 대부분의 이익을 해외로 가져간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실제로 이익 대부분이 배당 등을 통해 해외 본사로 넘어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루이비통코리아는 작년 당기순이익의 69%인 1560억원을 배당했으며, 에르메스코리아는 76%인 960억원을 배당했습니다. 샤넬코리아도 당기순이익의 39%에 해당하는 690억원을 배당했습니다. 피해를 보는 것은 국내 소비자들입니다. 날로 치솟는 가격에 비해 제품의 질과 서비스는 낮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많이 나옵니다. 밀려드는 고객에 비해 대응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 대면 서비스 질 저하가 심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샤넬코리아는 매장에서의 화려한 이미지와는 달리 직원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 논란까지 불거지며 노동조합이 근로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명품업계 한 관계자는 “직원 한 명당 담당하는 소비자 수가 너무 많다. 하루에만 수백명씩 한 매장에 몰리는데 직원 수는 늘지 않으니 기본적인 응대를 하는 것에 급급해 서비스 품질에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며 "일은 크게 느는데 인력은 부족하니 보장된 연차도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게 대다수 명품 브랜드의 현실"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국내 시장에 진출한 명품업체들은 아무리 가격을 올려도 소비자들이 줄 서서 사니 굳이 사회 공헌 활동에 큰 돈을 쓸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은 ‘베블렌 효과’가 뚜렷한 소비 시장”이라고 인식해 눈치를 덜 본다는 것입니다. 베블렌 효과란 가격이 오르고 있음에도 소비자의 과시욕 등으로 수요가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명품 소비가 흔해진다면 명품의 권위도 ‘갑’에서 소비자가 우위인 ‘을’로 바뀌는 게 정상인데 한국의 명품 브랜드들이 되레 ‘슈퍼갑’이 되가는 이유입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명품에 거침없이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이들 인기 명품들은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국내 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가져갔는데요. 하지만 한국시장에서는 고용이라는 재투자 없이 돈만 벌고 있다는 것입니다. 외형 성장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고용으로 피해를 본 건 수백만~수천만원의 비싼 제품을 구매하고도 질 낮은 서비스를 받았던 소비자들입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샤넬코리아, 루이비통코리아, 에르메스코리아 등 에·루·샤 3사의 지난해 고용 규모는 2613명입니다. 전년(2461명)에 견줘 6.1%(152명) 늘어난 수준입니다. 매출 규모에 견주면 초라한 고용 수준입니다. 지난해 패션업계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 명품 3사는 국내에서 총 3조2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습니다. 영업이익 합계는 7200억원이 넘습니다. 이익만 1년 새 무려 67.4% 급증했습니다. 에·루·샤는 지난해 여러 차례 대표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면서 영업이익이 더 늘었습니다.
이처럼 3사 모두 영업이익이 두 배 가까이 성장했지만 고용 증가율은 크게 못 미쳤습니다. 샤넬코리아는 작년 한국에서 매출 1조2238억원에 영업이익 248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보다 각각 32%, 67%가 뛰었습니다. 그러나 직원수는 1426명으로 전년(1366명)에 비해 고작 4.3%밖에 늘지 않았습니다. 루이비통코리아의 작년 매출은 전년보다 40.2%가 늘어난 1조4681억원, 영업이익은 176.7% 뛴 3019억원이었지만, 직원수 증가율은 7.1%에 그쳤습니다. 명품업계의 호실적은 주요 브랜드들이 지난해 제품 가격을 여러 차례 인상한 가운데 달성한 것입니다. 루이비통은 지난해 5차례, 샤넬은 4차례나 가격을 올렸습니다. 루이비통은 지난해 10월 최대 33% 가격을 올린 데 이어 올해 2월에도 최대 26%까지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하반기 중에도 인상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루이비통이 에르메스를 겨냥해 내놓은 ‘카퓌신MM’ 제품 가격은 코로나 전 616만원에서 현재 922만원으로 이미 50% 가까이 올랐습니다. 샤넬의 대표 제품 클래식 플랩백(미디움) 가격은 1180만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1월(715만원) 대비 65% 가량 올랐습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돈만 벌어간 채 현지 공헌은 하지 않고 있다는 고가 명품 브랜드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명품 브랜드들은 지금껏 고용 등 한국 사회에 대한 기여없이 대부분의 이익을 해외로 가져간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실제로 이익 대부분이 배당 등을 통해 해외 본사로 넘어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루이비통코리아는 작년 당기순이익의 69%인 1560억원을 배당했으며, 에르메스코리아는 76%인 960억원을 배당했습니다. 샤넬코리아도 당기순이익의 39%에 해당하는 690억원을 배당했습니다. 피해를 보는 것은 국내 소비자들입니다. 날로 치솟는 가격에 비해 제품의 질과 서비스는 낮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많이 나옵니다. 밀려드는 고객에 비해 대응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 대면 서비스 질 저하가 심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샤넬코리아는 매장에서의 화려한 이미지와는 달리 직원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 논란까지 불거지며 노동조합이 근로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명품업계 한 관계자는 “직원 한 명당 담당하는 소비자 수가 너무 많다. 하루에만 수백명씩 한 매장에 몰리는데 직원 수는 늘지 않으니 기본적인 응대를 하는 것에 급급해 서비스 품질에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며 "일은 크게 느는데 인력은 부족하니 보장된 연차도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게 대다수 명품 브랜드의 현실"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국내 시장에 진출한 명품업체들은 아무리 가격을 올려도 소비자들이 줄 서서 사니 굳이 사회 공헌 활동에 큰 돈을 쓸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은 ‘베블렌 효과’가 뚜렷한 소비 시장”이라고 인식해 눈치를 덜 본다는 것입니다. 베블렌 효과란 가격이 오르고 있음에도 소비자의 과시욕 등으로 수요가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명품 소비가 흔해진다면 명품의 권위도 ‘갑’에서 소비자가 우위인 ‘을’로 바뀌는 게 정상인데 한국의 명품 브랜드들이 되레 ‘슈퍼갑’이 되가는 이유입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