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틸렌 시황 갈수록 악화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올 2분기에 21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작년 동기(5940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회사 관계자는 “원료가 상승 및 수요 둔화로 업황이 악화되며 수익성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롯데케미칼의 주력 제품은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등 기초 소재다. 나프타를 수입한 후 이를 열분해(NCC)해 에틸렌과 프로필렌, 벤젠 등의 기초 유분을 생산·판매한다. 롯데케미칼은 에틸렌 생산량 기준으로는 국내 최대 업체다.
문제는 나프타 수입 가격은 크게 올랐지만, 에틸렌 제품가격은 수요 부진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나프타는 석유화학 제품 제조 원가의 70% 가량을 차지한다. 업계에 따르면 수익성 핵심 지표인 에틸렌과 나프타 가격 차이(스프레드)는 올 들어 손익분기점인 t당 3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달 말엔 ‘심리적 마지노선’인 100달러가 한때 무너지기도 했다.
유가 상승에 따른 나프타 가격 인상분이 제품가격에 반영되지 못하면서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롯데케미칼과 함께 국내 주력 에틸렌 생산업체인 대한유화와 여천NCC가 일제히 올 2분기에 영업손실을 낸 것도 이 때문이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예전부터 기초화학소재는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사업”이라며 “최근 들어선 이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수화학사 실적도 동반 부진
석유화학업계의 부진은 에틸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업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국내 최대 석유화학사인 LG화학은 올 2분기에 작년보다 59.0% 감소한 878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LG화학은 다른 업체와 달리 PVC, 아크릴, 합성고무 등 다양한 특수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음에도 경기침체 여파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위생용 장갑 소재 NB라텍스를 앞세워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던 금호석유화학은 올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53.0% 감소한 354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코로나19 특수를 누렸던 NB라텍스 수요가 줄어든 데 이어 타이어용 범용 고무도 수요 악세와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감소한 것이다. 국내 화학사 ‘빅3’인 LG화학·롯데케미칼·금호석유화학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1조2109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4887억원) 대비 65.3% 급감했다.문제는 경기침체 여파로 하반기 들어서도 석유화학업체들의 불황이 깊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수요 부진과 함께 계절적 비수기까지 더해지면서 실적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증권가에선 올 3분기 롯데케미칼과 금호석유화학의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각각 50.1%, 41.5%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석유화학업체들은 나프타를 대체할 수 있는 연료인 액화석유가스(LPG) 사용 비중을 늘리는 한편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사업 다각화 등을 서두르고 있다.
국내 주요 석유화학사 중 전년 동기 대비 유일하게 실적이 상승한 한화솔루션이 대표적이다. 한화솔루션은 케미칼 부문 영업이익은 20% 넘게 급감했지만 태양광 분야의 흑자 전환에 힘입어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인 277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