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68.3% vs 한국노총 28.6%'

고용노동부가 지난 7일 내놓은 '단체협약 시정조치' 관련 보도자료 내용 중 일부입니다. 내용인 즉슨, 정부가 근로자 100인 이상 사업장의 단협 1057개를 조사해보니 63개의 단협에서 우선·특별채용 등 '고용세습' 조항이 적발됐다는 것입니다.

고용부가 예시로 든 위법한 '고용세습' 단협 주요 사례입니다.
-회사는 정년퇴직자 및 장기근속자의 자녀에 대하여 채용 규정상 적합한 경우 우선 채용함을 원칙으로 한다.
-신규채용시 채용자격 요건에 부합하는 경우에 사원 자녀 1명을 우선 채용한다.
-회사는 채용시 재직중인 직원의 자녀와 직원이 추천하는 자에 대하여 전형 절차에 가산점을 부여한다.
-회사는 신규채용이 있을 때 정년퇴직자의 요청에 의하여 그 직계자녀의 능력을 심사, 특별가산점을 부여하고 우선채용 한다.

고용부는 예시와 함께 사업장 규모별로 위법한 단협 비율과 함께 상급단체별 단협 현황도 콕 짚어 공개했습니다. 위법한 고용세습 조항 총 63개 중 68.3%(43개)는 민주노동 소속 사업장이고, 한국노총 소속 사업장은 28.6%(18개)라고 적시했습니다.

고용부가 고용세습 등 위법한 단체협약 조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고용부는 2016년에도 근로자 100명 이상 유노조 사업장의 단협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당시 청년실업률이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인 12.5%에 달하는 등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데 이른바 '고용세습'으로 비판받는 우선·특별채용 조항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고용부는 당시에도 고용세습 단협 비율은 민주노총 사업장과 1000명 이상 사업장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적시했습니다. 고용세습 외에도 노조 운영비 지원, 단협 해지권 제한, 유일교섭단체 규정 존재 등 각각의 위법한 내용의 단협 비율 또한 모두 민주노총 사업장에서 가장 많이 적발됐다고도 명시했습니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정부의 단협 실태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노동개혁 신호탄이라도 보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2016년에는 전년도에 어렵게 이끌어낸 9·15 노사정 대타협이 어그러지긴 했으나 합의 내용을 토대로 정권 막바지 노동개혁 드라이브를 걸던 때였고, 이번 발표 역시 윤석열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 방안을 발표한 직후 내놓았습니다. 위법한 단협 사업장은 주로 민주노총 사업장이라고 '친절하게' 명시한 것도 이런 시각을 뒷받침하는 대목입니다. 노동개혁 추진에 있어 강력 반발할 것이 분명한 민주노총에 대한 선제 압박용이라는 해석인 셈이지요. 노동개혁 시동을 걸기 위해 여론을 환기하려는 정부의 '작전'이 효과를 거둘지, 아니면 가뜩이나 새 정부에 불만이 많은 민주노총의 투쟁력만 키워 되레 역풍을 맞을지 주목됩니다.

백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