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바이오 의약품인 세포·유전자 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에 뛰어들겠다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속도 조절에 나섰다. 기존 항체치료제 시장의 수익성이 여전히 높은 데다 아직 세포·유전자 치료제 시장이 충분히 커지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 약 1만㎡ 부지에 멀티모달리티플랜트(MMP)를 지으려던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MMP는 다양한 유형의 세포·유전자 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 공장을 짓기 위해 지난해 11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으로부터 부지를 사들였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올초 JP모간 헬스케어콘퍼런스에서 “5공장은 MMP로 건설할 계획”이라며 “연내 착공하겠다”고 했다.

이 계획은 반년여 만에 변곡점을 맞았다. 지난달 35만㎡ 규모 제2캠퍼스 부지를 추가 매입하면서다. 회사는 제2캠퍼스에 기존 1~4공장과 마찬가지로 항체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5공장)을 짓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1만㎡ 부지에 세포·유전자 치료제 생산 용도의 5공장을 연내 착공하려던 계획은 사실상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제2캠퍼스 부지 매입으로 전략에 변화가 생겼다”고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시장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직접 공장을 짓기에는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업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항체의약품 사업에 집중하다가 인수합병(M&A) 방식으로 세포·유전자 치료제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세포·유전자 치료제는 항체의약품과 달리 다품종 소량 생산 사업인 데다 제조 방식도 달라서다.

존 림 사장은 지난 6월 기자들과 만나 “많은 회사가 세포·유전자 치료제 생산 공장을 지었지만 이제는 매물로 내놓고 있다”고 했다. 아직 제대로 된 수익구조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돈 잘 버는 사업(항체의약품)을 두고 아직 크지 않은 시장에 전력을 분산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