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눌려왔던 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미국 항공사들이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승객들은 비싼 요금과 부실한 서비스로 고통받고 있다. 2분기 역대급 이익은 치솟는 항공료와 만원 좌석에서 비롯됐고 항공업계 인력난으로 서비스 차질까지 잇따르면서 승객들의 불만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4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미국 항공여행의 80%를 담당하는 아메리칸항공(AAL), 유나이티드(UAL), 델타(DAL), 사우스웨스트(LUV) 등이 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2분기 총 28억달러를 벌어들였다. 총 매출은 460억달러로 팬데믹 이전 2019년 같은 기간보다 10% 늘었다.

높은 수익에도 불구하고 항공사들은 팬데믹 이전보다 더 적은 좌석으로 비행하며 높은 효율성을 자랑하고 있다. 4대 항공사의 수용 인원은 3년 전에 비해 약 13% 줄었는데, 반면 2분기 탑승한 승객 수는 19.3% 늘었다. 이처럼 비행 수요는 강한데 좌석 수가 제한되자 항공 요금이 치솟은 것이다.

미국 국내선 요금은 더 올랐다. 비즈니스와 해외 여행이 아직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하자 항공사들이 국제선 티켓값을 올려 국내선 티켓값을 유지했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국내선 요금까지 올려버렸다. 리서치 회사인 시밀러웹(Similarweb)의 선임 매니저인 짐 코리도어(Jim Corridore)는 “여행객들이 지금 당장 타격을 받고 있고 항공편을 취소해야 할 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

정상화 되지 않은 서비스도 문제다. 항공편 정보 플랫폼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올 들어 약 13만4000편의 미국 항공편이 결항돼 지난해 같은 기간 결항된 항공편의 두 배가 넘는다. 이는 올해 현재까지 예정된 모든 비행의 2.6%에 해당한다.

팬데믹 때 인력을 대거 감축했던 항공사들은 극심한 구인난에 직면했다. 급하게 신규 채용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승무원 뿐 아니라 조종사는 더 부족하다. 일부 항공사는 조종사 채용 조건을 완화하거나 조종사 훈련 시간 단축, 조종사 정년 연장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정상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종사가 없어 수십개 노선을 중단하거나 운행 횟수를 줄였다. 코리도어는 “많은 조종사들이 은퇴했고, 교체가 쉽지 않다”며 “현재 비행 스케줄을 충족하려면 1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미국 독립기념일 연휴에 취소된 항공편. (사진=AP연합뉴스)
지난달 미국 독립기념일 연휴에 취소된 항공편. (사진=AP연합뉴스)
승객들의 불만은 폭발했다. 교통부에 대한 민원이 팬데믹 이전보다 3배 이상 치솟았다. 미국 상원의원인 엘리자베스 워런과 알렉스 파딜라는 지난달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에게 항공업계를 단속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교통부는 국내선의 경우 3시간 이상 지연될 때, 국제선의 경우 6시간 지연될 때, 항공편이 취소되거나 운항이 중단될 경우 환불을 요구할 수 있는 새 규정을 마련했다. 그러나 높은 항공요금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심지어 항공사 합병으로 승객들의 선택의 폭은 더 좁아질 전망이다. 오늘날 대형 항공사 4곳은 10개의 항공사 합병을 통해 탄생한 결과다. 그리고 지난주 또 다른 합병이 발표됐는데 많은 사람들이 또 한번 가격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최저가 선구자로 꼽히는 저비용항공사(LCC) 스피릿(SAVE)을 미국 1위 LCC인 제트블루항공(JBLU)이 38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합병으로 미국 내 5위 항공사가 탄생하게 된다. 헤이스 제트블루 CEO는 “이번 합병으로 항공시장의 경쟁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전문가들은 “합병이 승인될 경우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코리도어 역시 “파괴적인 가격 경쟁자가 사라지면 요금이 오를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