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왼쪽)이 지난 4일 방한해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담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한경 DB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왼쪽)이 지난 4일 방한해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담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한경 DB
우리 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4’ 예비회의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미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외교부가 최근 칩4 예비회의에 우리도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7일 보도했다. 미국이 칩4 동맹 가입 결정 시한을 이달 말까지로 제시한 만큼 예비회의는 이달 말 또는 다음달 초쯤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칩4는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한국·일본·대만이 함께 반도체 생산·공급망을 구축하자는 구상으로, 중국은 최근 관영매체들을 통해 중국·홍콩에 대한 반도체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의 칩4 가입은 ‘상업적 자살’이라며 경고하고 나섰다.

예비회의에선 칩4의 세부 의제나 참여 수준 등을 구체적으로 조율한 것으로 전망된다. 단 예비회의 날짜나 장소가 아직 정확히 결정된 바 없을 뿐 아니라 칩4 본격 참여 여부 또한 예비회의 결과에 달렸다며 신중하게 접근하는 분위기로 전해졌다.

칩4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국 측 반발을 감안한 행보로 풀이된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국익을 최대한 반영하는 방향으로 예비회의에 응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칩4 가입시 중국 수출 감소로 경제적 타격이 예상되는 건 분명하다. 미국·일본·대만에 비해 우리는 결정하기가 훨씬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 차세대 반도체 공급망에 참여하고 그 표준과 기술자산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는 칩4 가입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단기적 수익을 염려해 미국과 중국 시장 모두 가지려고 했다가 장기적으로 둘 다 잃을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며 “미국과 중국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기적적인 해법이 나오지 않는 한, 우리는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되 최대한 실리를 취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