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의 대만 방문과 미·중·대만의 손익계산서 [Dr.J’s China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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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 남기는 시사점이 많습니다. 중국은 힘이 부치는 '약한 대국'의 전형을 보여주었고 미국은 실리와 명분을 둘 다 챙겼습니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후 대만과 단교하면서 중국을 중국대륙을 대표하는 유일한 국가라는 '하나의 중국(one china policy)'원칙을 인정했지만 미국 국내법으로 대만에 무기공급과 대만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만관계법'(1979)을 통과시켜 유사시 언제든 대만에 자동 개입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그러나 2018년 미중관계가 악화되기 전까지 대만관계법은 큰 의미를 갖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미중전쟁 이후 미국은 2018년 미국 공직자들의 자유로운 대만여행을 허가하는 '대만여행법(Taiwan Travel Act 2018)'과 2020년 대만에 무기수출을 상례화 하는 '대만보증법(Taiwan Assurance Act 2020)'을 통과시켰습니다. 미국은 2018년 군사적으로도 미 군함이 가오슝에 정박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국방수권법에 서명했습니다. 2019년 6월 7일에는 미 국방부 보고서에서 대만을 국가로 언급하는 내용까지 나왔습니다. 2022년 5월 미국무부의 홈피에서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문구도 삭제했습니다.
미국은 1977년부터 2022년까지 대만에 109건 총 871억 달러어치의 무기를 판매했습니다. 양안 위험지수를 보면 미국은 클린턴, 부시, 트럼프 대통령 시절 양안관계가 악화될때 마다 대만에 대규모의 무기장사를 했습니다.
중국은 미국의 '하나의 중국(one china policy)'원칙을 깨는 법안 제정, 고위급의 대만과 교류, 무기판매에 대해 외교부와 관영매체를 통한 말대포만 쏘았지 제대로 된 대항을 한적이 없습니다.
반면 미국은 시시때때로 대만문제를 들고 나와 중국을 자극하고, 중국의 반응이 격해지고 군사행동도 불사한다는 언급이 나오면 대만에 무기를 팔아 돈을 챙겼습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중국이 뭐라고 하든 미국 맘대로 한다는 것을 전세계에 보여 주었습니다. 펠로시의장이 떠난 후 중국의 대만에 대한 실 사격 공격 훈련에 미국은 대만에 또 무기 팔아 돈 챙길 기회를 잡았습니다.
최근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두고 외교부와 주석까지 나서 "대만을 가지고 불장난 하다가는 타 죽는 수가 생긴다"는 격한 표현을 써가며 반대했지만 미국은 들은 척도 안했습니다. 중국의 관영매체에서는 펠로시 의장이 탄 비행기를 격추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했지만 펠로시는 아무 이상 없이 대만에 도착했고 일정소화 후 대만을 떠났습니다.
중국의 경제력은 미국의 74%에 달하는 거대 국가이지만 군사력은 24%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중국은 제조업은 미국의 171%, 수출은 181%로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수출경쟁력은 미국을 넘어서지만 군사력에서는 아직 미국의 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중국이 힘이 있었다면 펠로시의 대만방문을 사전에 차단했겠지만 아직 그럴 힘이 없습니다. 중국은 펠로시가 떠나자 대만을 둘러싼 6개지역을 지정해 실탄 공격연습을 시작했습니다. 버스 떠난 뒤에 미사일을 쏜 것은 미국과 직접적인 대결을 피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것이 아직 몸집만 컸지 근력은 떨어지는 중국의 맨 얼굴입니다.
미국과 중국은 2018년 미중전쟁 이후 대화가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습니다. 이번 펠로시의 대만 방문이후 중국은 3개의 군사채널 협력을 중단하고 기후변화, 불법이민자, 사법협력, 다국적범죄협력, 마약퇴치협력 등 총 5개항목에서 미국과의 협상채널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지만 이것들은 애초부터 미중관계에 획기적인 새로운 변화를 줄 사안은 아닙니다. 중국은 이번에도 외교와 경제채널은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펠로시가 탄 버스가 지나간 뒤 미사일공격과 항공기의 대만 영공 침범은 중국 대내용과 대만 협박용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또 대만 실사격 훈련을 통해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전법을 이번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의 당위성을 높이는 데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이라는 든든한 병풍을 가진 대만은 든든하기는 하지만 법보다는 주먹이 무섭다는것을 실감했을 것 같습니다. 펠로시 의장이 떠나자마자 중국의 미사일이 대만 상공을 날아다니고 연근해까지 중국 전함이 몰려오는 상황이지만, 미국은 이를 방관하고 있습니다. 결국 안보는 자기가 지키는 것이지 구걸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미국은 7nm이하 첨단반도체를 만들지 못합니다. 세계 7nm이하 첨단반도체는 한국의 삼성과 대만의 TSMC가 만들고 있는데 세계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점유율은 53%이고 삼성은 17%선입니다. 미국은 대만의 파운드리가 없으면 첨단반도체가 없어 4차산업혁명에 차질이 생길 판입니다. 정치인 펠로시 미하원의장이 대만 기업인인 TSMC CEO와 면담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작은 나라 대만이 미국의 보호를 받는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는 첨단반도체를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만 섬의 상부와 하부에는 TSMC의 첨단공장이 소재해 있습니다. 이번 중국의 실사격 훈련을 보면 대만영해와 가장 가까운 지역에 모두 TSMC의 첨단반도체 공장이 있습니다. 이번 중국의 실사격 훈련은 대만의 첨단 반도체공장 모의 폭격실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만이 미국에 첨단반도체 공장을 6개나 짓겠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고 미국이 대만에 무기판매와 유사시 군사개입을 고려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대만은 지금 '반도체를 품은 닭의 신세'입니다. 만약 중국이 실사격 훈련을 빙자해 TSMC의 첨단 공장 부근에 유탄 하나만 떨어트려도 대만 반도체는 난리납니다. 대만과 전면전 대신, 군사 훈련을 가장해 TSMC의 반도체공장만 정확히 타격해도 미국 정보기술(IT)업계는 난리 납니다.
첫째 제1도련선을 따라간 펠로시의 아시아 방문 루트를 통해 미국의 대중국 봉쇄 라인이 무엇인지 제대로 읽어야 합니다. 미국이 중국의 테평양 진출을 막는 제1도련선과 이번 펠로시의 아시아방문일정은 정확히 일치합니다. 미국이 중국을 봉쇄하는데 누구를 동원하겠다는 것인지를 정확히 볼 수 있습니다. 양안관계는 '강 건너 불'이 아니라 한국의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둘째 중국의 대만 반도체공장 폭격 예행 연습입니다. 대만 첨단반도체 공장 앞바다를 공격하는 중국의 대만공격훈련에서 한국의 반도체산업에도 시사점이 있습니다. 극단적인 가정이기는 하지만 미국의 반도체공급망을 붕괴시키는데 한국도 그 대상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펠로시 방문 이후 미국은 반도체 지원법을 통과시켜 대중국 반도체 제재를 강화하고 중국을 반도체 생산기지에 빼 버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미국 보조금 받은 기업은 중국에 첨단라인 증설을 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리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 최근 중국 반도체주가 폭등하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의 반도체 봉쇄가 거셀수록 중국의 반도체 국산화의지와 지원은 더 강해지고 이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을 따라잡는 속도가 더 빨라 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셋째, 미중의 전쟁터 속에서 속내를 쉽게 보여주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한미, 한중 간의 관계가 미묘한 시점입니다. 내가 무슨 말을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상대가 무슨 말을 들었느냐가 중요합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의 면담 불발이 '국익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우리 입장에 대해 중국은 "중국의 입장을 고려한 예의 바른 결정"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고 경제는 중국에 의존했던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이런 상황을 전환하려면, 정치인들과 지도자들은 그 발언이 국익을 극대화하는 발언인지 국익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발언 인지를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넷째, 강한 상대와 싸울 때는 상대와 다른 전략이 있어야 상대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검의 고수에게 칼로 덤비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닙니다. 힘이 약한 나라가 강한 나라를 상대로 싸울 때는 전략으로 싸워야지 힘으로 해서는 승산이 없습니다.
자치통감에 보면 절대강자 조조에 비해 약한 세력을 가진 촉나라의 유비의 책략이 나옵니다. 조조의 공격에 겁먹고 유비에게 도움을 청한 익주를 공격해서 익주를 먹자는 책사 방통의 전략에 유비는 이런 얘기를 합니다.
나에게 있어 "조조는 불과 물 같은 존재다. 조조가 성급하면 나는 관대했고, 조조가 난폭하면 나는 인자하게 했고 조조가 속임수를 쓰면 나는 진정으로 대했다. 나는 항시 조조와 반대로 행했기에 가히 일을 이룰 수 있었다.
한중관계, 한미관계에서 한국은 '안미경중(安美经中)'에서 대전환을 모색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구호만 크게 들리고 판을 뒤엎을 전략은 무엇인지 아직 잘 보이지 않습니다. 경제력을 보면 미국은 점점 약해지고 중국은 점점 커지고 강해 지고 있습니다. 말이 아니라 성과로 '경중(经中)'에서 탈피를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지 말로만 하는 것은 실익도 없고 상대를 불필요하게 자극만 할 뿐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후 대만과 단교하면서 중국을 중국대륙을 대표하는 유일한 국가라는 '하나의 중국(one china policy)'원칙을 인정했지만 미국 국내법으로 대만에 무기공급과 대만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만관계법'(1979)을 통과시켜 유사시 언제든 대만에 자동 개입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그러나 2018년 미중관계가 악화되기 전까지 대만관계법은 큰 의미를 갖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미중전쟁 이후 미국은 2018년 미국 공직자들의 자유로운 대만여행을 허가하는 '대만여행법(Taiwan Travel Act 2018)'과 2020년 대만에 무기수출을 상례화 하는 '대만보증법(Taiwan Assurance Act 2020)'을 통과시켰습니다. 미국은 2018년 군사적으로도 미 군함이 가오슝에 정박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국방수권법에 서명했습니다. 2019년 6월 7일에는 미 국방부 보고서에서 대만을 국가로 언급하는 내용까지 나왔습니다. 2022년 5월 미국무부의 홈피에서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문구도 삭제했습니다.
미국은 1977년부터 2022년까지 대만에 109건 총 871억 달러어치의 무기를 판매했습니다. 양안 위험지수를 보면 미국은 클린턴, 부시, 트럼프 대통령 시절 양안관계가 악화될때 마다 대만에 대규모의 무기장사를 했습니다.
중국은 미국의 '하나의 중국(one china policy)'원칙을 깨는 법안 제정, 고위급의 대만과 교류, 무기판매에 대해 외교부와 관영매체를 통한 말대포만 쏘았지 제대로 된 대항을 한적이 없습니다.
반면 미국은 시시때때로 대만문제를 들고 나와 중국을 자극하고, 중국의 반응이 격해지고 군사행동도 불사한다는 언급이 나오면 대만에 무기를 팔아 돈을 챙겼습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중국이 뭐라고 하든 미국 맘대로 한다는 것을 전세계에 보여 주었습니다. 펠로시의장이 떠난 후 중국의 대만에 대한 실 사격 공격 훈련에 미국은 대만에 또 무기 팔아 돈 챙길 기회를 잡았습니다.
펠로시 태운 버스 떠난 뒤 미사일 쏜 중국
중국은 '하나된 중국' 원칙에 민감합니다. 중국은 대륙을 장악했지만 국민당이 이주한 대만을 장악하지 못하면 완전한 중국대륙의 통일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대만문제는 시진핑 주석이 직접 담당할 정도로 그 중요성이 높습니다. 미국이 시시때때로 대만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중국이 난리를 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최근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두고 외교부와 주석까지 나서 "대만을 가지고 불장난 하다가는 타 죽는 수가 생긴다"는 격한 표현을 써가며 반대했지만 미국은 들은 척도 안했습니다. 중국의 관영매체에서는 펠로시 의장이 탄 비행기를 격추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했지만 펠로시는 아무 이상 없이 대만에 도착했고 일정소화 후 대만을 떠났습니다.
중국의 경제력은 미국의 74%에 달하는 거대 국가이지만 군사력은 24%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중국은 제조업은 미국의 171%, 수출은 181%로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수출경쟁력은 미국을 넘어서지만 군사력에서는 아직 미국의 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중국이 힘이 있었다면 펠로시의 대만방문을 사전에 차단했겠지만 아직 그럴 힘이 없습니다. 중국은 펠로시가 떠나자 대만을 둘러싼 6개지역을 지정해 실탄 공격연습을 시작했습니다. 버스 떠난 뒤에 미사일을 쏜 것은 미국과 직접적인 대결을 피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것이 아직 몸집만 컸지 근력은 떨어지는 중국의 맨 얼굴입니다.
미국과 중국은 2018년 미중전쟁 이후 대화가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습니다. 이번 펠로시의 대만 방문이후 중국은 3개의 군사채널 협력을 중단하고 기후변화, 불법이민자, 사법협력, 다국적범죄협력, 마약퇴치협력 등 총 5개항목에서 미국과의 협상채널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지만 이것들은 애초부터 미중관계에 획기적인 새로운 변화를 줄 사안은 아닙니다. 중국은 이번에도 외교와 경제채널은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펠로시가 탄 버스가 지나간 뒤 미사일공격과 항공기의 대만 영공 침범은 중국 대내용과 대만 협박용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또 대만 실사격 훈련을 통해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전법을 이번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의 당위성을 높이는 데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반도체를 품은 닭' 된 대만
'원숭이를 길들이려고 닭을 잡아 피를 보여준다(杀鸡儆猴)'는 말이 있습니다. 미중의 전쟁에서 사드사태 때는 한국이 닭이었지만 이번 펠로시 사태에는 대만이 닭이 되었습니다. 중국은 힘센 미국을 때리는 대신 만만한 대만을 때렸습니다. 중국은 펠로시 방문 이후 대만으로부터 농산물 수입과 모래수출을 제재하고 대만산 부품에 대만산이라는 원산지표시를 제재하는 등 수입에 제동을 걸었습니다.미국이라는 든든한 병풍을 가진 대만은 든든하기는 하지만 법보다는 주먹이 무섭다는것을 실감했을 것 같습니다. 펠로시 의장이 떠나자마자 중국의 미사일이 대만 상공을 날아다니고 연근해까지 중국 전함이 몰려오는 상황이지만, 미국은 이를 방관하고 있습니다. 결국 안보는 자기가 지키는 것이지 구걸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미국은 7nm이하 첨단반도체를 만들지 못합니다. 세계 7nm이하 첨단반도체는 한국의 삼성과 대만의 TSMC가 만들고 있는데 세계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점유율은 53%이고 삼성은 17%선입니다. 미국은 대만의 파운드리가 없으면 첨단반도체가 없어 4차산업혁명에 차질이 생길 판입니다. 정치인 펠로시 미하원의장이 대만 기업인인 TSMC CEO와 면담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작은 나라 대만이 미국의 보호를 받는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는 첨단반도체를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만 섬의 상부와 하부에는 TSMC의 첨단공장이 소재해 있습니다. 이번 중국의 실사격 훈련을 보면 대만영해와 가장 가까운 지역에 모두 TSMC의 첨단반도체 공장이 있습니다. 이번 중국의 실사격 훈련은 대만의 첨단 반도체공장 모의 폭격실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만이 미국에 첨단반도체 공장을 6개나 짓겠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고 미국이 대만에 무기판매와 유사시 군사개입을 고려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대만은 지금 '반도체를 품은 닭의 신세'입니다. 만약 중국이 실사격 훈련을 빙자해 TSMC의 첨단 공장 부근에 유탄 하나만 떨어트려도 대만 반도체는 난리납니다. 대만과 전면전 대신, 군사 훈련을 가장해 TSMC의 반도체공장만 정확히 타격해도 미국 정보기술(IT)업계는 난리 납니다.
한국 속내를 함부로 내보이지 말자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동북아의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특히 한국에 주는 몇 가지 시사점이 있습니다.첫째 제1도련선을 따라간 펠로시의 아시아 방문 루트를 통해 미국의 대중국 봉쇄 라인이 무엇인지 제대로 읽어야 합니다. 미국이 중국의 테평양 진출을 막는 제1도련선과 이번 펠로시의 아시아방문일정은 정확히 일치합니다. 미국이 중국을 봉쇄하는데 누구를 동원하겠다는 것인지를 정확히 볼 수 있습니다. 양안관계는 '강 건너 불'이 아니라 한국의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둘째 중국의 대만 반도체공장 폭격 예행 연습입니다. 대만 첨단반도체 공장 앞바다를 공격하는 중국의 대만공격훈련에서 한국의 반도체산업에도 시사점이 있습니다. 극단적인 가정이기는 하지만 미국의 반도체공급망을 붕괴시키는데 한국도 그 대상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펠로시 방문 이후 미국은 반도체 지원법을 통과시켜 대중국 반도체 제재를 강화하고 중국을 반도체 생산기지에 빼 버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미국 보조금 받은 기업은 중국에 첨단라인 증설을 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리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 최근 중국 반도체주가 폭등하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의 반도체 봉쇄가 거셀수록 중국의 반도체 국산화의지와 지원은 더 강해지고 이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을 따라잡는 속도가 더 빨라 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셋째, 미중의 전쟁터 속에서 속내를 쉽게 보여주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한미, 한중 간의 관계가 미묘한 시점입니다. 내가 무슨 말을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상대가 무슨 말을 들었느냐가 중요합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의 면담 불발이 '국익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우리 입장에 대해 중국은 "중국의 입장을 고려한 예의 바른 결정"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고 경제는 중국에 의존했던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이런 상황을 전환하려면, 정치인들과 지도자들은 그 발언이 국익을 극대화하는 발언인지 국익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발언 인지를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넷째, 강한 상대와 싸울 때는 상대와 다른 전략이 있어야 상대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검의 고수에게 칼로 덤비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닙니다. 힘이 약한 나라가 강한 나라를 상대로 싸울 때는 전략으로 싸워야지 힘으로 해서는 승산이 없습니다.
자치통감에 보면 절대강자 조조에 비해 약한 세력을 가진 촉나라의 유비의 책략이 나옵니다. 조조의 공격에 겁먹고 유비에게 도움을 청한 익주를 공격해서 익주를 먹자는 책사 방통의 전략에 유비는 이런 얘기를 합니다.
나에게 있어 "조조는 불과 물 같은 존재다. 조조가 성급하면 나는 관대했고, 조조가 난폭하면 나는 인자하게 했고 조조가 속임수를 쓰면 나는 진정으로 대했다. 나는 항시 조조와 반대로 행했기에 가히 일을 이룰 수 있었다.
한중관계, 한미관계에서 한국은 '안미경중(安美经中)'에서 대전환을 모색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구호만 크게 들리고 판을 뒤엎을 전략은 무엇인지 아직 잘 보이지 않습니다. 경제력을 보면 미국은 점점 약해지고 중국은 점점 커지고 강해 지고 있습니다. 말이 아니라 성과로 '경중(经中)'에서 탈피를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지 말로만 하는 것은 실익도 없고 상대를 불필요하게 자극만 할 뿐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