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 후 기회 온다…자기 포지션 지키며 투자할 것" [서기열의 실리콘밸리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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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욱 다올벤처스 대표 인터뷰
"VC투자, 단기 성과보고 우르르 몰려가선 안돼"
"다올, 30년 경험서 얻은 교훈은 중심잡고 투자하는 것"
실리콘밸리 한국인 네트워크 뭉치면 세계적 기업도 가능
"VC투자, 단기 성과보고 우르르 몰려가선 안돼"
"다올, 30년 경험서 얻은 교훈은 중심잡고 투자하는 것"
실리콘밸리 한국인 네트워크 뭉치면 세계적 기업도 가능
"공이 날아가는 곳으로 사람들이 몰려가는 동네 축구를 해선 안 되죠. 우리의 포지션을 지키면서 긴 호흡으로 투자하려고 합니다."
취임 6개월 된 벤처캐피털(VC) 대표의 출사표는 축구에 대한 비유로 시작됐다. 이세욱 대표는 "공을 우르르 쫓아가는 동네축구처럼 VC업계가 지난 몇 년 간 과열됐다"고 진단한 뒤 전략에 따른 조직적인 축구와 같은 투자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88년부터 미국에 투자해온 1세대 벤처캐피털(VC)로서 쌓아온 회사의 투자역량에 약 20년 가까이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에서 활동해온 제 경험을 보태서 좋은 포트폴리오를 쌓아가는 원년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신사업 투자 경력만 20년…직접 제품 출시까지
지난 2월부터 다올벤처스를 맡은 이 대표는 20년 동안의 커리어를 주로 신사업 관련된 투자로 쌓았다. 연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2002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비메모리 반도체 관련 투자 업무로 경력을 시작했고 2006년부터 3년 간 SK텔레콤의 인터넷사업부에서 벤처투자를 했다.
미국 듀크대에서 MBA를 마치고 2011년엔 미국의 대표적인 제조업체인 3M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 대표는 "사내 컨설팅 뿐만 아니라 모바일기기에 들어가는 필름 신제품 출시도 담당했다"며 "4억5000만달러 규모의 실제 제조사업을 원재료 가격 흥정부터 수율 관리까지 챙기다보니 사업 전과정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에 온 것은 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던 2017년이다. 정통 제조업을 추구하던 소재기업 3M도 규모가 커지면서 내부 혁신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 대표는 "소규모로 하고 있던 디지털 사업들을 하나로 모아서 대규모로 해보자는 결정이 내려졌다"며 "실리콘밸리에 3M 벤처스를 세울 때 창립 멤버로서 혁신적인 기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3M의 신사업을 지원했다"고 했다.
이후에는 삼성전자에도 납품하는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의 CVC인 어플라이드벤처스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에선 미국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한국 스타트업에도 투자하며 영역을 넓히기도 했다. 이 대표는 "기업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신기술을 시장에 적용하는 일을 많이 경험했다"며 "스타트업들에게 산업별로, 성장 단계별로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 하는지 조언하고, 적재적소에서 도우면서 경력을 쌓아나갔다"고 밝혔다.
○"위기? 중심 잡고 장기투자"
기업의 사업구조를 체득하고 그에 맞는 투자를 해왔던 이 대표는 지난 2월 다올인베스트먼트(옛 KTB네트워크)의 미국법인인 다올벤처스의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이제 순수한 VC 투자자로 전환한 것이다. 1981년 설립된 한국기술개발주식회사를 모태로 하고 있는 KTB네트워크는 한국 1세대 VC로 1988년 미국에 진출하며 첫 해외 진출 VC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그 전진기지가 바로 실리콘밸리다. 지금까지 미국 시장에 투자한 회사가 60여개에 이른다. "스타트업 투자라는 게 시장 흐름에 따라서 부침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1980년대부터 수많은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어려운 시장도 결과적으로 어떻게 흘러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자리를 지키는 투자에 집중했습니다."
당장 눈 앞의 성과에 급급한 투자를 하기 보다는 큰 흐름과 방향을 잡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하는 게 다올의 투자 강점이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사업의 경기 사이클을 읽고, 전체 시장은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파악해 어느 규모로 투자하는 게 맞을지를 판단하는 시스템이 갖춰졌다는 것이다.
최근 스타트업 투자가 위기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그동안 스타트업의 가치가 유동성 덕분에 실제보다 너무 부풀려졌다가 금리인상기에 큰 폭의 조정을 겪고 있다"면서도 "딥테크, 헬스케어 분야를 비롯한 스타트업 투자는 여전히 매력적이다"라고 답했다. 그는 "좋은 스타트업은 많고, 조정이 일차적으로 마무리 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VC명가 재건 속도…연말 투자타이밍 올 것"
이 대표의 취임 이후 다올벤처스는 사무실을 다시 열고 인력을 채용하며 이전의 명성을 재건하기 위한 밑바탕을 다지고 있다. 이 대표는 "단기적으로는 올해 투자할 기업 후보군을 늘리고 실제 투자도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늘릴 생각"이라며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좋은 투자 타이밍이 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존에 투자해왔던 바이오, 모바일광고, 로봇 쪽 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기업용 서비스로도 투자 분야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 대표는 "미국 기업들이 제조업을 강화하면서 기업 소프트웨어, 머신러닝, 인공지능(AI) 등 기업 분야에 굉장히 많은 기회가 있다"며 "한국과 미국에서 모두 일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한 스타트업에 사업 파트너를 연결해주는 지원을 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에 와보니 톱 수준의 엔지니어들을 비롯해 한국인들의 역량이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선진국에서 태어난 한국 젊은 세대는 두려움 없이 사업을 벌리고 키워나가고 있더군요. 최근 한국인 VC 네트워크도 생겼습니다. 젊은이들의 능력, 열정과 VC의 경험이 합쳐지면 세계적인 기업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
취임 6개월 된 벤처캐피털(VC) 대표의 출사표는 축구에 대한 비유로 시작됐다. 이세욱 대표는 "공을 우르르 쫓아가는 동네축구처럼 VC업계가 지난 몇 년 간 과열됐다"고 진단한 뒤 전략에 따른 조직적인 축구와 같은 투자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88년부터 미국에 투자해온 1세대 벤처캐피털(VC)로서 쌓아온 회사의 투자역량에 약 20년 가까이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에서 활동해온 제 경험을 보태서 좋은 포트폴리오를 쌓아가는 원년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신사업 투자 경력만 20년…직접 제품 출시까지
지난 2월부터 다올벤처스를 맡은 이 대표는 20년 동안의 커리어를 주로 신사업 관련된 투자로 쌓았다. 연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2002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비메모리 반도체 관련 투자 업무로 경력을 시작했고 2006년부터 3년 간 SK텔레콤의 인터넷사업부에서 벤처투자를 했다.
미국 듀크대에서 MBA를 마치고 2011년엔 미국의 대표적인 제조업체인 3M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 대표는 "사내 컨설팅 뿐만 아니라 모바일기기에 들어가는 필름 신제품 출시도 담당했다"며 "4억5000만달러 규모의 실제 제조사업을 원재료 가격 흥정부터 수율 관리까지 챙기다보니 사업 전과정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에 온 것은 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던 2017년이다. 정통 제조업을 추구하던 소재기업 3M도 규모가 커지면서 내부 혁신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 대표는 "소규모로 하고 있던 디지털 사업들을 하나로 모아서 대규모로 해보자는 결정이 내려졌다"며 "실리콘밸리에 3M 벤처스를 세울 때 창립 멤버로서 혁신적인 기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3M의 신사업을 지원했다"고 했다.
이후에는 삼성전자에도 납품하는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의 CVC인 어플라이드벤처스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에선 미국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한국 스타트업에도 투자하며 영역을 넓히기도 했다. 이 대표는 "기업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신기술을 시장에 적용하는 일을 많이 경험했다"며 "스타트업들에게 산업별로, 성장 단계별로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 하는지 조언하고, 적재적소에서 도우면서 경력을 쌓아나갔다"고 밝혔다.
○"위기? 중심 잡고 장기투자"
기업의 사업구조를 체득하고 그에 맞는 투자를 해왔던 이 대표는 지난 2월 다올인베스트먼트(옛 KTB네트워크)의 미국법인인 다올벤처스의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이제 순수한 VC 투자자로 전환한 것이다. 1981년 설립된 한국기술개발주식회사를 모태로 하고 있는 KTB네트워크는 한국 1세대 VC로 1988년 미국에 진출하며 첫 해외 진출 VC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그 전진기지가 바로 실리콘밸리다. 지금까지 미국 시장에 투자한 회사가 60여개에 이른다. "스타트업 투자라는 게 시장 흐름에 따라서 부침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1980년대부터 수많은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어려운 시장도 결과적으로 어떻게 흘러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자리를 지키는 투자에 집중했습니다."
당장 눈 앞의 성과에 급급한 투자를 하기 보다는 큰 흐름과 방향을 잡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하는 게 다올의 투자 강점이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사업의 경기 사이클을 읽고, 전체 시장은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파악해 어느 규모로 투자하는 게 맞을지를 판단하는 시스템이 갖춰졌다는 것이다.
최근 스타트업 투자가 위기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그동안 스타트업의 가치가 유동성 덕분에 실제보다 너무 부풀려졌다가 금리인상기에 큰 폭의 조정을 겪고 있다"면서도 "딥테크, 헬스케어 분야를 비롯한 스타트업 투자는 여전히 매력적이다"라고 답했다. 그는 "좋은 스타트업은 많고, 조정이 일차적으로 마무리 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VC명가 재건 속도…연말 투자타이밍 올 것"
이 대표의 취임 이후 다올벤처스는 사무실을 다시 열고 인력을 채용하며 이전의 명성을 재건하기 위한 밑바탕을 다지고 있다. 이 대표는 "단기적으로는 올해 투자할 기업 후보군을 늘리고 실제 투자도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늘릴 생각"이라며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좋은 투자 타이밍이 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존에 투자해왔던 바이오, 모바일광고, 로봇 쪽 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기업용 서비스로도 투자 분야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 대표는 "미국 기업들이 제조업을 강화하면서 기업 소프트웨어, 머신러닝, 인공지능(AI) 등 기업 분야에 굉장히 많은 기회가 있다"며 "한국과 미국에서 모두 일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한 스타트업에 사업 파트너를 연결해주는 지원을 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에 와보니 톱 수준의 엔지니어들을 비롯해 한국인들의 역량이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선진국에서 태어난 한국 젊은 세대는 두려움 없이 사업을 벌리고 키워나가고 있더군요. 최근 한국인 VC 네트워크도 생겼습니다. 젊은이들의 능력, 열정과 VC의 경험이 합쳐지면 세계적인 기업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