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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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기업의 성장 동력이 중국 시장에서 일본, 미국, 동남아 등 비(非)중국 시장으로, 럭셔리 기초 브랜드에서 중저가 색조 브랜드로 변화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에 이어 중국 시장에 화장품 매출을 의존하고 있는 애경산업도 2분기 어닝쇼크를 냈다. 반면 미국과 동남아시아, 일본 등에서는 ‘K-컬쳐’의 인기를 등에 업고 한국의 색조 화장품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K뷰티 기업의 지각변동이 예고된 가운데 클리오, 페리페라 등 굵직한 색조 브랜드를 앞세워 비 중국시장에서 저변을 넓히고 있는 클리오가 화장품 업종 가운데 톱픽으로 꼽히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화장품 업체 중 중국 매출에 의존하고 있는 기업은 모조리 기대에 못미치는 실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에 이어 애경산업도 2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애경산업 2분기 매출(1418억원)과 영업이익(42억원)은 각각 전년 대비 0.8%, 27.9% 감소했다. 생활용품 부문은 선전했지만 화장품 사업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8%, 55%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주요 도시 봉쇄 영향으로 수출 매출이 26% 급감했다. 애경산업의 전체 화장품 사업 부문 중 중국 수출 비중은 70%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애경산업 목표주가를 20만원에서 16만원으로 하향했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의 2분개 중국 화장품 매출이 각각 전년 대비 59%, 38% 급감했다. 중국 시장에서 K-뷰티 브랜드의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종대 하나증권 연구원은 “고급화 전략으로 중국에서 승승장구했던 한국 화장품 브랜드 인지도가 다시 예전의 위상을 찾을 수 있을지 단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과 동남아시아, 일본, 유럽 시장에서는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높아지는 추세다. 중국 수출 부진 영향으로 7월 국내 화장품 수출액(6억1500만달러)은 전년 대비 5.8% 감소한 반면 미국과 동남아시아향 수출은 각각 전년 대비 5%, 38% 증가했다. 2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아모레퍼시픽도 미국시장과 유럽 시장에선 각각 매출이 전년 대비 66.7%, 14.0% 증가했다. 색조브랜드 ‘페리페라’의 인기에 힘입어 클리오의 미국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이후 4개분기 연속 100%를 웃돌고 있다. 2분기 동남아시아, 러시아 등 기타 시장 부문의 매출 증가율도 100%를 넘겼다. 일본에서는 클리오와 롬앤(아이패밀리에스씨), CNP(LG생활건강) 등의 브랜드가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고 있다. 박 연구원은 “영화, 드라마, 음악 등 ‘K-컬쳐’가 인기를 끌면서 전세계 각지에서 한국산 화장품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며 “한국 문화에 대한 영향력이 떨어지는 중국만 예외적인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고급 기초 제품으로 중국 시장을 장악했던 기업 대신 해외 중국 MZ(밀레니얼+Z) 세대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색조 화장품 브랜드를 생산하는 기업에 주목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클리오다. 2분기 매출(662억원)과 영업이익(45억원)은 각각 전년 대비 18.1%, 41.7% 증가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해외 뿐 아니라 국내 매출(293억원)도 탄탄하다. 전년 대비 40.7% 증가한 수치다. 메리츠증권은 클리오의 올해와 내년 매출 성장률이 각각 19.5%, 13.1%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 동남아시아 뿐 아니라 러시아와 유럽 등 신규 지역 진출에도 힘을 쏟고 있다”며 “주가 하락으로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2.8배로 크게 낮아진 반면 매출 성장성은 큰 종목”이라고 설명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