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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짜 노동 없애면 주 15시간 노동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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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덴마크 인류학자·철학자가 함께 쓴 '가짜 노동' 출간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1930년대 중반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강연자로 나섰다.

    그는 100년 뒤 평균 노동시간이 주 15시간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비슷한 시기 미국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도 미래 도시 모형을 선보이며 미래를 낙관했다.

    그곳에서 노동자들은 오전 10시에 도시로 몰려왔다가 오후 4시면 빠져나갔다.

    그들은 일주일에 사흘만 그렇게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여가 활동으로 보냈다.

    케인스의 전망이 10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지만, 주 15시간 노동은 요원하다.

    일각에서는 대략 주 40시간인 현재 노동 시간을 더 늘려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한다.

    과연 주 15시간 노동은 불가능한 얘기일까?
    "가짜 노동 없애면 주 15시간 노동도 가능"
    덴마크 인류학자 데니스 뇌르마르크와 철학자 아네르스 포그 옌센은 최근 국내 번역 출간된 '가짜 노동'(자음과모음)에서 우리가 '가짜 노동'(pseudowork)에 할애하는 시간을 멈추고 '진짜 노동'에 나선다면 주 15시간 노동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가짜 노동이란 바쁘고 무의미하게 시간만 낭비하는 것을 말한다.

    바쁜 척하는 헛짓거리 노동, 노동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노동은 아닌 업무, 아무 결과도 내지 못하는 작업, 계획·제시·착수·실행되기 위해 사전에 이뤄지는 노동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가짜 노동은 아이러니하게도 산업과 기술이 발전하면서 발달했다.

    프레더릭 윈즐러 테일러를 비롯한 현대 경영자들은 노동자들의 노동을 관리 감독하고 생산 공정을 합리화하기 위해 관리자들을 더 많이 기용했다.

    "가짜 노동 없애면 주 15시간 노동도 가능"
    이들은 직원들의 모든 동작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처음에는 눈으로, 나중에는 감시 카메라를 이용했다.

    문제는 직원들을 감시하는 게 주 업무인 관리자의 수가 계속 늘어났다는 것이다.

    더불어 관리자들은 자신의 세를 과시하기 위해 직원 수를 계속 늘렸다.

    이 과정에서 필요 없는 사무직 인원들도 채용됐다.

    관리자 수 증가뿐 아니라 매뉴얼도 가짜 노동을 양산하는 또 다른 사유였다.

    사무실에서 행해지는 대부분의 업무가 매뉴얼화되거나 자동화되면서 직원들은 핵심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게 됐다.

    일례로 덴마크 병원의 한 의사는 환자를 진료할 때 매뉴얼에 기초해 질문한다고 한다.

    컴퓨터에 깔린 매뉴얼에는 질문 수만 142개. 환자 한 명당 진료 시간이 40분인데, 매뉴얼 질문만 처리해도 35분이 지나간다.

    환자를 실제 볼 수 있는 시간이 겨우 5분에 불과한 것이다.

    "가짜 노동 없애면 주 15시간 노동도 가능"
    저자들은 이런 가짜 노동을 지금 당장 멈추자고 제안한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듣는 회의, 프로젝터가 꺼지자마자 잊힐 프레젠테이션, 일이 잘못되는 걸 막지 못하는 감시나 관리를 그만두고, 휴식 시간을 좀 더 갖자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노동 시장을 좀 더 유연하게 만들자고 제안한다.

    다만 "임시 프로젝트 노동자도 정규 근로자와 같은 수준의 보수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인다.

    기본 소득 같은 탄탄한 복지 그물망도 노동 유연화의 부작용을 상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인간은 어느 정도까지는 자신을 자연의 구속에서 해방시켰지만, 그건 '경영 자문'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유롭고, 활동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 환경과 의미 있는 유기적 상호작용에 참여하고 낮잠을 즐기기 위해서였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그러면서 버트런드 러셀의 인용문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기계가 발명되기 전과 마찬가지로 계속 총력을 기울여왔다.

    어리석었지만 영원히 어리석게 지낼 이유는 없다.

    "
    이수영 옮김. 416쪽. 1만6천800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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