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 전문업체인 하림그룹이 바이오 사업에 뛰어든다. 다양한 효소 개발·제조 사업이 주력인 코스닥시장 상장사 제노포커스 인수를 통해서다. 제노포커스는 효소 사업에 이어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을 활용한 신약 개발도 시도하고 있다. 하림은 제노포커스 인수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한편 식품 사업에서의 시너지도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노포커스 인수 나선 하림

8일 업계에 따르면 하림은 바이오 신사업 진출을 위해 제노포커스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제노포커스 최대주주 등 경영진이 보유한 지분 34%를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노포커스의 시가총액은 약 1400억원으로, 경영진이 보유한 지분가치는 약 480억원이다. 창업자인 반재구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지분 2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김의중 대표는 약 10%를 갖고 있다. 하림 측은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일부를 얹어 제노포커스에 인수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노포커스 인수합병(M&A)은 김홍국 하림 회장이 직접 관심을 가지고 추진하고 있다. 김 회장이 제노포커스 경영진을 몇 차례 만났을 정도로 이번 M&A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조건이 제시될 정도로 논의가 진척됐다”며 “하림 측의 인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다만 구체적인 거래 방식과 조건 등을 놓고 양측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효소 사업 플랫폼’ 강점

제노포커스는 2000년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스핀오프(spin-off)했다. 2014년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 시장에 데뷔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258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38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최근 4년 연속 영업손실을 냈지만, 매출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2019년 149억원이던 매출은 이듬해 187억원으로 증가했고 지난해 250억원을 넘어섰다.

제노포커스는 지난해 매출의 절반에 가까운 43%를 기능성 화장품과 생활용품 원료로 쓰이는 바이오 헬스케어 소재(N-아세틸파이토스핑고신) 사업에서 올렸다. 우유를 소화시키는 데 필요한 효소인 락타아제 매출 비중도 16%가량 된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 쓰이는 과산화수소를 친환경적으로 분해할 수 있는 효소(카탈라아제) 사업 매출 비중은 12%였다.

자체 생산 공장도 갖추고 있다. 대전 공장은 연간 2만6400㎏ 규모 락타아제를 생산할 수 있다. 자회사 지에프퍼멘텍을 통해서도 바이오 헬스케어용 원료를 생산하고 있다. 이런 생산 기반은 제노포커스가 매출을 꾸준히 낼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효소 개발부터 생산까지 필요한 플랫폼을 보유한 게 제노포커스의 강점”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효소 사업에서의 강점을 살려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먹는 습성 황반변성 치료제(GF-103) 개발도 시도하고 있다. 올 4분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 1상 계획을 제출하는 게 목표다. FDA 허가가 나면 내년에는 임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효소 사업 관심 두는 하림

하림이 관심을 갖는 건 제노포커스의 효소 사업 경쟁력이다. 그간 하림의 바이오 사업은 주로 폐기물과 대기오염 물질을 줄이는 친환경 사육 환경 조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제노포커스 인수에 성공하면 다양한 효소를 활용한 건강기능식품 사업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존 식품 사업에서 시너지를 내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도 확장할 수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이 M&A를 통해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뿐 아니라 거기서 파생하는 새로운 영역을 구축하는 전략을 짜는 만큼 다음 행보에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롯데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바이오사업에 진출한 롯데도 제노포커스의 효소 개발 및 제조 경쟁력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재영/남정민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