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등록 주소 바꾸면 거주지 조작해 '유령 응답' 가능 이용
여론조사 응답률 50%까지 오르기도…전북경찰, 138명 수사 계속
전화요금 청구지 바꿔 여론조사 개입…유령응답 조작 28명 입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과정에서 휴대전화 요금 청구지를 바꿔치기해 여론조사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수사해온 경찰이 혐의를 포착하고 관련자들을 입건했다.

9일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장수군수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여론조사 개입 의혹을 수사해 조작을 주도하거나 이를 알면서도 응답한 이들을 확인했다"라며 "28명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휴대전화 청구지 조작' 의혹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과정에서 안심번호 여론조사 방법을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불거졌다.

이동통신사들이 여론조사용 가상번호를 추출할 때 주민등록지가 아닌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쉽게 변경 가능한 휴대전화 요금 청구지를 기준으로 두기 때문에 응답 지역을 조작할 수 있다는 의혹이 나왔다.

특히 이동통신사에 주소를 바꾼 '유령 거주자'들이 여론조사에 적극 응하면 유권자 수가 적은 선거구에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바뀔 수도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여론조사 회사와 이동통신사 등에서 관련 자료를 입수한 경찰은 요금 청구지를 임의로 장수군으로 바꾼 휴대전화 213대를 밝혀냈다.

이 전화를 추적한 결과 10명이 휴대전화를 신규 개통하거나 장수군에 거주하지 않는데도 청구지를 옮기는 데 적극적으로 관여했고, 18명은 이들의 부탁을 받고 여론조사에 2번 이상 응답한 정황을 확인했다.

경찰은 보통 여론조사 응답률이 10%에 그치지만, 선거 직전 장수군수 여론조사 응답률이 50%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여론조사 조작에 정치인이 개입했는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으나, 입건된 28명에 전·현직 장수군수 측 관계자가 포함된 만큼 경찰은 이들의 관여 정황을 추가로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50%가 넘는 여론조사 응답률은 조작이 의심된다는 업체 관련자 등의 의견을 토대로 수사에 착수했다"며 "관련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화요금 청구지 바꿔 여론조사 개입…유령응답 조작 28명 입건
경찰은 전북자원봉사센터를 압수수색 하면서 불거진 '더불어민주당 경선 개입 의혹'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현재 이와 관련해 26명을 추가로 입건하는 등 29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이 중 1명은 구속기소 됐다.

관련 조사를 받는 이들 중에는 전북도청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A씨 등 전·현직 공무원 10여 명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지난 4월 전북자원봉사센터를 압수수색 해 민주당 입당원서 사본 1만여 장을 발견했다.

경찰은 A씨 등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사자 동의 없이 입당원서 사본을 전북자원봉사센터에 건네거나 관리하는 등 선거를 방해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입당원서 유출 경로 등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지방선거 관련 132건에 252명에 대해 수사를 진행해 현재까지 35건 50명을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검찰에 넘겼다"라며 "불송치한 사건을 제외하고 138명(47건) 선거사범에 대해 신속히 수사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