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이 부당하게 부과됐다고 생각하는 납세자가 늘면서 조세불복 심판 사건을 처리하는 기간이 2년 전에 비해 평균 36일 더 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과세당국의 과세 오류는 늘어나는데 납세자가 이를 제때 구제받을 권리는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 8월 8일자 A1, 5면 참조

9일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국무총리실 산하 조세심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조세심판 사건당(내국세+관세+지방세) 평균 처리 일수는 196일로 역대 최장기간을 기록했다. 2019년(160일)부터 2020년(178일), 지난해까지 매년 늘었다. 법정 처리 기간(90일)에 한참 밑도는 수치다. 지난해에는 조세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 약 5년(1844일)이 걸린 사건도 있었다. 신속한 조세 심판을 위해 도입한 ‘우선처리제도’도 유명무실화됐다는 지적이다. 2019년 도입된 우선처리제도는 심판청구일로부터 80일 안에 사건을 심리·결정하는 제도다. 청구세액이 5억원 미만이면서 비영리법인이나 중소기업일 때 신청 가능하다. 하지만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우선처리제도로 접수된 사건은 21건에 그쳤다. 이 중 원칙대로 80일 이내 처리된 사건은 10건에 불과했다. 2020년 8월 우선처리제도로 접수된 한 조세심판 사건은 401일이 지나서야 결과가 나왔다.

이처럼 처리 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조세심판원에 조세 심판청구를 제기하는 납세자가 증가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9년 8658건이던 조세심판 청구 건수는 2020년 1만2795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엔 1만3025건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도 헷갈릴 정도의 잦은 세법 개정과 과세당국의 징세 편의주의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한 해에만 세법을 여러 번 뜯어고쳐 전문가조차 해석에 어려움을 겪다 보니 과세당국도 법이 모호할 때 ‘세금을 일단 부과하고 보자’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설명이다.

부동산 세제의 경우 문재인 정부가 5년 동안 28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수차례 개정됐다. 그때마다 주택 수와 지역, 취득 시점별로 양도소득세 취득세 등 세율이 수시로 바뀌어 “세제가 누더기가 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인력 부족도 문제로 꼽힌다. 조세심판 사건을 처리하는 조세심판원 내 심판관 수는 지난해 기준 8명이다. 지난해 심판 청구 건수(1만3025건)와 비교하면, 심판관 한 명이 1년 동안 1628건, 하루에 4.4건을 처리하는 구조다. 2020년 심판관 수를 6명에서 8명으로 증원했지만, 늘어나는 심판 청구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 의원은 “납세자 권리구제뿐 아니라 조세 체계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심판청구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