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콥스키·거슈윈·슈만·비탈리 곡 수록
13일 예술의전당서 김규연과 듀오 연주회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34)가 최근 차이콥스키, 거슈윈, 슈만, 비탈리의 낭만적 소품을 피아니스트 문지영과 함께 녹음한 음반 ‘타임패스(TIMEPASS)’를 소니클래시컬 레이블로 냈다. 9일 덕수궁 인근 한 식당에서 만난 그는 “앨범에 수록된 곡들의 원전 악보를 철저히 연구하고 다시 연습을 시작하면서 의욕을 되찾고 큰 위안도 얻었다”고 말했다.
‘타임패스’는 2018년 체코 슬로박 필하모닉과 녹음한 드보르자크 협주곡 앨범에 이은 김다미의 두 번째 음반이다. 그는 “기획부터 선곡까지 제 의지를 전적으로 반영한 음반”이라며 “제 스승님들과 소중한 추억이 깃들었거나 10여 년간 무대에서 즐겨 연주해온 작품들을 골랐다”고 했다. “차이콥스키의 ‘소중한 곳에 대한 추억’은 스승이신 아론 로잔드의 음반으로 처음 접했어요. 고등학생 때 직접 스승님께 이 작품을 배우게 됐을 때 너무나 감격했죠. 슈만의 ‘세 개의 로망스‘는 2013년 사랑하는 스승 미리암 프리드와 함께 익힌 이후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연주한 작품입니다.”
앨범에는 이고르 프롤로프가 편곡한 거슈윈의 ‘포기와 베스 판타지’와 슈만의 ‘환상소곡집’, 비탈리의 ‘샤콘느’ 등 모두 다섯 곡이 수록됐다. “소품이라고 하면 3~4분 길이의 가벼운 곡을 생각하기 쉬운데 수록곡들은 모두 최소 10분정도 되는 길이의 작품이죠. 피아노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무겁다면 무거운 진중한 소품들입니다. 원래 슈만은 한 곡만 넣으려고 했는데 문지영씨와 제가 슈만을 너무나 좋아하다 보니 두 곡이 들어가게 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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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지도를 병행한 이후 곡 해석이나 연주에 달라진 게 있을까. 그는 “원본 악보의 오리지낼리티를 중시하는 음악가로 자부해 왔는데 교수가 된 이후 강박증마저 생긴 것 같다”고 했다. “클래식 음악은 역사가처럼 역사 공부를 병행해 작곡가의 의도와 감정, 즉 음악의 원뜻을 잘 표현해야 한다고 학생들에게 강조하는데 저부터 솔선수범해야 하잖아요. 이전에 열 번 중 한 번쯤은 본능적으로 표현했다면 작곡가의 의도를 더 철저히 파악해 연주하려고 합니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도 원본 악보를 중요시하면서 20대에 무대에서 했던 것보다 더 원전에 충실하게 연주했습니다.”
김다미는 “원래 두 번째 음반으로 슈만과 브람스 소나타 전곡 앨범을 구상했다”고 했다. “피아니스트와 충분한 교감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감행했다가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어요. 소품부터 내고 나중에 상황을 보자고 했죠. 언젠가는 꼭 하고 싶은 프로젝트입니다. 협주곡으로는 브루흐의 유명한 1번뿐 아니라 2번과 3번을 함께 담은 전집을 내고 싶습니다.”
김다미는 새 앨범 발매에 맞춰 피아니스트 김규연과 함께 ‘컨솔레이션(CONSOLATIOM·위안)’이란 타이틀로 듀오 리사이틀 투어를 진행 중이다. 대구와 제주, 광주에서 공연한 데 이어 오는 13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앨범 수록곡인 ’포기와 베스 판타지’, ‘사콘느’와 함께 풀랑크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와 한국에는 낯선 미국 여성 작곡가 에이미 비치(1867~1944)의 바이올린 소나타 a단조를 들려준다. 에이미 비치는 유럽의 교육 없이 미국에서 성장해 성공한 작곡가로 미국 음악이 독자성을 갖추는 데 기여했다. 김다미가 무대에서 여성 작곡가의 소나타를 연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연주자뿐 아니라 교육자로서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의 훌륭한 작품을 발굴해 소개하려고 했다”며 “비치의 소나타는 슈만과 브람스, 포레, 쇼송을 섞어놓은 듯한 낭만주의 성향의 작품으로 처음 들어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