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광고 캠페인 시장의 승자는 어디일까요. 아마 많은 분이 온라인 여행 플랫폼(OTA)의 양대 강자인 야놀자와 여기어때를 꼽을 것 같습니다.

야놀자는 국민 MC인 고(故) 송해와 강호동을 내세워 국민적 주목을 받자 여기어때는 가수 윤종신 장기하 미주 등 유명 인사 8명을 등판시켰습니다. 각각 유튜브 조회수가 수천만뷰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죠.

이들 두 회사뿐만이 아닙니다. 요즘엔 TV를 봐도, 길거리 전광판이나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봐도 플랫폼 스타트업들이 내세운 광고가 참 많이 보입니다. 톱스타가 등장하는 데다가 강렬한 광고 문구까지 나오니 사람들의 뇌리에 박히긴 쉬워 보이는데요.

플랫폼 스타트업들은 왜 이렇게 '스타 마케팅'에 꽂혔을까요? 이들은 스타의 어떤 이미지를 보고 모델로 기용했을까요? 플랫폼들의 스타마케팅 경쟁을 한경 긱스(Geeks)가 들여다봤습니다.
김혜수 덕에 대박나자…이정재·주현영·유아인도 나섰다 [긱스]
스타트업 업계는 지금 '스타 모시기' 전쟁 중이다. 소위 '잘 나가는' 스타트업들은 너나할 것 없이 내로라하는 스타들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고 있다. "톱스타 광고는 대기업의 마케팅 전략"이라는 건 옛말이 됐다.

스타트업들은 스타를 광고 모델로 발탁하면서 극적인 마케팅 효과를 노리고 있다. 소비자 인지도가 중요한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플랫폼 회사들이 특히 공을 들이는 이유다.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한 플랫폼 스타트업들은 거래액이나 가입자 수, 다운로드 수 등을 늘리기 위한 전략으로 유명인을 낙점했다.

명품 e커머스 격돌... 김혜수로 'X세대 노린 발란'

10일 스타트업업계에 따르면 최근 명품 e커머스(전자 상거래) 플랫폼 스타트업 발란은 배우 김혜수와의 광고 모델 계약을 연장했다. 발란은 지난해 10월 김혜수가 등장하는 광고 캠페인을 처음으로 내보낸 바 있다. '명품을 왜 백화점에서 사?'라는 문구를 앞세웠다.

발란은 최근 X세대(1970년대생)를 주요 타깃으로 공략하고 있다. 김혜수가 가진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함께 X세대에게 확실한 인지도가 있는 점이 모델 발탁에 주효했다. 발란 관계자는 "명품을 지속적으로 구매할 뿐만 아니라 골프나 리조트 등 '럭셔리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고객층이 MZ세대보다는 X세대가 훨씬 많다"며 "3050 세대를 끌어들이기 위해 이들이 가장 신뢰하는 이미지를 가진 배우를 추렸더니 김혜수가 가장 부합했다"고 설명했다.

'김혜수 효과'는 상당했다는 평가다. 기존 35% 수준이던 45세 이상 고객 결제액의 비중이 김혜수가 기용된 지난해 하반기엔 53%까지 늘어났다. 올 상반기엔 45세 이상 고객 결제액이 지난해 하반기보다 4.7배 증가했다. 45세 이상 앱 가입자 수는 같은 기간 50% 불어났다. 앱 전체로 봐도 상반기 거래액(GMV) 3812억원을 기록, 지난해 전체 거래액(3150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월간 순 방문자 수(MAU) 역시 지난해 상반기엔 185만 명 수준이었지만 올 상반기엔 620만 명으로 늘었다.

명품 플랫폼 경쟁사인 머스트잇과 트렌비도 한때 각각 배우 주지훈, 김희애·김우빈을 내세워 마케팅에 열을 올린 바 있다. 주지훈의 머스트잇은 지난해 8월 광고 시작 이후 트렌비 역시 지난해 9월 광고 시작 이후 2개월 만에 월간 거래액이 세 배 이상 늘었다. 지난달까지 누적 거래액 8000억원을 넘어섰다. 명품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통상 톱스타급 배우들은 특정 럭셔리 브랜드와 계약된 경우가 많은데, 계약 관계가 없는 배우 중에서 '명품' 이미지에 맞는 사람을 선정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미선&츄로 XZ세대 공략 나선 설탭

츄와 박미선이 모녀 콘셉트로 등장하는 광고.
츄와 박미선이 모녀 콘셉트로 등장하는 광고. "엄마 땐 없었잖아 설탭!" 이란 중독적인 문구가 뇌리에 박힌다.
"엄마 땐 없었잖아, 설탭!"

명문대생과 중·고교생을 이어주는 비대면 과외 플랫폼인 '설탭' 운영사 오누이는 최근 배우 박미선과 걸그룹 '이달의소녀' 맴버 츄가 함께한 광고를 선보였다. 츄는 올 초 설탭의 전속 광고 모델로 발탁돼 '요즘 과외, 요즘 공부'라는 슬로건을 알린 바 있다. 박미선과 츄는 모녀 콘셉트의 광고를 통해 설탭을 알리고 있다.

설탭은 Z세대 학생들과 X세대 학부모를 동시에 공략하는 전략을 취했다. 우선 츄가 학생들에게 인지도가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츄가 가진 밝고 활기찬 이미지를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각종 예능에 등장하며 '대세돌'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는 상황이어서 기용 시점도 적절했다는 평가다.

츄를 통해 학생들에게 다가갔다면, '결제 주체'인 학부모에게도 어필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예능프로그램 '고딩엄빠'나 유튜브 '미선임파서블' 등에서 활약 중인 박미선이 적격이라고 판단했다. 설탭 측은 "과거 박미선이 교육업체 광고를 통해 '잔소리송'을 부른 적이 있는데, 이 영상이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최근 인기를 끌었다"며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댓글이 많았고, 모델로도 적합하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1일 처음으로 광고가 나간 뒤 일주일 만에 성과가 나타났다. 지난달 중순엔 회사 설립 이후 1일 최다 결제액 기록을 세웠다. 7월 한 달 간 결제액 역시 월간 최다 기록이었다. 설탭 플랫폼 내 수강생 수도 연초 대비 30% 이상 늘어났다. 통상 새해인 1월이 교육업계에서 성수기인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성적표라는 분석이다.

폭넓은 인기에 주목한 번개장터&스윙

중고거래 업계에선 당근마켓, 중고나라와 함께 '빅3' 중 하나인 번개장터가 스타 덕을 톡톡히 봤다. 번개장터는 지난해 11월 배우 이정재를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 이정재는 번개장터의 '파름제' 캠페인에 동참했다. '지름신'의 반댓말인 '파름신'이 내린다는 콘셉트를 썼다. 잘 쓰지 않는 물건을 팔고 싶게 하는 신이다.
지난해 말 이정재가 모델로 나섰던 번개장터의 '파름제' 광고. TV 버전에선 이정재의
지난해 말 이정재가 모델로 나섰던 번개장터의 '파름제' 광고. TV 버전에선 이정재의 "뭘 팔아요?"라며 짓는 생뚱맞은 표정이 눈에 띄었다.
번개장터는 이정재의 '대중성'에 주목했다. 지난해 하반기는 '오징어게임'으로 이정재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던 시기였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이정재 배우는 영화와 드라마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진정성 뿐만 아니라 친근한 이미지를 두루 겸비했다"며 "파름제와 파름신이라는 테마에 가장 부합하면서도 번개장터의 브랜드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이정재 배우를 캠페인 모델로 기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광고 캠페인이 진행된 이후 직전 4주와 비교해 MAU가 약 36%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번개장터 플랫폼 내 상품을 처음으로 등록한 이용자 수도 50%이상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월 거래 건수는 180만 건을 돌파했는데, 이는 파름제 광고 캠페인 동안 1분에 45회 꼴로 거래가 일어난 수치다.

그밖에 당근마켓 역시 지난 3월 배우 김향기를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인 '당근페이'의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 토끼로 변신한 김향기의 귀여운 이미지와 '찰떡'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광고는 유튜브 공개 이후 조회수 300만 회를 기록 중이다. 광고가 나간 뒤 상반기까지 당근페이 가입자 수는 서비스 출시 직후에 비해 6배 늘어났다.
김혜수 덕에 대박나자…이정재·주현영·유아인도 나섰다 [긱스]
공유 전동킥보드 스타트업 스윙은 최근 광고 모델로 배우 주현영을 발탁했다. 주현영은 'SNL코리아 시즌2'에서 인턴기자 '주기자'로 활동하며 이름을 알렸다. 최근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동그라미' 역을 맡아 관심을 끌고 있다. 스윙은 주현영과 함께 전동킥보드 안전수칙을 준수하고 시민의식을 개선 하기 위한 캠페인 콘텐츠를 제작한다.

스윙이 주목한 점도 주현영의 대중적인 인기다. 킥보드 이용률이 높은 MZ세대에게 주현영이 특히 관심을 끌고 있다는 게 주효했다. 스윙 측은 "킥보드와 같은 개인형 이동장치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 변화가 가장 중요한데, MZ세대에 파급력이 있는 주현영을 통해 안전 수칙을 강조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자 했다"며 "우영우의 친구 '동그라미'가 가진 긍정적 이미지도 스윙에 녹여낼 수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유아인의 '스마트' 앞세운 삼쩜삼

김혜수 덕에 대박나자…이정재·주현영·유아인도 나섰다 [긱스]
세금 신고·환급 플랫폼 삼쩜삼은 올해 초부터 배우 유아인이 모델로 활약하고 있다. '받을건 받아야 하니까'라는 광고 문구를 앞세웠다. TV 뿐만 아니라 버스, 택시, 전광판, 지하철 스크린도어 등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했다. 유아인이 등장한 광고의 유튜브 조회수는 10일 만에 100만 회를 넘었다. 지금은 약 770만 회를 기록 중이다.

삼쩜삼은 유아인의 똑똑한 이미지에 주목했다. 또 사명인 자비스앤빌런즈에 맞게 유아인 특유의 '빌런'스러운 모습이 소비자에게 강한 존재감을 남길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자비스앤빌런즈 관계자는 "세대를 아우르는 당당하고 솔직한 모습에 주목했다"며 "평소 소신있는 발언을 자주 해 온 유아인의 이미지와 세금 환급과 연말정산을 도와주는 삼쩜삼의 브랜드 가치가 잘 맞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유아인의 지원사격 이후 삼쩜삼은 인지도를 쌓는 데 성공했다. 회사가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에 의뢰해 인지도 조사를 진행한 결과 광고 캠페인 이후 소비자들 사이에서 '세무 서비스' 분야에서 홈택스를 제치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가 됐다. 또 1월 말 광고 실행 이후 5월 말까지 매달 가입자수 평균 100만 명, 환급액은 매월 700억원 이상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종합소득세 신고달인 5월 한 달 동안 가입자 100만 명, 환급액 2300억원이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밀리면 진다" 플랫폼의 운명

플랫폼 위주의 스타트업들이 톱스타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면서 마케팅 비용은 불어나고 있다. 회사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지도를 쌓아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한 플랫폼 기업 관계자는 "플랫폼 경쟁은 상대가 치고 나오면 내가 밀릴 수 밖에 없는 '제로섬 게임' 성향이 강하다"며 "인지도와 영향력에서 한번 밀리면 이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각각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했지만 이 중 상당 부분을 마케팅 비용에 쏟아붓는 양상이다. 매출 등 덩치는 커지고 있지만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벤처확인기업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번개장터는 지난해 광고선전비가 239억원으로 전년(96억원) 대비 약 150% 증가했다. 그 사이 영업손실은 135억원에서 393억원으로 커졌다. 발란은 광고선전비가 2020년 35억원에서 지난해 191억원으로, 트렌비는 2020년 91억원에서 지난해 299억원으로, 머스트잇은 2020년 20억원에서 지난해 134억원으로 각각 늘어났다. 각각 적자 폭 역시 덩달아 늘어났다.
참, 한가지 더

스타가 스타트업을 '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유망 스타트업을 떡잎부터 알아보고 초기 투자자로 나서는 연예인들도 있다. 미국에선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스타들을 일컫는 말로 '테크셀레스터(Tech-Celestor)라는 용어도 쓰인다. 기술(Technology)과 유명인사(Celebrity), 투자자(Investor)가 합쳐진 말이다.

국내 대표 테크셀레스터인 배우 이제훈은 2015년 컬리(마켓컬리)에 수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분이 있던 장덕수 DS자산운용 회장의 소개로 컬리의 주주가 됐다. 2015년 컬리의 매출은 29억원, 기업가치는 500억원대에 불과했다. 이제훈은 컬리 투자로 최소 50배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슈퍼주니어 출신 가수 겸 배우 최시원은 2015년부터 차량중개 플랫폼, 뷰티 스타트업 등에 투자해왔다. 지난해 말엔 핀테크 스타트업 페이워치에 시드 투자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또 방송인 강호동은 지난해 친환경 에너지 스타트업 한국그린데이터에 초기 투자했다. 배우 배용준은 지난해 말 코스닥시장 상장에 성공한 피규어 회사 블리츠웨이에 투자해 '잭팟'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직접 창업가로 나서 성공가도를 달리는 스타도 있다. 대표적으로 가수 박재범은 '원소주'로 유명한 원스피리츠를 공동 창업했다. 미국 벤처캐피털(VC)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국내에선 GS리테일과도 협업하고 있다.

또 개그맨 허경환은 엑시트(자금 회수)에 성공한 창업가다. 닭가슴살 전문 브랜드 허닭을 세운 뒤 올 초 국내 간편식(HMR) 1위 업체 프레시지에 매각했다. 최근엔 AI 스타트업 리플AI의 프리 시리즈A 라운드에 개인 자격으로 참여해 투자자로의 '변신'을 알리기도 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