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병혁의 야구세상] 1이닝만 버티면 되는데…'억장이 무너지는' 마무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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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현대적 마무리 투수의 보직이 확정된 것은 1988년이다.
당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토니 라루사 감독이 9회에만 투입한 데니스 에커슬리가 45세이브를 거두면서 '1이닝 마무리'의 중요성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KBO리그에서도 '1이닝 마무리'의 도입은 빨랐다.
1992년 LG 트윈스 사령탑에 오른 이광환 감독은 불투명했던 투수들의 보직을 선발-중간-마무리로 구분하기 시작했고, 1994년 이른바 '스타 시스템'이라는 투수 보직 시스템을 앞세워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스타 시스템'은 별 모양의 그림표에 5명의 선발과 셋업맨 2명, 롱릴리프 2명, 마무리 1명을 명확하게 구분해 마운드 운용법이다.
그러나 이광환 감독의 보직 시스템이 KBO리그에 전파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렸다.
선동열(당시 해태)을 필두로 구대성(한화), 임창용(삼성) 등을 보유한 팀들은 특급 투수를 1이닝만 던지게 하는 데 절대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KBO리그에서 '1이닝 전문 마무리'가 조금씩 전파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이후다.
2000년대 초반에는 진필중(두산), 조용준(현대), 조웅천(SK), 정재훈(두산) 등이 8회부터 등판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1이닝에 가까운' 마무리로 자리 잡았다.
'1이닝 마무리' 투수가 KBO리그에서 대세로 떠오른 것은 오승환(삼성)부터라고 해야겠다.
오승환이 2006년부터 확실한 1이닝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면서 삼성도 구단의 최전성기를 열었다.
이제는 '1이닝 마무리' 투수의 중요성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확실한 마무리 투수가 없는 팀은 우승을 바라보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각 팀의 세이브 숫자는 팀 성적과도 어느 정도 비례한다.
올 시즌 KBO리그도 팀 세이브 상위 5개 팀이 팀 순위 상위 5위 이내에 모두 포진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확실한 마무리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
'고작' 1이닝만 책임지면 되지만 팀 승리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을 이기지 못하는 투수들이 의외로 많다.
전문 마무리 투수는 상대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울 수 있는 강력한 구위는 물론 어떤 압박감도 견딜 수 있는 강심장도 지녀야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믿었던 각 팀 마무리 투수들마저 무더위 탓인지 잇따라 수난을 겪고 있다.
KBO리그 사상 최고의 마무리 투수인 오승환(40·삼성)의 올 시즌 부진은 솔직히 충격적이다.
그는 9일 현재 38경기에서 38⅓이닝을 던져 3승 2패 18세이브 2홀드를 기록 중인데 평균자책점이 3.99로 높다.
블론세이브도 5개나 된다.
7월 이후에는 9경기에서 8⅓이닝을 던졌지만, 이 기간 평균자책점이 9.72에 이를 만큼 난타당하며 단 1개의 세이브를 뽑지 못했다.
아무래도 구위가 예전만 못하다 보니 이제는 '끝판왕'의 위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올 시즌 KBO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마무리 투수인 고우석(24·LG)과 정해영(20·KIA)도 최근 휘청거렸다.
고우석은 지난달 28일 SSG 랜더스전에서 4-4로 맞선 9회말에 등판했다가 아웃카운트 1개도 잡지 못한 채 패전투수가 됐고, 지난달 30일 kt wiz전에서도 9회초 앤서니 알포드에게 동점 3점 홈런을 허용했다.
8월 들어 다시 구위가 안정됐지만, 7월 부진했던 경기는 LG 벤치에 악몽이었을 것이다.
올 시즌 KIA 타이거즈의 확실한 수호신으로 자리 잡은 정해영은 지난 6일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서 불과 1이닝 동안 홈런 두 방을 포함해 5안타와 볼넷 1개로 6실점 하는 최악의 피칭을 했다.
리그 선두를 질주 중인 SSG와 키움 히어로즈도 매번 팀 승리를 낙관하지 못하고 있다.
SSG는 시즌 개막 당시 김택형(26)을 주전 마무리로 기용했다가 5월 하순부터 서진용(31)으로 교체했다.
서진용도 평균자책점이 2.98, WHIP(1이닝당 출루 허용률)가 1.33으로 높은 편인 것을 감안하면 벤치가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기는 쉽지 않다.
리그 2위를 달리다 최근 3위로 밀려난 키움은 마무리 투수를 이미 여러 번 교체했다.
애초 마무리 투수였던 문성현(31)이 부진하자 김태훈(30), 이영준(31)을 더블 스토퍼로 내세웠고, 이들마저 승리를 지키지 못하고 무너지자 최근 셋업맨 김재웅(24)에게 마무리 역할을 맡겼다.
kt wiz의 간판 마무리 김재윤(32)도 몹시 불안하다.
김재윤은 후반기 6경기에 등판해 4경기에서 실점했다.
마무리 투수가 불안하면 다른 선수들은 물론 감독도 흔들리기 십상이고, 팀은 전반적으로 자신감마저 떨어지게 된다.
최근 발생한 각 팀 마무리 투수들의 연쇄 부진은 후반기 막판 순위경쟁에서 적지 않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당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토니 라루사 감독이 9회에만 투입한 데니스 에커슬리가 45세이브를 거두면서 '1이닝 마무리'의 중요성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KBO리그에서도 '1이닝 마무리'의 도입은 빨랐다.
1992년 LG 트윈스 사령탑에 오른 이광환 감독은 불투명했던 투수들의 보직을 선발-중간-마무리로 구분하기 시작했고, 1994년 이른바 '스타 시스템'이라는 투수 보직 시스템을 앞세워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스타 시스템'은 별 모양의 그림표에 5명의 선발과 셋업맨 2명, 롱릴리프 2명, 마무리 1명을 명확하게 구분해 마운드 운용법이다.
그러나 이광환 감독의 보직 시스템이 KBO리그에 전파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렸다.
선동열(당시 해태)을 필두로 구대성(한화), 임창용(삼성) 등을 보유한 팀들은 특급 투수를 1이닝만 던지게 하는 데 절대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KBO리그에서 '1이닝 전문 마무리'가 조금씩 전파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이후다.
2000년대 초반에는 진필중(두산), 조용준(현대), 조웅천(SK), 정재훈(두산) 등이 8회부터 등판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1이닝에 가까운' 마무리로 자리 잡았다.
'1이닝 마무리' 투수가 KBO리그에서 대세로 떠오른 것은 오승환(삼성)부터라고 해야겠다.
오승환이 2006년부터 확실한 1이닝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면서 삼성도 구단의 최전성기를 열었다.
이제는 '1이닝 마무리' 투수의 중요성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확실한 마무리 투수가 없는 팀은 우승을 바라보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각 팀의 세이브 숫자는 팀 성적과도 어느 정도 비례한다.
올 시즌 KBO리그도 팀 세이브 상위 5개 팀이 팀 순위 상위 5위 이내에 모두 포진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확실한 마무리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
'고작' 1이닝만 책임지면 되지만 팀 승리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을 이기지 못하는 투수들이 의외로 많다.
전문 마무리 투수는 상대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울 수 있는 강력한 구위는 물론 어떤 압박감도 견딜 수 있는 강심장도 지녀야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믿었던 각 팀 마무리 투수들마저 무더위 탓인지 잇따라 수난을 겪고 있다.
KBO리그 사상 최고의 마무리 투수인 오승환(40·삼성)의 올 시즌 부진은 솔직히 충격적이다.
그는 9일 현재 38경기에서 38⅓이닝을 던져 3승 2패 18세이브 2홀드를 기록 중인데 평균자책점이 3.99로 높다.
블론세이브도 5개나 된다.
7월 이후에는 9경기에서 8⅓이닝을 던졌지만, 이 기간 평균자책점이 9.72에 이를 만큼 난타당하며 단 1개의 세이브를 뽑지 못했다.
아무래도 구위가 예전만 못하다 보니 이제는 '끝판왕'의 위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올 시즌 KBO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마무리 투수인 고우석(24·LG)과 정해영(20·KIA)도 최근 휘청거렸다.
고우석은 지난달 28일 SSG 랜더스전에서 4-4로 맞선 9회말에 등판했다가 아웃카운트 1개도 잡지 못한 채 패전투수가 됐고, 지난달 30일 kt wiz전에서도 9회초 앤서니 알포드에게 동점 3점 홈런을 허용했다.
8월 들어 다시 구위가 안정됐지만, 7월 부진했던 경기는 LG 벤치에 악몽이었을 것이다.
올 시즌 KIA 타이거즈의 확실한 수호신으로 자리 잡은 정해영은 지난 6일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서 불과 1이닝 동안 홈런 두 방을 포함해 5안타와 볼넷 1개로 6실점 하는 최악의 피칭을 했다.
리그 선두를 질주 중인 SSG와 키움 히어로즈도 매번 팀 승리를 낙관하지 못하고 있다.
SSG는 시즌 개막 당시 김택형(26)을 주전 마무리로 기용했다가 5월 하순부터 서진용(31)으로 교체했다.
서진용도 평균자책점이 2.98, WHIP(1이닝당 출루 허용률)가 1.33으로 높은 편인 것을 감안하면 벤치가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기는 쉽지 않다.
리그 2위를 달리다 최근 3위로 밀려난 키움은 마무리 투수를 이미 여러 번 교체했다.
애초 마무리 투수였던 문성현(31)이 부진하자 김태훈(30), 이영준(31)을 더블 스토퍼로 내세웠고, 이들마저 승리를 지키지 못하고 무너지자 최근 셋업맨 김재웅(24)에게 마무리 역할을 맡겼다.
kt wiz의 간판 마무리 김재윤(32)도 몹시 불안하다.
김재윤은 후반기 6경기에 등판해 4경기에서 실점했다.
마무리 투수가 불안하면 다른 선수들은 물론 감독도 흔들리기 십상이고, 팀은 전반적으로 자신감마저 떨어지게 된다.
최근 발생한 각 팀 마무리 투수들의 연쇄 부진은 후반기 막판 순위경쟁에서 적지 않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