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태현 한양대 전기·생체공학부 교수가 서울 성동구 한양대 창업보육센터에서 학생들과 연구하고 있다. 성 교수는 2020년 1월 에너지 하베스팅 기업인 휴젝트를 창업했다.  한양대 제공
성태현 한양대 전기·생체공학부 교수가 서울 성동구 한양대 창업보육센터에서 학생들과 연구하고 있다. 성 교수는 2020년 1월 에너지 하베스팅 기업인 휴젝트를 창업했다. 한양대 제공
“가르치는 입장인데 (창업한) 학생들보다는 잘해야 하지 않을까요.”

지난해 창업하자마자 대규모 투자 유치로 주목받은 한 교수의 말처럼 교수 출신 창업자들의 평균 성적은 일반 창업자를 뛰어넘는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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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의료, 정보기술(IT), 바이오 등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미래기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 분야에 매진해 온 경륜과 산업계·학계와의 탄탄한 네트워크가 바탕이 됐다.

바이오업계는 ‘스타 교수 최고경영자(CEO)’가 유독 많은 분야로 꼽힌다. 박셀바이오가 대표적이다. 박셀바이오는 전남대 의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이준행 대표(현 CSO)와 그의 동료인 이제중 교수가 2010년 공동으로 창업한 면역항암제 개발사다. 2020년 9월 코스닥시장에 입성했고 현재 시가총액은 약 1조2000억원 안팎이다.

국내 대표 보툴리눔 톡신 기업인 메디톡스는 정현호 선문대 응용생물학부 교수가 동료들과 2000년 창업했다. 정 대표는 캠퍼스에서 쌓은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년간 연구한 끝에 국내 최초로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개발했다.

IT 분야에서는 2011년 설립된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유망 기업으로 꼽힌다. KAIST 기계공학과 오준호 교수와 이정호 교수 등이 공동 창업한 로봇 스타트업으로, 국내 최초로 인간형 이족보행 로봇인 휴보(HUBO)를 개발했다.

이 기업은 작년 초 기업공개(IPO)를 했고 현재 시총은 4660억원 규모에 달한다. 회사가 개발한 휴보는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구글, 미 해군연구소 등 국내외 다수 연구기관과 대학, 기업에 공급되기도 했다. KAIST 관계자는 “십수 년의 연구를 거친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난도가 높은 이족보행 로봇 기술을 구현한 기업”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는 등 교원 창업의 긍정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연쇄 창업가’ 이력을 가진 교수도 있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다섯 개의 스타트업을 창업한 배현민 KAIST 교수가 대표 사례다. 그는 2001년 인터심볼 커뮤니케이션스, 2010년 테라스퀘어, 2013년 오비이랩, 2016년 포인트투테크놀로지, 2021년 배럴아이 등을 잇달아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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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기업들에는 배 교수가 수십 년간 연구해온 기술이 녹아 있다. 테라스퀘어는 세계 최초로 1W 이하의 전력을 소모하는 100GB 반도체를 상용화했다. 2015년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기업인 긱옵틱스에 매각됐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