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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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본토증시에 상장(IPO) 승인을 대기 중인 기업이 1000개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경기가 더 악화할 것에 대비해 유망 기업들이 IPO를 서두르는 가운데 심사 절차는 지연되면서 시장 자금 경색 우려가 나오고 있다.

9일 경제매체 차이신은 8일 기준 상하이거래소와 선전거래소 주반(메인보드)에 상장하기 위해 심사를 받고 있는 기업이 각각 158개, 136개라고 보도했다. '중국판 나스닥'을 표방하면서 상장 심사 문턱을 낮춘 상하이 커촹반(스타보드), 선전 촹예반(차이넥스트), 베이징거래소는 각각 165개, 407개, 128개 등으로 집계됐다. 합계 994개다. 차이신의 작년 3월 조사 당시 730개에서 더 늘었다.

중국 금융당국은 상하이와 베이징 등 주요 도시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한 4~5월 상장심사를 사실상 중단했다. 상황이 호전되자 6월 마지막주에 270여개 기업이 무더기로 상장심사를 청구할 정도로 신청이 몰렸다.

특히 '중국판 나스닥'을 내건 3개 시장은 허가제인 주반과 달리 요건을 갖추면 상장할 수 있는 등록제를 도입했으나, 당국이 실제로는 허가제로 운영하면서 일정이 더 늦어지고 있다. 담당 부처와 거래소가 신청 후 통상 3개월이면 등록해 주는데, 이보다 오래 걸리면 해당 기업이 알아서 신청을 철회해야 하는 분위기다. 특히 적자가 나는 기업은 규정상으로는 중국판 나스닥에 입성할 수 있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국의 유망 기업들은 자금조달 뿐 아니라 대외 신인도를 높이기 위해 상장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지방정부는 해당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상장사 수가 성과평가 기준이 되기 때문에 유망 기업의 상장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배경 때문에 상장 심사 과정에서 상당수 기업이 탈락하곤 한다. 올 상반기 100여개 기업이 심사 과정에서 상장을 철회했으며 이는 작년 145개에 비해 늘어난 추세다.

중국 기업들은 정부가 엄격한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유지하면서 하반기에도 계속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보고 상장을 서두르고 있다. 올해 8월5일까지 중국 본토증시에서 신규 상장한 기업들의 전체 IPO 금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4% 증가한 578억달러(약 75조원)로 집계됐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