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00대 도시 중에서 유일하게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부동산 시장이 지난 6월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기술(IT) 스타트업이 몰려있는 도시 특성상 재택근무제가 활성화된 가운데 경기침체가 맞물려 부동산 경기가 침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미국의 부동산 중개프랜차이즈 레드핀의 조사를 인용해 6월 샌프란시스코 도심 평균 주택가격이 지난해보다 0.5%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평균이 거래가는 158만달러(약 20억원) 수준이었다. 미국 100대 도시 중에서 유일하게 지난해보다 집값이 내려간 곳이었다.

레드핀 조사에 따르면 지난 6월 미국 텍사스주의 댈러스의 평균 주택가격이 지난해보다 20% 뛰어오르며 미국 100대 도시 중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플로리다주의 마이애미(18.1%), 텍사스주의 휴스턴(13.2%)이 뒤를 이었다. 뉴욕은 작년보다 4.7%, 워싱턴은 5.8% 올랐다.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샌프란시스코 주택 수요가 축소됐다. 트위터, 세일스포스 등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IT업체들은 올해 들어 재택근무제를 채택한 뒤 사무실 규모를 줄이기 시작했다. 유휴 공간은 다른 사업자에게 임차해서 현금을 확보하는 중이다. 경기 침체를 대비해 현금성 자산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금리인상과 경기침체도 영향을 끼쳤다. 올해 미국의 30년 고정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5% 선을 돌파하며 주거비 부담이 증대했다. 지난 6월에는 5.8%까지 급등하며 13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이달 들어 집값 거품이 빠지자 4.99%(4일 기준)까지 내려앉았지만, 여전히 지난해(2.7%)보다 높은 수준이다.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부동산 중개업체인 콜드웰 뱅커 리얼티의 스티브 갤러거 중개사는 “현금을 1000만달러 이상 보유한 고액 자산가들은 과거와 달리 주택을 구매할 때 심사숙고하고 있다”며 “경기침체, 모기지 금리, 주식시장, 인플레이션 등 네 가지 요소를 따져가며 주택을 구매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와는 다른 양상이다. IT 스타트업이 잇따라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사)으로 등극하며 샌프란시스코 부동산 시장도 호황을 누렸다. 레드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샌프란시스코 평균 주택가격은 약 120% 상승했다.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상승하며 고액 자산가가 불어났다. 2018년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우버와 핀터레스트도 이 현상을 가속했다.

하지만 올해 상황이 달라졌다. 스타트업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는 기업공개(IPO) 건수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미국 내 스타트업이 지난해 상반기에 IPO를 통해 모은 자금은 총 569억달러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49억달러에 그쳤다. IPO 가뭄이 스타트업의 도시인 샌프란시스코에 타격을 입혔다는 설명이다.

샌프란시스코 부동산 시장이 몰락하진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어리어(샌프란시스코 광역도시권)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이 올해 상반기 벤처캐피털(VC)로부터 투자받은 누적액은 총 523억달러에 이른다. 미국 내에서 이뤄진 투자유치액의 36%를 차지했다. 뉴욕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이 끌어모은 198억달러(14%)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벤처캐피털 워크라이프 벤처의 브라이엔 킴멜은 “IT업계에서 성공한 CEO와 VC들은 샌프란시스코 경기가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미국 최고의 학군과 치안을 자랑하는 곳이라서다. 다만 물가가 지나치게 비싸다”라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