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의 국내외 사업장 임직원들이 화상으로 회의를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의 국내외 사업장 임직원들이 화상으로 회의를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열린 2분기 실적설명회에서 올해 매출 목표를 대폭 올렸다. 올해 초만 해도 19조2000억원의 매출을 예상했지만, 22조원으로 목표치를 상향 조정했다. ‘5년 내 연매출 세 배 이상 성장,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 달성’이라는 중장기 사업 목표도 새로 제시했다. 연간 7조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두겠다는 의미다. 국내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이 5%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공격적인 목표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주요 고객사 신모델 출시, 원자재 가격 상승분 판가 연동,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조인트벤처(JV) 본격 가동 등 여러 실적 개선 요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확고한 경쟁력과 수익성을 동반한 성장’을 중장기 전략의 핵심 키워드로 삼고,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성장을 지속해 ‘고객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 LG에너지솔루션의 청사진이다.

글로벌 배터리시장 공략

LG에너지솔루션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북미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쏟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북미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지난해 46GWh에서 2023년 143GWh, 2025년 286GWh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 역시 ‘기후변화 대응’과 ‘미국 제조업 부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전기차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2030년 북미 시장에 출시되는 신차의 절반을 전기차로 교체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전기차 관련 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및 보조금 관련 지원 정책을 집중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최근 미국 상원을 통과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이 대표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3대 완성차업체인 GM, 포드, 스텔란티스를 모두 고객사로 두고 있는 유일한 배터리업체다. 약 15조원을 들여 북미에서만 네 곳에 달하는 배터리 합작 생산공장을 건설 중이다. 전략적 협업 관계를 구축한 GM과는 오하이오, 테네시, 미시간 등 세 곳에 40~50GWh 규모의 합작공장을 짓고 있다. 스텔란티스와는 캐나다에 45GWh 규모의 합작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포드에는 인기 모델인 머스탱 마하-E, 전기 상용차인 이-트랜짓 판매 확대에 따라 배터리 공급을 늘리고 있다.

2025년이 되면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지역에만 5~6개 생산공장을 가동한다. 미시간 단독공장을 포함하면 2025년 북미 지역 생산능력은 215GWh에 달한다. 이는 1회 충전 시 500㎞를 달릴 수 있는 고성능 전기차를 연간 250만 대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이 회사가 최근 밝힌 애리조나 단독공장 투자 재검토 소식은 우려할 만한 일이 아니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애리조나 단독공장은 스타트업 전동공구 업체 등에 납품하는 배터리를 만드는 곳”이라며 “고객 수요나 사업적 변동이 아니라 건설비, 물류비 증가 등에 따른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유럽 및 아시아 지역 생산능력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유럽에선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을 중심으로 파우치형 배터리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원통형 배터리 생산을 위한 유럽 내 신규 거점도 고려하고 있다. 아시아에선 한국, 중국 생산공장 외 현대자동차그룹과의 인도네시아 JV 등을 통해 공급 능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수익성 넘버원 기업될 것”

“중장기 전략 키워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확고한 경쟁력 기반의 수익성을 동반한 성장’입니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전무)는 2분기 실적설명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전무는 “차별화한 기술력과 안정적인 밸류체인 구축, 스마트팩토리 기반의 품질 및 제조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며 “수익성 측면에서도 글로벌 선두 업체로서 입지를 다지겠다”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단순히 매출을 늘리거나 생산 규모를 확대하는 등 덩치를 키우는 양적 성장을 넘어 수익성을 동반한 질적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인 권영수 부회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QCD(품질·비용·납기)를 제공해 고객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수익성 넘버원 기업이 될 것”이라고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대표적인 노력이 ‘스마트팩토리’ 구축이다. 스마트팩토리는 사람의 경험이나 역량에 의존하지 않고, 기계에서 나오는 데이터에 근거해 의사결정을 하는 생산공장을 뜻한다. 과거 개개인의 노하우에 기반한 양산 방식에서 벗어나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고의 수율 및 효율을 달성할 수 있다.

제조설비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해 이상 징후를 사전에 감지하고, 검사 자동화를 통해 불량을 빠짐없이 검출하는 등 개선도 가능해진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스마트팩토리는 세계 곳곳에 있는 생산거점을 표준화한 프로세스를 통해 하나의 공장처럼 운영하는 체계를 갖추는 데 필수 요소”라고 말했다.

배터리 가격의 40~50%를 차지하는 원재료비 변동 리스크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리튬, 니켈, 코발트 등 배터리 핵심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배터리업체들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주요 메탈뿐 아니라 구리, 알루미늄, 망간 등도 배터리 판가에 연동하는 계약을 확대할 계획이다. 원재료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주요 협력사를 발굴하고, 지분 투자를 통한 전략적 파트너십도 추진할 방침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