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 사진=신민경 기자
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 사진=신민경 기자
덩치 큰 운용사들 사이에서 아이디어로 승부를 거는 회사가 있다. 세상에 없었던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을 거의 매달 선뵈면서 존재감을 확대하는 중이다. 한화자산운용의 이야기다.

최근 서울 여의도동 한화자산운용 본사에서 만난 김성훈 ETF사업본부장(사진)은 차별화한 상품을 지속 출시해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는 '3년 내 점유율 10% 달성'이라는 목표를 과감하게 제시했다. 이는 업계 3위 수준으로 올라서겠다는 얘기다.

국내 ETF 시장의 규모는 약 76조8279억원(8월7일 기준)이다. 이 가운데 한화자산운용의 순자산총액은 1조6644억원으로 그 비중이 2.17% 수준이다. 삼성자산운용(41.34%), 미래에셋자산운용(38.46%), KB자산운용(7.64%), 한국투자신탁운용(4.19%), 키움투자자산운용(2.54%), NH아문디자산운용(2.39%) 등 6개사에 이어 7위다. 이런 가운데 3년 안에 동메달을 다툴 정도의 역량을 쌓겠다는 게 김 본부장의 의지다.

"상품성 있는 테마는 빠르게 시장에 내놓고 시장의 수요가 떨어진 상품들은 과감히 정리하는 전략을 펴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 신규 상장의 경우 추진력을 유지하기 위해 한 달에 한 상품씩은 내놓는 것을 비공식적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주요 플레이어로서 입지를 다지는 게 최종 목표구요."

한화자산운용이 내놓은 상품들을 보면 대부분 '국내 최초' 수식어가 붙었다. 올해만 놓고 봐도 그렇다. 국내외 전략자원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희토류 ETF, 국내 우주항공·도심 항공 모빌리티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우주항공 ETF, 국내 상장 리츠에 투자하는 리츠 ETF, TDF 개념을 ETF로 가져온 TDF ETF 등이 한화자산운용에서 내놓은 국내 최초 상품들이다. 아직 상품화하지는 못했지만 작년 말에는 NFT 관련 종목들로 꾸려진 대체불가토큰(NFT) 테마 지수를 등록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의 승인만 떨어지면 우리 증시에 처음으로 블록체인 관련 ETF를 상장하게 되는 것이다.

'최초'만 앞세운 것도 아니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약진이 두드러진다. 한화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은 올해 들어 ETF 11종을 상장했는데, 운용사들 가운데 삼성자산운용과 함께 최다를 기록했다. 누적 기준으로 보면 총 53종이 ETF 브랜드 '아리랑'(Arirang)을 달고 상장돼 있다. 김 본부장은 "상징적인 수치일 뿐이지만 정량적으로 일단 100종까지는 채우자는 목표가 있다"며 "금융규제나 시장환경의 변화에 따라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는 상품은 신속히 발굴해 선제적으로 출시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숙제도 있다. 브랜드의 대중화 문제다. 투자자들이 '아리랑'을 듣고 곧바로 한화자산운용의 ETF를 연상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다른 중상위권 운용사들의 고민도 크게 다르지 않다. KB자산운용은 지난 5월부터 3개월간 서울과 경기권 시내버스 중 증권사들이 밀집해 있는 여의도 노선을 중심으로 버스에 자사 ETF 브랜드 광고를 진행했다. 키움투자자산운용도 서울 여의도와 강남 일대 지하철역 전광판에 ETF 브랜드 광고를 싣고 있다.

김 본부장은 채널보다는 메시지에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는 "어떤 옥외광고 채널을 통해 브랜드나 상품을 알리는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다"라며 "모회사인 한화생명과 협력을 고민한다든가 홈페이지를 보다 직관적으로 개편한다든가 등 여러 방식을 검토 중이며 타사가 취하는 매스 마케팅과는 차별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화자산운용은 내달 상장을 목표로 글로벌 D램 반도체 ETF(가칭)을 준비하고 있다. D램 가격 사이클과 연동돼 있어 투자자들이 매매시기를 판단할 수 있게끔 한 것이 특징이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