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오픈랜 국제표준 획득…국내 중소부품사 글로벌 진출 길 텄다
KT가 제안한 오픈랜 연동 규격이 국제 오픈랜 표준화 단체인 ‘오픈랜 얼라이언스(O-RAN Alliance)’의 표준 승인을 받았다.

오픈랜은 서로 다른 제조사가 만든 통신장비를 상호 연동할 수 있게 하는 개방형 무선망 기술이다. 기존엔 통신장비 제조사 간 규격이 달라 각 장비를 하나의 랜 통신망에서 호환해 쓰지 못했다. 도입시 장비 선택지가 크게 넓어지기 때문에 기지국 관리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줄어든다.

10일 KT는 지난 7월29일 열린 오픈랜 얼라이언스 회의에서 표준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6월1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로사에서 열린 오픈랜 표준 회의에서 오픈랜 연동 규격의 표준화를 제안한 지 약 한 달만이다.

KT가 제안한 오픈랜 연동 규격은 국내 5G 무선망 설정값과 구성 방식 등을 국제 규격에 반영한 게 주요 내용이다.

서로 다른 제조사에서 개발된 5G 기지국의 분산장치(DU)와 무선장치(RU)를 하나의 5G 기지국처럼 동작시키기 위해 필요한 규격을 제안했다. 상·하향 타임슬롯(TDD) 구성비율, 10Gbps 광회선 지원을 위한 데이터 압축률 등이다. 상·하향 타임슬롯 구성비율은 국내 5G 무선망에서 송수신간 간섭을 막기 위해 송·수신 채널을 분리하는 시간 비율을 뜻한다. 데이터 압축은 기지국의 DU와 RU 간의 연결인 프론트홀로 전송되는 무선 데이터의 용량을 압축하는 기술이다.

그간 오픈랜 얼라이언스에서 제시한 DU와 RU 간 개방형 인터페이스는 국내에서 사용 중인 설정값 등을 고려하지 않아 국내 5G 무선망에 직접 적용하기도, 국내 통신부품 기업들이 만든 장비를 외국 망 구축 시 사용하기도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랜 기술은 삼성전자 등 대기업을 비롯해 국내 중소 통신장비 사업자에게 해외 시장 점유율을 높일 기회를 줄 수 있다. 오픈랜을 도입하면 통신사가 특정 제조사 장비에 더는 종속되지 않아도 되서다.

기존엔 통신장비 사업자들이 다른 기업 장비를 먼저 도입해 쓰고 있는 통신사에 자사 장비를 팔기 힘들었다. 다른 기업 장비와 규격이 맞지 않아서다. 통신사가 특정 지역에 대해 A기업의 통신장비를 채택하면 새로운 통신 세대가 도입되지 않는 한 계속 A기업 것만 쓰는 업계 관행이 굳은 이유다. 하지만 오픈랜을 도입하면 통신사가 특정 제조사 장비에 더는 종속되지 않아도 된다. 국내 기업들이 기능과 가격 등을 차별화해 판로를 확 넓힐 수 있다.

KT는 가상화 기지국, 프론트홀 및 백홀 통합구조(X-Haul), 무선망 지능형 컨트롤러(RIC) 등 오픈랜 네트워크를 유연하게 구축하기 위한 기술들도 확보했다. 이종식 KT 융합기술원 인프라DX연구소장(상무)는 "오픈랜의 기술 지향점은 다양한 통신장비 제조사가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생태계 구축"이라며 "KT가 확보한 오픈랜 기술력과 노하우를 공유해 국내 오픈랜 생태계와의 상생을 위해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