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역대급 폭우 잦아지는데…방재대책은 10년전 기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서울시 방재시설 '30년 빈도 강우' 대응 성능…집중호우에 속수무책
강우 목표치 상향 및 맞춤형 대책 필요…"장기적으로 접근해야" 중부지방에 지난 이틀간 이어진 역대급 폭우는 서울 도심을 재난 영화의 무대로 만들었다.
강남 한복판이 물바다가 되는 광경이 다시 연출됐지만, 서울시의 수방 대책은 여전히 10년 전 눈높이에 머물고 있다.
수해 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지 않으면 언제든 반복될 수 있는 역대급 폭우에 다시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500년 확률 폭우에 30년 기준으로 대응 '역부족'
10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8일부터 서울에는 말 그대로 '역대급 폭우'가 쏟아졌다.
비 피해가 집중됐던 동작구의 1시간 최대 강우량은 141.5㎜에 달했고 강남구와 서초구 역시 각각 116㎜, 110㎜로 시간당 최대 강우 처리 용량 85㎜를 훌쩍 넘어섰다.
평균적으로 몇 년마다 한 번씩 발생할 수 있는 '확률 빈도'로 따지면 동작구는 무려 500년, 강남구는 150년 이상 빈도에 해당한다.
현재 서울 방재시설의 성능은 30년 이상 빈도의 강우(시간당 95㎜)를 견디는 데 맞춰져 있다.
서울시는 2010∼2011년 수해를 겪은 뒤 2011년 8월 10년간 5조원을 투입해 시간당 100㎜ 집중호우에도 견딜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수해방지대책을 발표했다.
기존에는 대체로 5∼10년 빈도(시간당 40∼60㎜)의 호우도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는 2016년 풍수해 저감 종합계획을 내놓으며 30년에 한 번꼴로 발생할 수 있는 시간당 95㎜ 강도의 호우 대비를 목표로 현재의 방재 시설 체계를 갖춰왔다.
서울시 내 침수취약지역 34곳 중 지난달까지 30곳의 방재시설 확충·정비 사업이 마무리됐다.
그러나 방재 대응력을 거뜬히 뛰어넘는 비가 쏟아지니 그간의 대비책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앞으로 이런 집중호우가 더 잦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서울연구원이 작년 9월 내놓은 '유역특성 기반의 서울시 침수위험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1960∼2020년 서울에서 발생한 시간당 60㎜ 이상의 집중호우 20회 가운데 8회가 2000년 이후에 나타났다.
2000년대 이후 집중호우 빈도는 그 이전보다 약 27% 증가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로 인해 집중형 배수시설의 설계 빈도를 초과하는 경우 극한 홍수 발생 위험 증가로 침수 관리에 한계가 있다"며 "특히 아스팔트 등 불투수 면적이 높은 도심은 설계 강우 이하의 강우 강도에서도 침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호우 대응 이대로는 안돼…배수시설 성능 키워야"
이번 수해를 계기로 강우 대응 목표치를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영일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이상기후로 시간당 강우량이 많이 늘어난 만큼 목표 강우량을 상향할 필요성이 있다"며 "우선 하수관거 용량을 시간당 100㎜로 늘려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천구 신월동 빗물저류시설(대심도 터널)과 같은 대규모 지하저류시설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2019년 준공된 신월동 빗물저류시설은 최대 32만t의 빗물을 저장할 수 있어 일대 수해를 막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 위원들은 전날 도림천을 방문한 자리에서 "서울시가 기후변화에 맞는 새로운 중장기 수방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과 같은 대규모 지하저류시설을 전역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인구가 많은 일부 지역의 강우 대응 목표치를 95㎜에서 105㎜까지 올리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처럼 시간당 100㎜를 훌쩍 넘는 폭우가 올 경우 목표 강우량 자체가 무색해지는 만큼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해 목표 빈도는 크게 의미 없다"며 "어떤 상태의 비가 몇 분 동안 몇㎜가 오면 어떻게 침수될지 분석하는 기법을 활용해 지점별 침수 위험에 맞춰 구체적인 대비책을 계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수방대책이 도시 안전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 교수는 "2011년 우면산 사태 이후에 서울시가 대심도 터널을 만들기로 했었는데 시장이 바뀌면서 예산 문제로 정책이 바뀌었다"며 "수방시설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는데 비용을 줄이면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조 교수 역시 "기반시설의 특성상 막대한 재정과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의사결정권을 가진 분들이 자기 임기 내에서 할 수 없다 보니 안 하려고 하는데 정치적 목적과 상관없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강우 목표치 상향 및 맞춤형 대책 필요…"장기적으로 접근해야" 중부지방에 지난 이틀간 이어진 역대급 폭우는 서울 도심을 재난 영화의 무대로 만들었다.
강남 한복판이 물바다가 되는 광경이 다시 연출됐지만, 서울시의 수방 대책은 여전히 10년 전 눈높이에 머물고 있다.
수해 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지 않으면 언제든 반복될 수 있는 역대급 폭우에 다시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500년 확률 폭우에 30년 기준으로 대응 '역부족'
10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8일부터 서울에는 말 그대로 '역대급 폭우'가 쏟아졌다.
비 피해가 집중됐던 동작구의 1시간 최대 강우량은 141.5㎜에 달했고 강남구와 서초구 역시 각각 116㎜, 110㎜로 시간당 최대 강우 처리 용량 85㎜를 훌쩍 넘어섰다.
평균적으로 몇 년마다 한 번씩 발생할 수 있는 '확률 빈도'로 따지면 동작구는 무려 500년, 강남구는 150년 이상 빈도에 해당한다.
현재 서울 방재시설의 성능은 30년 이상 빈도의 강우(시간당 95㎜)를 견디는 데 맞춰져 있다.
서울시는 2010∼2011년 수해를 겪은 뒤 2011년 8월 10년간 5조원을 투입해 시간당 100㎜ 집중호우에도 견딜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수해방지대책을 발표했다.
기존에는 대체로 5∼10년 빈도(시간당 40∼60㎜)의 호우도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는 2016년 풍수해 저감 종합계획을 내놓으며 30년에 한 번꼴로 발생할 수 있는 시간당 95㎜ 강도의 호우 대비를 목표로 현재의 방재 시설 체계를 갖춰왔다.
서울시 내 침수취약지역 34곳 중 지난달까지 30곳의 방재시설 확충·정비 사업이 마무리됐다.
그러나 방재 대응력을 거뜬히 뛰어넘는 비가 쏟아지니 그간의 대비책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앞으로 이런 집중호우가 더 잦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서울연구원이 작년 9월 내놓은 '유역특성 기반의 서울시 침수위험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1960∼2020년 서울에서 발생한 시간당 60㎜ 이상의 집중호우 20회 가운데 8회가 2000년 이후에 나타났다.
2000년대 이후 집중호우 빈도는 그 이전보다 약 27% 증가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로 인해 집중형 배수시설의 설계 빈도를 초과하는 경우 극한 홍수 발생 위험 증가로 침수 관리에 한계가 있다"며 "특히 아스팔트 등 불투수 면적이 높은 도심은 설계 강우 이하의 강우 강도에서도 침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호우 대응 이대로는 안돼…배수시설 성능 키워야"
이번 수해를 계기로 강우 대응 목표치를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영일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이상기후로 시간당 강우량이 많이 늘어난 만큼 목표 강우량을 상향할 필요성이 있다"며 "우선 하수관거 용량을 시간당 100㎜로 늘려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천구 신월동 빗물저류시설(대심도 터널)과 같은 대규모 지하저류시설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2019년 준공된 신월동 빗물저류시설은 최대 32만t의 빗물을 저장할 수 있어 일대 수해를 막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 위원들은 전날 도림천을 방문한 자리에서 "서울시가 기후변화에 맞는 새로운 중장기 수방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과 같은 대규모 지하저류시설을 전역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인구가 많은 일부 지역의 강우 대응 목표치를 95㎜에서 105㎜까지 올리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처럼 시간당 100㎜를 훌쩍 넘는 폭우가 올 경우 목표 강우량 자체가 무색해지는 만큼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해 목표 빈도는 크게 의미 없다"며 "어떤 상태의 비가 몇 분 동안 몇㎜가 오면 어떻게 침수될지 분석하는 기법을 활용해 지점별 침수 위험에 맞춰 구체적인 대비책을 계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수방대책이 도시 안전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 교수는 "2011년 우면산 사태 이후에 서울시가 대심도 터널을 만들기로 했었는데 시장이 바뀌면서 예산 문제로 정책이 바뀌었다"며 "수방시설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는데 비용을 줄이면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조 교수 역시 "기반시설의 특성상 막대한 재정과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의사결정권을 가진 분들이 자기 임기 내에서 할 수 없다 보니 안 하려고 하는데 정치적 목적과 상관없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