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연료 저장시설에서 발생한 화재 피해가 커져 쿠바의 극심한 전력난을 악화시키고 있다.

9일(현지시간) 쿠바데바테와 그란마 등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수도 아바나에서 동쪽으로 약 100㎞ 떨어진 마탄사스 해안의 연료 저장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로 지금까지 연료탱크 4개가 불에 탔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화재 닷새째인 이날 “화재 발생 지역을 통제했다”고 밝혔지만 불길이 완전히 잡혔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네 번째 연료 탱크를 휘감았던 불길은 잦아들었고, 현장을 뒤덮었던 두터운 검은 연기도 옅어졌다고 보도했다.

이번 화재는 지난 5일 밤 벼락과 함께 시작됐다. 벼락 때문에 8개 연료 탱크 중 하나에 화재가 발생했고, 몇 차례의 폭발, 기름 유출과 함께 다른 탱크에도 불이 옮겨붙었다. 지금까지 소방대원 1명이 숨지고, 16명이 실종됐으며, 125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 19명이 아직 입원 중이다.

이번 화재로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쿠바는 전력난, 연료난까지 겪게 될 전망이다. 쿠바 전력 당국은 전날 화재 현장 인근에 있는 발전시설 한 곳이 화재로 인한 급수 차질로 가동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쿠바는 화재 이전에도 열악한 인프라로 전력 사정이 좋지 않았다. 아바나에선 이달 초부터 하루 4시간씩 순환 단전을 시작했다. 전력난을 이유로 카니발도 취소됐다. 잦은 정전에 경제난이 겹치자 지난해 7월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재난으로 쿠바의 경제 회복이 더뎌지고 전력 불안과 연료 부족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