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내권 前 기후변화대사 "美·EU는 탄소 다소비 국가…탈탄소 로드맵 한국이 주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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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담판' 출간한 정내권 前 기후변화대사
한국 환경외교의 '산증인' 불려
"탄소배출량 측정, 생산 아닌
소비 기준으로 바꿔야"
"탈탄소 분야 한국 최고기술력
철강·시멘트 효율적 생산 가능"
한국 환경외교의 '산증인' 불려
"탄소배출량 측정, 생산 아닌
소비 기준으로 바꿔야"
"탈탄소 분야 한국 최고기술력
철강·시멘트 효율적 생산 가능"
“기후 악당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유럽연합(EU) 등 탄소 다소비 국가입니다. 프레임을 바꾸면 한국이 기후변화 담론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 기후환경 외교의 최전선에서 활약해 온 정내권 전 기후변화대사(68·사진)는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탄소배출량을 측정할 때 생산이 아니라 소비 기준으로 바꿔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탄소배출량을 생산 기준으로 측정해 기후 위기의 책임이 제조업 중심 국가에만 덧씌워진다는 게 그의 문제의식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은 한국이나 중국에서 생산한 철강과 화학제품을 가져다 써 탄소배출량이 적게 측정된다는 것이다. 정 전 대사는 “탄소배출량을 소비국 기준으로 바꾸면 기후변화 논의의 지평이 훨씬 넓어진다”며 “EU가 주도하는 탄소국경조정 제도는 효과가 미미할 뿐만 아니라 국가 간 분쟁만 조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1991년 외교부 초대 과학환경과장을 맡은 뒤 환경심의관,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 환경개발국장, 유엔 사무총장 기후변화 수석자문관 등을 거쳐 2008년 초대 기후환경대사에 올랐다. 한국 환경외교의 ‘산증인’으로 불린다.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을 설계한 주역이기도 하다. 그는 일본이 2008년 국제기후협상에서 한국을 지목해 선진국의 탄소감축 의무를 수락하라고 요구했을 때, “일본의 감축 목표부터 밝혀라”고 반격한 뒤 개별도상국 여건에 맞는 탄소감축 노력을 제안해 국면 전환에 성공한 ‘기후 담판’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한승수 전 국무총리가 그를 두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한국의 협상력을 제고한 자랑스러운 외교관”이라고 평하는 이유다.
정 전 대사는 한국이 기후 담론의 선도국가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소연료,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2차전지 등 탈탄소 분야에서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췄고 가장 효율적으로 철강과 시멘트를 만들 수 있다”며 “탄소중립은 한국에 위기이자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세계 산업별 탈탄소 로드맵을 한국이 주도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정 전 대사는 탄소중립 논의가 지금까지 기업과 국가의 역할로 한정돼 왔다는 점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실질적인 탄소감축은 소비자 개개인의 각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탄소가격 지불제도를 통해 지속 가능한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정 전 대사의 오랜 지론이다.
그는 최근 선진국과 개도국 틈바구니에서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 애썼던 한국 환경외교의 12개 결정적 장면을 묶은 <기후담판>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에는 자발적 탄소가격 지불제도, 교통체계 탈탄소화, 지속 가능 시장으로의 전환 등 기후·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그의 30년 열정을 담은 탈탄소 발전 전략도 담겼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한국 기후환경 외교의 최전선에서 활약해 온 정내권 전 기후변화대사(68·사진)는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탄소배출량을 측정할 때 생산이 아니라 소비 기준으로 바꿔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탄소배출량을 생산 기준으로 측정해 기후 위기의 책임이 제조업 중심 국가에만 덧씌워진다는 게 그의 문제의식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은 한국이나 중국에서 생산한 철강과 화학제품을 가져다 써 탄소배출량이 적게 측정된다는 것이다. 정 전 대사는 “탄소배출량을 소비국 기준으로 바꾸면 기후변화 논의의 지평이 훨씬 넓어진다”며 “EU가 주도하는 탄소국경조정 제도는 효과가 미미할 뿐만 아니라 국가 간 분쟁만 조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1991년 외교부 초대 과학환경과장을 맡은 뒤 환경심의관,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 환경개발국장, 유엔 사무총장 기후변화 수석자문관 등을 거쳐 2008년 초대 기후환경대사에 올랐다. 한국 환경외교의 ‘산증인’으로 불린다.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을 설계한 주역이기도 하다. 그는 일본이 2008년 국제기후협상에서 한국을 지목해 선진국의 탄소감축 의무를 수락하라고 요구했을 때, “일본의 감축 목표부터 밝혀라”고 반격한 뒤 개별도상국 여건에 맞는 탄소감축 노력을 제안해 국면 전환에 성공한 ‘기후 담판’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한승수 전 국무총리가 그를 두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한국의 협상력을 제고한 자랑스러운 외교관”이라고 평하는 이유다.
정 전 대사는 한국이 기후 담론의 선도국가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소연료,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2차전지 등 탈탄소 분야에서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췄고 가장 효율적으로 철강과 시멘트를 만들 수 있다”며 “탄소중립은 한국에 위기이자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세계 산업별 탈탄소 로드맵을 한국이 주도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정 전 대사는 탄소중립 논의가 지금까지 기업과 국가의 역할로 한정돼 왔다는 점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실질적인 탄소감축은 소비자 개개인의 각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탄소가격 지불제도를 통해 지속 가능한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정 전 대사의 오랜 지론이다.
그는 최근 선진국과 개도국 틈바구니에서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 애썼던 한국 환경외교의 12개 결정적 장면을 묶은 <기후담판>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에는 자발적 탄소가격 지불제도, 교통체계 탈탄소화, 지속 가능 시장으로의 전환 등 기후·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그의 30년 열정을 담은 탈탄소 발전 전략도 담겼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