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은의 생명의학] 건강한 100세 시대의 열쇠 '정밀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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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체·임상정보 활용, 맞춤형 서비스
의료비 절감 효과 커 투자 잇따라
고령화 시대 '건강수명' 위한 의료혁신
김상은 서울대 의대 교수·비아이케이테라퓨틱스 대표
의료비 절감 효과 커 투자 잇따라
고령화 시대 '건강수명' 위한 의료혁신
김상은 서울대 의대 교수·비아이케이테라퓨틱스 대표
할리우드 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유전자 검사 결과 유방암 발병 위험률을 70% 이상으로 높이는 BRCA1 유전자 돌연변이를 발견한 뒤 예방조치로 두 유방을 모두 절제했다. 이보다 앞서 애플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는 췌장 신경내분비암의 정밀 핵의학 치료를 받았다. 신경내분비암 세포 표면에만 선택적으로 붙는 물질에 방사성동위원소를 결합시킨 약물을 이용한 ‘방사선 미사일 치료’다. 모두 정밀의료의 대표적인 예다.
정밀의료는 개인의 유전체 정보, 의료 임상 정보, 생활습관 정보 등 건강 정보를 활용해 최적의 개인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보건의료 패러다임을 말한다. 이를 통해 질병의 예측, 예방, 조기진단, 고효능·저부작용의 맞춤형 약물치료가 가능해진다. 신약 개발의 효율과 성공 확률을 높이며 디지털 치료제와 같은 신개념 치료법을 낳는다. 궁극적으로 의료의 질 향상과 의료비 절감을 가져올 수 있다.
주요 국가에서는 정밀의료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5년부터 2억1500만달러(약 2800억원)를 투자해 ‘정밀의료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있다. 100만 명의 지원자로부터 유전체 정보, 의료 임상정보, 생활습관 정보를 수집·분석해 정밀의료 활용을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영국은 3억파운드(약 4700억원)를 투입해 ‘100000 유전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도 2030년까지 정밀의료에 600억위안(약 11조63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5000억원 이상의 사업비를 들여 정밀의료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2029년까지 100만 명 규모의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정밀의료 시장은 2017년 474억7000만달러(약 62조1800억원)에서 연평균 13.3% 성장해 2023년에는 1003억달러(약 131조3900억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한국에서는 정밀의료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정밀의료를 통한 헬스케어 혁신으로 건강수명을 늘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근본적이고 지속 가능한 의료비 절감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 한국의 경상의료비(잠정치)는 161조8000억원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의료비(8.4%)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9.9%)에 비해 낮지만, 늘어나는 속도가 문제다. 최근 5년간 국민 1인당 의료비의 연평균 증가율은 8.7%로 OECD 평균(4.4%)의 두 배 가까이 높다. 가파른 의료비 증가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급속한 고령화다. 지난해 건강보험 총 진료비(93조5011억원)가 9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65세 이상 진료비 비중이 43.4%(40조6129억원)를 차지했다. 65세 이상 인구 1인당 건강보험 진료비가 전체 인구 대비 2.7배 높은 수준이다. 유엔 경제사회국은 ‘세계 인구전망 2022’에서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화율이 올해 17.5%에서 2046년 37.3%로 일본을 제칠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 의료비 부담이 가중될 것임을 예고한다. 개인 맞춤형 건강·질병 관리를 통한 질병의 예측, 예방, 조기진단, 맞춤형 치료의 정밀의료 패러다임을 우리 일상과 의료 현장에 조속히 정착시켜 국가 의료비 지출의 효율 증진과 부담 완화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통계청의 2020년 생명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5세다. 하지만 건강수명(유병기간 제외 기대수명)은 66.3세로 17년 정도 짧다. 일생의 5분의 1을 질병이나 부상의 고통을 안고 사는 셈이다. 정밀의료 혁신에 의한 건강수명 연장은 건강한 노년과 함께 노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 진출을 강화하는 사회경제적 효과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 의생명과학, 생물정보학, 정보통신기술 등 세계적 수준의 정밀의료 핵심 기술과 기술 융합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정밀의료를 통한 헬스케어 혁신으로 의료 발전뿐 아니라 저출산·고령화가 낳는 의료·사회·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건강한 100세 시대를 열어 우리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한국이 정밀의료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의료·사회 혁신의 글로벌 리더가 되기를 기대한다.
정밀의료는 개인의 유전체 정보, 의료 임상 정보, 생활습관 정보 등 건강 정보를 활용해 최적의 개인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보건의료 패러다임을 말한다. 이를 통해 질병의 예측, 예방, 조기진단, 고효능·저부작용의 맞춤형 약물치료가 가능해진다. 신약 개발의 효율과 성공 확률을 높이며 디지털 치료제와 같은 신개념 치료법을 낳는다. 궁극적으로 의료의 질 향상과 의료비 절감을 가져올 수 있다.
주요 국가에서는 정밀의료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5년부터 2억1500만달러(약 2800억원)를 투자해 ‘정밀의료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있다. 100만 명의 지원자로부터 유전체 정보, 의료 임상정보, 생활습관 정보를 수집·분석해 정밀의료 활용을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영국은 3억파운드(약 4700억원)를 투입해 ‘100000 유전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도 2030년까지 정밀의료에 600억위안(약 11조63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5000억원 이상의 사업비를 들여 정밀의료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2029년까지 100만 명 규모의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정밀의료 시장은 2017년 474억7000만달러(약 62조1800억원)에서 연평균 13.3% 성장해 2023년에는 1003억달러(약 131조3900억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한국에서는 정밀의료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정밀의료를 통한 헬스케어 혁신으로 건강수명을 늘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근본적이고 지속 가능한 의료비 절감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 한국의 경상의료비(잠정치)는 161조8000억원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의료비(8.4%)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9.9%)에 비해 낮지만, 늘어나는 속도가 문제다. 최근 5년간 국민 1인당 의료비의 연평균 증가율은 8.7%로 OECD 평균(4.4%)의 두 배 가까이 높다. 가파른 의료비 증가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급속한 고령화다. 지난해 건강보험 총 진료비(93조5011억원)가 9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65세 이상 진료비 비중이 43.4%(40조6129억원)를 차지했다. 65세 이상 인구 1인당 건강보험 진료비가 전체 인구 대비 2.7배 높은 수준이다. 유엔 경제사회국은 ‘세계 인구전망 2022’에서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화율이 올해 17.5%에서 2046년 37.3%로 일본을 제칠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 의료비 부담이 가중될 것임을 예고한다. 개인 맞춤형 건강·질병 관리를 통한 질병의 예측, 예방, 조기진단, 맞춤형 치료의 정밀의료 패러다임을 우리 일상과 의료 현장에 조속히 정착시켜 국가 의료비 지출의 효율 증진과 부담 완화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통계청의 2020년 생명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5세다. 하지만 건강수명(유병기간 제외 기대수명)은 66.3세로 17년 정도 짧다. 일생의 5분의 1을 질병이나 부상의 고통을 안고 사는 셈이다. 정밀의료 혁신에 의한 건강수명 연장은 건강한 노년과 함께 노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 진출을 강화하는 사회경제적 효과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 의생명과학, 생물정보학, 정보통신기술 등 세계적 수준의 정밀의료 핵심 기술과 기술 융합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정밀의료를 통한 헬스케어 혁신으로 의료 발전뿐 아니라 저출산·고령화가 낳는 의료·사회·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건강한 100세 시대를 열어 우리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한국이 정밀의료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의료·사회 혁신의 글로벌 리더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