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베어마켓 랠리(약세장에서 주가가 일시적으로 상승)’가 이어지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는 선뜻 공격적 매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주식시장이 언제 급락세로 돌아설지 모른다는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어서다. 이런 장세에도 큰손들이 꾸준히 사들이는 종목이 있다.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과도하게 떨어진 현대해상, DL이앤씨, 티씨케이 등이 대표적이다.

◆외국계 기관은 낙폭과대주 사들여

한국경제신문이 최근 한 달(7월 11일~8월 10일)간 금융감독원 ‘5% 지분 공시’를 조사한 결과 주요 기관투자가가 10여 개 종목의 지분을 늘리거나 신규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운용사를 포함한 투자자는 한 종목의 지분이 5%를 넘으면 거래 내역을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해야 한다.

외국계 기관은 낙폭과대주를 주로 샀다. 글로벌 투자기관인 캐피털그룹은 DL이앤씨(옛 대림산업) 지분 5.04%를 신규 매수했다. 10일 종가는 4만3450원, 평균 매수 단가는 4만131원이다. 세계 주요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매니지먼트는 현대해상 지분을 7.99%에서 9.66%로 끌어올렸다.
"저평가 주식 줍줍"…큰손들 찜한 종목은?
두 종목의 공통점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업계 평균 대비 낮다는 것이다. DL이앤씨는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3.39배다. 건설업 평균(5배)보다 낮게 거래되고 있다. 현대해상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됨에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58배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도체 관련 중소형주도 외국인의 ‘러브콜’을 받았다. 모건스탠리는 인쇄회로기판(PCB) 업체 타이거일렉 지분을 5.04% 신규 매수했다. 와사치어드바이저는 반도체 소재업체 티씨케이 지분 5.1%를 새로 사들였다. 와사치어드바이저는 250억달러(약 32조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미국 투자기관이다.

반도체 업황이 악화하고 있지만 티씨케이는 올해 영업이익 1322억원으로 전년 대비 27.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점유율 1위(약 80%)인 실리콘카바이드(SiC) 링 수주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SiC 링은 반도체 초미세 공정에 들어가는 소모품으로 최근 들어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국내 기관은 주력 종목 물타기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기존 주력 종목의 지분을 추가로 확대했다. KB자산운용은 SBS 지분을 기존 5%에서 6.17%로 늘렸다. 지난 1월 지분 5%를 신규 매수한 이후 계속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 가치투자 운용사인 VIP자산운용도 SBS 지분 8.02%를 보유하고 있다.

기관들이 SBS를 사들이는 이유는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에스의 가치가 저평가돼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스튜디오에스는 SBS의 100% 자회사다. SBS의 시가총액은 7776억원인데, 여기에 스튜디오에스의 가치가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다는 분석이다.

가치투자 운용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2차전지에 들어가는 테이프를 제조하는 테이팩스 지분율을 7.58%에서 8.74%로 확대했다. 이 업체는 LG에너지솔루션에 원통형 배터리 테이프 소재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2020년 2월 2만원대 초반에 거래되던 주가는 현재 7만91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제주 드림타워를 운용하는 롯데관광개발 지분을 4.97%에서 5.76%로 늘렸다. 타임폴리오는 2017년 전환사채 취득을 통해 롯데관광개발에 처음 투자했다. 2018년 지분을 8.97%까지 늘린 뒤 작년 10월 4.81%까지 줄였다. 올 들어 주가가 급락하자 다시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

박의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