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새벽 폭우로 다수의 차량이 침수된 서울 강남구 대치사거리의 배수구가 뚜껑이 없어진 채 소용돌이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일 새벽 폭우로 다수의 차량이 침수된 서울 강남구 대치사거리의 배수구가 뚜껑이 없어진 채 소용돌이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을 포함한 중부지방에 이틀간 집중호우가 쏟아진 가운데 도심 속 맨홀 뚜껑이 터져나가면서 인명 피해가 커졌다.

10일 연합뉴스는 지난 8일 밤 서울 강남 지역에서는 배수관 물이 역류하면서 맨홀 뚜껑을 뚫고 물기둥이 치솟거나, 뚜껑이 날아가 주변 도로 아스팔트가 부서지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서초구 서초동에서는 성인 남매가 하수구에 빠져 실종됐고, 동생인 40대 남성은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50대 친누나는 아직도 실종 상태다.

철제 맨홀 뚜껑은 적게는 40㎏에서 160㎏에 달해 폭우 시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 요소 중 하나다. 특히, 맨홀 뚜껑보다 더 위험한 것은 물이 가득 찼을 때 눈에 보이지 않는 맨홀 구멍이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 관내 상·하수도 등이 지나는 맨홀은 총 62만4318개다.

이 가운에 일부 맨홀에는 열림 사고를 막기 위한 뚜껑 잠금장치가 설치돼 있지만, 이번과 같은 기록적 폭우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라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2020년 8월 부산진구 가야 굴다리 인근 맨홀 뚜껑이 열려 하수가 역류해 교통이 통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0년 8월 부산진구 가야 굴다리 인근 맨홀 뚜껑이 열려 하수가 역류해 교통이 통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초구에서 사고가 난 맨홀도 뚜껑 잠금장치가 있었지만, 수압이 워낙 세 소용이 없었고, 기술적인 것만으로는 사고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빗물 배수를 원활하게 해 맨홀이 받는 수압을 낮추는 게 근본 대책이지만,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 상황에서는 시민 스스로 조심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전문가들을 당부했다.

한편, 서울시의 62만여 개 맨홀의 유지관리는 설치 주체인 26개 맨홀 설치기관이 담당한다. 상수도는 수도사업소에서, 하수도는 자치구에서, 전기·통신·가스는 한국전력 및 통신사 등 각 기관이 관리하고 있다.

집중호우와 같은 재난 상황에 대비해 서울시가 관계기관과 협의해 전체적인 맨홀 현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안전조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