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 위 식사 ‘그린사이드 바비큐’.
필드 위 식사 ‘그린사이드 바비큐’.
제주도에서도 외진 서귀포시 안덕면에 자리한 핀크스GC 바로 옆에는 포도호텔이라는 ‘주연급 조연’이 있다. 포도호텔은 원래 핀크스GC를 찾는 골퍼를 위해 만든 리조트였는데, 최근에는 주객이 전도됐다.

2010년 SK그룹이 핀크스GC를 인수할 때 이곳도 함께 사들였고, 리노베이션을 거쳐 지금의 ‘프리미엄 호텔’ 이미지를 구축했다. ‘MZ세대’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골프 없이 그저 호텔에만 숙박하려는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포도호텔은 세계적인 건축가로 꼽히는 재일동포 이타미 준(1937~2011·본명 유동룡)이 설계했다. 둥근 지붕들이 옹기종기 붙어 있어 하늘에서 내려다볼 때 포도송이 같이 생겼다고 해 포도호텔로 이름을 지었다. 일본에서 조선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배척당한 그는 이곳에서 자신의 천재성을 아낌없이 발휘했다. 한국의 전통 초가집을 모티브 삼아 포도호텔을 그려냈다.

포도호텔 전경
포도호텔 전경
포도호텔은 프랑스예술문화훈장인 ‘슈발리에, 아시아주거문화 및 주거 경관상 등 각종 상을 휩쓸었다. 내부에는 이왈종 화백 등 수준 높은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지난해 4월에는 포도호텔 인근에 포도뮤지엄도 개관했다. 포도뮤지엄은 스위스 출신 현대미술가 우고 론디노네의 작품 ‘고독한 어휘’ 등을 전시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최근 이곳을 찾았다.

핀크스GC의 자랑 중 하나는 식당이다. 필드 위에서 식사하는 콘셉트로 선보인 ‘그린사이드 바비큐’는 예약이 힘들 정도로 인기다. 마라도와 산방산, 가파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서코스 1번홀 ‘블랙 티잉 에어리어’에서 식사하는 이색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그린사이드 바비큐를 경험하기 위해선 꼭 핀크스GC의 회원이 아니어도 된다. 바비큐를 직접 굽는 방식이 아니라 주방장이 조리한 뒤 서빙한다. 장소 제한 때문에 하루 10테이블밖에 못 받다 보니 언제나 치열한 예약 경쟁이 벌어진다.

핀크스GC 관계자는 “수익을 내려면 할 수 없는 사업”이라며 “골프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했다.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데도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귀포=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