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IFRS17, '폭풍 전야의 고요 vs 때이른 향연'
IFRS(국제보험회계기준)17이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채 반년도 남지 않은 셈이다. 잘 알다시피 보험부채의 평가 기준을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하는 것이 골자다. 현행 IFRS4에 따른 재무적 결과와 IFRS17 시행 후 예상되는 재무적 추정 결과가, 특히 계약서비스마진(CSM) 추정치와 그에 따른 2023, 2024년도 기준의 예상이익 규모가 매우 낙관적이어서(심하게는 2배 이상이어서) 일부 축제 분위기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IFRS17을 주도한 유럽 중심의 글로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지난 8월 5일 Allianz 그룹의 2022년 2분기 결산설명회에서 애널리스트와 경영진 간 컨퍼런스콜이 있었다. 한 애널리스트는 “IFRS17과 IFRS9하의 회계처리에 따른 차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당기 순이익에서 차이를 야기하는 특별한 요인이 있는가? 어떤 종류의 정성적 근거 혹은 이후 전망 방향에 대해 시사점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Allianz 그룹 CFO의 대답은 "IFRS17 하에서, 당기 수입이나 순이익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생명보험이나 손해보험의 관점에서 보면 거의 같은 수준의 수입과 순이순익일 것이다.”였다.

IASB(International Accounting Standards Board·국제회계기준위원회)는 2017년 5월에 기준서를 발표하면서 별도로 “Effect Analysis-IFRS17 Insurance Contract”라는 책자를 발간하였다. 이 책자의 Section 6와 7에서 IFRS17 시행에 따른 영향에 대하여 나열 설명하고, 부록 B에서는 예제를 통하여 수치적 비교를 보여주었다. 특히 마지막에 기준서 100, 101번의 측정 결과이자 숫자 검증을 위한 공시 Table을 제시하면서 보험기간 5개년의 총합 결과는 똑같고, 다만 각 연도의 차이가 나는 것을 제시하였다.

또 다른 최근의 자료를 보면,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Fitch Ratings에서 발표한 기사이다. “IFRS17은 보험사의 재무제표를 좀더 투명하고, 따라서 궁극적으로 더 일관성이 있고 비교 가능성이 있도록 하여야 하는데, (Fitch Ratings는) 보험사의 계산(?) 방법이 모두가 인정하는 비교 가능성의 시장 기준으로의 수렴시간이 걸릴 것이다. (중략) 네덜란드의 ASR 보험사는 미래 현금흐름을 조정하는 할인율 Curve(즉 Yield curve)의 추정 기준 방법의 확립이 재무제표의 비교 가능성에 필수적임을 강조하고 시행 시점에 준비가 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중략) 좀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IFRS17의 시행이 보험사의 보험위험 구조나 경제적 수익성의 변화가 기대되지 않기 때문에 신용등급에 직접적인 변화는 없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결국에는 IFRS17이 보험사의 전략과 사업 분야 구성 혹은 상품 구조의 재조정을 야기하여 보험위험 구성 구조가 변화할 것이기 때문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Willis Towers Watson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2023년 시행시기에 앞서 IFRS17을 성공적으로 완성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업무가 아직도 남아 있다고 알렸다.”

반면 우리나라의 보험사들의 공식 비공식적인 예측 결과를 보면, 예를 들어 시행 시점의 CSM이나 2023, 2024년 당기 순이익 수준이 IFRS4 기준의 2022년 말 예상 수치에 비해 매우 크다(예를 들어 30~40% 증가, 심한 경우는 2배에서 2.5배 등) 고 한다. 환호할 예측 결과이지만 필자는 먼저 이러한 예측 결과가 커다란 우려점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Why?”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심각하게 던져야 한다. 4~5년 전 IFRS17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의 초기에 대부분 보험사들은 보험계약부채 금액이 증가하여 자본금이 부족할 수 있고 수익도 감소 내지 급감할 것이기 때문에 현재와는 반대로 많은 우려를 표했다. 일부 회사들은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등 수선을 떨기도 했다. 아이러니컬한 상황이다.

이제 측정 모델, 세부 요건과 측정결과를 최소한 공시 요건에 따라 검증하고 분석하여 계리적 모델의 조정이나 회계정책 수정의 반복 과정을 신속하게 수행하지 않으면 폭풍 속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이 폭풍은 심각하여 많은 이해 당사자들의 수많은 질문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심할 경우 주가의 폭락, 비즈니스의 중단, M&A의 개연성 등에 처할 수도 있다.

그런데 현재 일부 투자분석가나 언론들의 전망을 보면 그 반대의 예상을 하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금융지주사들의 경쟁(일부 기사에서 손해보험사를 IFRS17 시행 전에, 즉 가격이 오르기 전에 인수할 수도 있다는 전망)과 IFRS17으로 인한 미래 경영의 불확실성이 줄어듦에 따라 일부 손해보험사를 대상으로 M&A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보도내용이다. 글로벌 시장에 대비해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의 전망이라고 감히 평가하고 싶다.

비상장 회사의 경우 초기에 잠깐 피할 수 있어도 신용등급의 급락으로 어느 정도 시차를 두고 위기가 나타날 수도 있다. 위에서 인용한 Fitch Ratings의 IFRS17 시행에 따른 신용등급의 변화가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전망은 수입이나 수익에 있어서 직접적인 영향이 거의 전무하다는 점에 기초하는 것이지, 2배가 넘는 이익 증가 전망에 근거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어느 분야에서든 새로운 기준과 원칙을 도입하는데 시행 전후의 차이가 너무 크다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Why?”라는 질문을 하며 긴장감을 가지고 심도 있는 분석을 하여야 한다. 그렇게 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아니라면 너무 무책임하다. 더구나 유럽에서 온 기준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의적으로 이전부터 해오던 방법대로 측정하여 축제 분위기에 싸여 있다는 것은 무지에 더해 무능까지 겹쳐서 우려스러운 부정적 결과를 더욱 증폭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상 CSM과 당기 순익 수준이 2배로 증가하므로, 심하게 표현하면, 축제 분위기의 회사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후 폭풍의 위력은 그 증가폭의 몇배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마저 느끼게 될 정도이다.

필자가 너무나 직설적인 우려를 하는 이유는 이제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경영진은 구축 프로젝트를 주도한 분들에게 당연히 심도있는 검증을 요구하여야 한다. 특히, 기준서에서 제시하는 요건에 근거한 계리 측면에서의 기술적 요소에 관한 상세한 Q&A와 측정 결과의 숫자 검증을 본격적으로 공시 100, 101과 경험 결과 공시에 따라 수행하여야 한다.

< 유종환 법무법인 화현 금융전문위원·한국보험계리사회 전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