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만 잘 만들면 된다고?…이 비효율적 업무가 회사를 살린다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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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엑셀러레이터 '와이 콤비네이터(YC)'를 만든 폴 그레이엄은 포트폴리오사에 "확장성 없는 일을 하라"고 조언한다고 합니다. 많은 예비 창업자들이 제품 개발에만 몰두하지만, 단발적이고 인력과 시간을 많이 소모하는 업무, 즉 홍보와 CS(고객 서비스)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겁니다.
글로벌 알람앱 '알라미'를 만든 신재명 딜라이트룸 대표는 창업 초기 제품을 알리기 위해 무작정 기자들에게 '콜드메일'을 보냈습니다. 사용자들이 보내온 이용 소감엔 일일이 답장했고, 그 중 유의미한 내용들은 제품에 바로 반영했습니다. 신 대표가 알라미 창업 과정에서 직접 경험한 '확장성 없는 일'의 중요성을 한경 긱스(Geeks)에 공유해왔습니다. '와이 콤비네이터(Y Combinator·이하 YC)'는 '에어비앤비', '스트라이프', '드롭박스' 등 실리콘 밸리를 대표하는 유니콘의 초기 사업을 함께한 엑셀러레이터로 알려졌다. 그 유명한 포브스에서 2012년 '최고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로 선정했을 정도이니, 업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겠다. 또한, 포트폴리오사를 까다롭게 선발하기로도 유명하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YC의 투자 프로그램에 합격한 기업이 10곳 채 안 될 정도다. 선발 과정도 순탄치 않아 4수, 5수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영국인 프로그래머 폴 그레이엄(Paul Graham)은 2005년 YC를 설립했다. 전세계 디지털전환을 선도하는 수많은 유니콘의 시작을 목도하고 이들의 성장 전략을 함께 고민했을 테다. 2013년 그는 개인 블로그에 YC가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가장 많이 하는 조언을 소개했다. YC의 가장 성공한 포트폴리오, 에어비앤비와 스트라이프가 이 조언을 충실히 따른 대표적인 사례라고 했다.
"Do things that don't scale". 직역하면 '확장성 없는 일을 하라'. 제품을 고도화하고 서비스를 확장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발적이고 인력과 시간을 많이 소모하는 업무도 신경 써야 한다는 의미다. 홍보와 CS(Customer Service; 고객 서비스)가 대표적인 예다. 그레이엄은 많은 예비 창업자들이 지나치게 제품 개발에만 몰두한다고 말했다. 좋은 제품을 만들면 약속한 것처럼 사용자가 몰려들 거라는 착각 때문이다. 또한 그는 스타트업이 성공하려면 최소 한 명의 창업자(주로 CEO)가 초기 사용자를 유치하고 만족시키기 위한 활동에 긴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 알라미는 전세계 450만 월이용자(MAU)를 보유하고 있는 대형 서비스지만 정말 단순한 계기로 개발했다. 내가 기존 알람에 만족하지 못해서다. 당시 이름은 '슬립이프유캔(Sleep If U Can)'으로, 2012년 '사진 찍기' 미션을 탑재해 출시했다. 법인 설립은 나중 일이었다. 2013년 앱 사용자 규모가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나 자신도 본격적으로 사업 규모를 키우고자 마음을 먹고 난 후에 딜라이트룸을 세웠다.
2012년 초기 모델 개발을 마친 후에는 제품 홍보에 대한 고민을 했다. 사용자 규모를 늘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제품에 아주 만족했고 많은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당시 '라모스 알람'이라는 킥스타터 제품이 세계적으로 화제를 일으킨 바 있었다. 화장실에 설치한 키패드를 눌러야 알람을 끌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이었다. 가격이 무려 한화 40만원 수준이었지만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해외 뿐 아니라 국내 미디어에서도 제품을 소개했다.
내가 개발한 앱은 라모스 알람과 본질적으로 같은 기능을 가졌고, 심지어 무료로 다운 받을 수 있었다. 라모스 알람을 알고 있는 기자라면 당연히 관심을 가져줄 거라고 생각했다. 보도자료를 만들고 라모스 알람에 대한 기사를 썼던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아무도 커버하지 않았다. 당시 언론과 보도자료에 대한 이해가 없이 무작정 진행했으니 당연한 결과였을 것이다.
전략을 수정해 해외로 눈을 돌렸다. 당시 글로벌 IT 미디어 씨넷(CNET) 아만다 쿠서(Amanda Kooser) 기자에게 메일을 보냈다. 당신이 기사화해 좋은 반응을 얻은 라모스 알람시계와 동일한 기능을 가진 앱을 개발해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고.
이번에는 대성공이었다. 기자는 무료로 '악마 같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며 앱을 소개했다. 씨넷 보도 후 기즈모도(Gizmodo) 등 다양한 글로벌 IT 매체에서 관심을 가졌고, 몇몇 국내 매체에서도 기사화했다. 그 때 이후 이용자가 몇 만명 정도 늘었다.
2013년에는 딜라이트룸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사업화에 나섰다. 서비스명도 알라미로 변경했다. 이 즈음에는 또다른 '확장성 없는 일'이 눈에 들어왔다. 사용자 규모가 늘어나며 제품에 대한 소감과 개발 요청이 메일로 오기 시작한 것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일일이 답장을 보냈고, 유의미한 피드백들은 지속적으로 제품에 반영해 나갔다.
특히, 오류와 시스템 충돌 문제는 절대 가벼이 여기지 않았다. 자잘한 오류는 서드파티 앱의 숙명이다. 국민 앱 카카오톡도 때때로 문제를 일으킨다. 하지만 알람은 다르다. 단 한 번만 울리지 않아도 이용자의 하루를 망칠 수 있다. 어쩌면 그날 아침 중요한 미팅이 있을 수도 있다. 오류에 대한 불평이 올라오면 항상 진심을 다해 사과하고 개선에 개선을 거듭했다.
일하는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리뷰도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경증 치매를 앓던 한 할머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약을 먹어야 하는데, 가끔 때를 놓쳐 큰 일이 날 뻔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알라미 ‘사진 미션’을 활용하고 나서는 매번 잊지 않고 약을 챙겨 먹을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 할머니는 알라미를 ‘Lifesaver(구원자)’라고 불렀다.
그 외에도 많은 사용자들이 알라미에 깊은 애정을 표했고, 제품 개발을 위해 다양한 인사이트를 제공했다. ‘Paypal guy’라는 사용자는 알람이 울리는 중 스마트폰 전원을 끌 수 없도록 만드는 기능을 요청했다. 개발 과정에서도 지속적으로 아이디어를 공유했고, 개발후에는 고마움을 표하며 페이팔로 사례금까지 보내줬다. 중국인 사용자 ‘Zhou’는 무려 3년간 알라미 중국어 번역을 도왔다.
첫번째는 대부분 스타트업 창업자가 엔지니어라는 점이다. 엔지니어들은 견고하고 잘 짜인 서비스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일하고, 훈련받는다. 특히, 기업에서 보통은 한 엔지니어가 서비스 특정 부분만을 책임지기 때문에 큰 그림을 볼 필요가 없다는 점도 이들이 개발에만 몰두하게 되는 이유다.
두번째는 이들이 사용자를 위해 무언가 해본적이 없기 때문이다.이들이 겪은 고객 서비스의 기준은 자신이 고객일 때 겪었던 대기업들의 방식에 맞춰져 있다. 팀쿡이 맥북 구매자에게 손편지를 보내지는 않는다. 하지만 작은 기업에서는 가능하다. 큰 기업이 할 수 없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세번째는 확장성이 없다는 걱정이다. 초기 스타트업은 사용자 규모가 크지 않다. 홍보를 통해 사용자를 늘리고, 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하는게 노력 대비 효용이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많은 초보 창업가들이 크고 유명한 스타트업은 '이런 방식'으로 일을 시작했을 리 없다고 착각한다.
YC의 가장 성공한 포트폴리오, 에어비앤비와 스트라이프 또한 사업 초반에는 사용자 확보를 위해 갖은 노력을 해야만 했다. 초기 에어비앤비는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한달간 창업자들이 발로 뛰며 현장 영업을 다녔다. 그레이엄은 투자자로서 에어비앤비 창업자들과 화요일 마다 저녁 미팅을 가졌는데, 이들은 항상 어딘가에서 날아오느라 캐리어를 질질 끌며 나타났다고 회고했다. 스트라이프 또한 초기 공격적인 영업으로 유명했다. 많은 창업자들은 누군가 서비스를 사용해보고 싶다고 말하면 제품 링크를 보내주는데 그친다. 하지만 스트라이프 창업자 콜리슨(Collison) 형제는 "컴퓨터 줘봐!"라고 말하고 그 자리에서 서비스를 설치해줬다고 한다.
UPO 그룹의 도움으로 딜라이트룸 조직원들은 '사용자의 성공적인 아침'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수년간 유지할 수 있었다. 매주 각 팀 리더와 나는 UPO 그룹이 분석한 사용자 코멘트나 문의사항 등을 보며 사용자가 어떤 불편함을 겪고, 우리가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논의한다. 사용자의 목소리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제품에 반영할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다.
폴 그레이엄은 스타트업이 ‘확장성 없는 일’에 몰두하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게 된 사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오히려 우리가 평소 흔히 볼 수 있는 관례적인 마케팅 전략은 사용자 경험을 최대화할 수 없기 때문에, 창업자들은 초기 사용자를 공들여 확보하고 이들의 목소리 하나하나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떻게 사용자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지 고민하다 보면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낼 수 있으며, 이러한 생각이 지속되면 결국 사용자를 즐겁게 하는 일이 회사 문화에 스며들어 마침내 확장성을 얻게 된다고 말이다.
신재명 | 딜라이트룸 대표 알라미를 통해 알람의 개념을 다시 정의하고 있습니다. 딜라이트룸은 아침에 힘들게 일어나는 모든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깨우고 하루하루 삶을 열어주는 기능을 개발합니다. 최종 목적지는 ‘모닝 웰니스 솔루션’으로, 자기 전부터 기상 후 생활 습관까지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글로벌 알람앱 '알라미'를 만든 신재명 딜라이트룸 대표는 창업 초기 제품을 알리기 위해 무작정 기자들에게 '콜드메일'을 보냈습니다. 사용자들이 보내온 이용 소감엔 일일이 답장했고, 그 중 유의미한 내용들은 제품에 바로 반영했습니다. 신 대표가 알라미 창업 과정에서 직접 경험한 '확장성 없는 일'의 중요성을 한경 긱스(Geeks)에 공유해왔습니다. '와이 콤비네이터(Y Combinator·이하 YC)'는 '에어비앤비', '스트라이프', '드롭박스' 등 실리콘 밸리를 대표하는 유니콘의 초기 사업을 함께한 엑셀러레이터로 알려졌다. 그 유명한 포브스에서 2012년 '최고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로 선정했을 정도이니, 업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겠다. 또한, 포트폴리오사를 까다롭게 선발하기로도 유명하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YC의 투자 프로그램에 합격한 기업이 10곳 채 안 될 정도다. 선발 과정도 순탄치 않아 4수, 5수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영국인 프로그래머 폴 그레이엄(Paul Graham)은 2005년 YC를 설립했다. 전세계 디지털전환을 선도하는 수많은 유니콘의 시작을 목도하고 이들의 성장 전략을 함께 고민했을 테다. 2013년 그는 개인 블로그에 YC가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가장 많이 하는 조언을 소개했다. YC의 가장 성공한 포트폴리오, 에어비앤비와 스트라이프가 이 조언을 충실히 따른 대표적인 사례라고 했다.
"Do things that don't scale". 직역하면 '확장성 없는 일을 하라'. 제품을 고도화하고 서비스를 확장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발적이고 인력과 시간을 많이 소모하는 업무도 신경 써야 한다는 의미다. 홍보와 CS(Customer Service; 고객 서비스)가 대표적인 예다. 그레이엄은 많은 예비 창업자들이 지나치게 제품 개발에만 몰두한다고 말했다. 좋은 제품을 만들면 약속한 것처럼 사용자가 몰려들 거라는 착각 때문이다. 또한 그는 스타트업이 성공하려면 최소 한 명의 창업자(주로 CEO)가 초기 사용자를 유치하고 만족시키기 위한 활동에 긴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슬립이프유캔(Sleep If U Can)’이 ‘알라미’로 가기까지
딜라이트룸의 대표 앱 '알라미'는 수학문제, 스쿼트 등 다양한 기상 미션을 제공해 사용자들을 확실하게 깨워주는 앱으로, 아침잠이 많은 전세계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딜라이트룸은 이 앱 하나로 작년 매출 약 130억원, 영업이익 약 60억을 거뒀다. 앞으로는 사람들을 확실히 깨워주는 기능에서 사용자의 올바른 수면 습관 형성과 숙면을 돕고 기상 이후 원하는 생활 습관을 형성시켜주는 '모닝 웰니스 솔루션(Morning Wellness Solution)'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지금 알라미는 전세계 450만 월이용자(MAU)를 보유하고 있는 대형 서비스지만 정말 단순한 계기로 개발했다. 내가 기존 알람에 만족하지 못해서다. 당시 이름은 '슬립이프유캔(Sleep If U Can)'으로, 2012년 '사진 찍기' 미션을 탑재해 출시했다. 법인 설립은 나중 일이었다. 2013년 앱 사용자 규모가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나 자신도 본격적으로 사업 규모를 키우고자 마음을 먹고 난 후에 딜라이트룸을 세웠다.
2012년 초기 모델 개발을 마친 후에는 제품 홍보에 대한 고민을 했다. 사용자 규모를 늘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제품에 아주 만족했고 많은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당시 '라모스 알람'이라는 킥스타터 제품이 세계적으로 화제를 일으킨 바 있었다. 화장실에 설치한 키패드를 눌러야 알람을 끌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이었다. 가격이 무려 한화 40만원 수준이었지만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해외 뿐 아니라 국내 미디어에서도 제품을 소개했다.
내가 개발한 앱은 라모스 알람과 본질적으로 같은 기능을 가졌고, 심지어 무료로 다운 받을 수 있었다. 라모스 알람을 알고 있는 기자라면 당연히 관심을 가져줄 거라고 생각했다. 보도자료를 만들고 라모스 알람에 대한 기사를 썼던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아무도 커버하지 않았다. 당시 언론과 보도자료에 대한 이해가 없이 무작정 진행했으니 당연한 결과였을 것이다.
전략을 수정해 해외로 눈을 돌렸다. 당시 글로벌 IT 미디어 씨넷(CNET) 아만다 쿠서(Amanda Kooser) 기자에게 메일을 보냈다. 당신이 기사화해 좋은 반응을 얻은 라모스 알람시계와 동일한 기능을 가진 앱을 개발해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고.
이번에는 대성공이었다. 기자는 무료로 '악마 같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며 앱을 소개했다. 씨넷 보도 후 기즈모도(Gizmodo) 등 다양한 글로벌 IT 매체에서 관심을 가졌고, 몇몇 국내 매체에서도 기사화했다. 그 때 이후 이용자가 몇 만명 정도 늘었다.
2013년에는 딜라이트룸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사업화에 나섰다. 서비스명도 알라미로 변경했다. 이 즈음에는 또다른 '확장성 없는 일'이 눈에 들어왔다. 사용자 규모가 늘어나며 제품에 대한 소감과 개발 요청이 메일로 오기 시작한 것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일일이 답장을 보냈고, 유의미한 피드백들은 지속적으로 제품에 반영해 나갔다.
특히, 오류와 시스템 충돌 문제는 절대 가벼이 여기지 않았다. 자잘한 오류는 서드파티 앱의 숙명이다. 국민 앱 카카오톡도 때때로 문제를 일으킨다. 하지만 알람은 다르다. 단 한 번만 울리지 않아도 이용자의 하루를 망칠 수 있다. 어쩌면 그날 아침 중요한 미팅이 있을 수도 있다. 오류에 대한 불평이 올라오면 항상 진심을 다해 사과하고 개선에 개선을 거듭했다.
일하는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리뷰도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경증 치매를 앓던 한 할머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약을 먹어야 하는데, 가끔 때를 놓쳐 큰 일이 날 뻔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알라미 ‘사진 미션’을 활용하고 나서는 매번 잊지 않고 약을 챙겨 먹을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 할머니는 알라미를 ‘Lifesaver(구원자)’라고 불렀다.
그 외에도 많은 사용자들이 알라미에 깊은 애정을 표했고, 제품 개발을 위해 다양한 인사이트를 제공했다. ‘Paypal guy’라는 사용자는 알람이 울리는 중 스마트폰 전원을 끌 수 없도록 만드는 기능을 요청했다. 개발 과정에서도 지속적으로 아이디어를 공유했고, 개발후에는 고마움을 표하며 페이팔로 사례금까지 보내줬다. 중국인 사용자 ‘Zhou’는 무려 3년간 알라미 중국어 번역을 도왔다.
‘에어비앤비’와 ‘스트라이프’의 시작
앞서 소개한 딜라이트룸의 '확장성 없는 일'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언론 홍보와 CS(Customer Service) 활동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긴 시간 공을 들여야 하지만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폴 그레이엄은 많은 창업자들이 이 간단하면서 효과적인 전략을 생각해내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는 세가지 이유로 추측한다.첫번째는 대부분 스타트업 창업자가 엔지니어라는 점이다. 엔지니어들은 견고하고 잘 짜인 서비스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일하고, 훈련받는다. 특히, 기업에서 보통은 한 엔지니어가 서비스 특정 부분만을 책임지기 때문에 큰 그림을 볼 필요가 없다는 점도 이들이 개발에만 몰두하게 되는 이유다.
두번째는 이들이 사용자를 위해 무언가 해본적이 없기 때문이다.이들이 겪은 고객 서비스의 기준은 자신이 고객일 때 겪었던 대기업들의 방식에 맞춰져 있다. 팀쿡이 맥북 구매자에게 손편지를 보내지는 않는다. 하지만 작은 기업에서는 가능하다. 큰 기업이 할 수 없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세번째는 확장성이 없다는 걱정이다. 초기 스타트업은 사용자 규모가 크지 않다. 홍보를 통해 사용자를 늘리고, 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하는게 노력 대비 효용이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많은 초보 창업가들이 크고 유명한 스타트업은 '이런 방식'으로 일을 시작했을 리 없다고 착각한다.
YC의 가장 성공한 포트폴리오, 에어비앤비와 스트라이프 또한 사업 초반에는 사용자 확보를 위해 갖은 노력을 해야만 했다. 초기 에어비앤비는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한달간 창업자들이 발로 뛰며 현장 영업을 다녔다. 그레이엄은 투자자로서 에어비앤비 창업자들과 화요일 마다 저녁 미팅을 가졌는데, 이들은 항상 어딘가에서 날아오느라 캐리어를 질질 끌며 나타났다고 회고했다. 스트라이프 또한 초기 공격적인 영업으로 유명했다. 많은 창업자들은 누군가 서비스를 사용해보고 싶다고 말하면 제품 링크를 보내주는데 그친다. 하지만 스트라이프 창업자 콜리슨(Collison) 형제는 "컴퓨터 줘봐!"라고 말하고 그 자리에서 서비스를 설치해줬다고 한다.
‘알라미’에 남은 ‘슬립이프유캔’의 흔적
이제 알라미 사용자 규모는 월 450만에 육박한다. 전세계로부터 하루에만 수백개의 피드백이 날아온다. 나도 더이상 제품 홍보를 위해 발로 뛰고 사용자 이메일에 일일이 답장할 수 없다. 그러나 알라미 론칭 초기부터 사용자 만족을 위해 치열한 고민을 한 흔적은 딜라이트룸의 DNA에 깊게 새겨졌다. 딜라이트룸은 다른 조직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팀을 갖고 있다. 3명으로 이루어진 UPO(User&Product Opeation; 사용자 및 제품 운영) 그룹은 사용자 중심 사고방식을 전사적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매주 쏟아지는 수백개의 사용자 피드백을 정리하고 분석해 전사에 공유한다.UPO 그룹의 도움으로 딜라이트룸 조직원들은 '사용자의 성공적인 아침'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수년간 유지할 수 있었다. 매주 각 팀 리더와 나는 UPO 그룹이 분석한 사용자 코멘트나 문의사항 등을 보며 사용자가 어떤 불편함을 겪고, 우리가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논의한다. 사용자의 목소리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제품에 반영할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다.
폴 그레이엄이 말하는 ‘확장성 없는 일’의 끝
2013년 폴 그레이엄이 '확장성 없는 일'에 대한 인사이트를 개인 블로그에 올렸고, 나는 딜라이트룸 법인을 설립했다. 재밌는 우연이다. 그레이엄의 글을 발견한 2017년, 나는 이미 아만다 쿠서 기자에게 어설픈 보도자료를 보내고 나서도 5년을 알라미 개발에 몰두하던 터였다. 글을 보면서 내가 그동안 해온 고민이 헛되지 않았다는 확신과 함께, 앞으로 더욱 사용자 중심적인 서비스를 만들어 나가는데 필요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폴 그레이엄은 스타트업이 ‘확장성 없는 일’에 몰두하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게 된 사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오히려 우리가 평소 흔히 볼 수 있는 관례적인 마케팅 전략은 사용자 경험을 최대화할 수 없기 때문에, 창업자들은 초기 사용자를 공들여 확보하고 이들의 목소리 하나하나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떻게 사용자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지 고민하다 보면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낼 수 있으며, 이러한 생각이 지속되면 결국 사용자를 즐겁게 하는 일이 회사 문화에 스며들어 마침내 확장성을 얻게 된다고 말이다.
신재명 | 딜라이트룸 대표 알라미를 통해 알람의 개념을 다시 정의하고 있습니다. 딜라이트룸은 아침에 힘들게 일어나는 모든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깨우고 하루하루 삶을 열어주는 기능을 개발합니다. 최종 목적지는 ‘모닝 웰니스 솔루션’으로, 자기 전부터 기상 후 생활 습관까지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